낮 11시부터 4시까지 바깥일을 자제해달라는 이장님의 안내방송.
볕이 여간 사납지가 않습니다.
이틀째 치목.
천막을 쳐 그늘을 만들고
어제 이른 새벽부터 들어왔던 무운샘, 임형철님, 신평순님은
오늘도 이 더위에 나무 껍질을 벗기고 있습니다.
계자로 집중해야 하는 시기에 어찌 일이 이리 되었네요.
치목 밥과 새참 바라지.
낮, 태정호님 합류,
아주 아주 커다란 수박과 함께 등장과 함께.
촬영팀 두 사람 들이닥쳤(?)습니다,
kbs 생생정보통에서 하다편 2부를 위해.
오는 8월 16일 나무날 500회 특집으로 방송한답니다.
바쁜 시기라 어렵겠다는 씨름 뒤에
우리 일정은 일정대로 진행키로 하고 카메라가 그냥 따라다니기로.
미리 양해를 구했지요,
우리 닥친 일이 바빠 요구하는 것들은 어렵고 그저 우리 일을 하겠다고.
카메라가 아이를 따라다니고 있습니다.
오늘은 가끔 오는 쓰레기수거차가 1시경 학교로 들어온다 하기
손이 더 바빠졌습니다.
“한 번도 쓰는 걸 못 봤어!
그러면 안 쓰는 거야.
만약 필요할 때가 와서 이게 없어 아쉬우면
그냥 아쉬워하기로 해.”
아이의 단호함으로 그리 정리가 되어갔지요.
이 아이가 없으면 어찌 이 일을 다 해낼 것인지.
기특하고 고맙습니다.
모든 아이들이 그러하듯,
어미에게는 매우 흡족한 아이.
쓰레기수거차.
손발 맞춰 후다닥 묵은 것들을 내고
무슨 전쟁 같은 순간을 지납니다.
이건 우리들의 가을학기도 이어갈 작업.
학교의 낡은 짐들을 좀 빼기로 하였지요,
달골로 이사를 가든 계속 살든.
밤,
류옥하다는 무겸이와 무량이 잠자리를 봐주고
정리가 눈에 밟혀 아무래도 잠이 안 온다며
그 밤에 다시 어른 공부방을 정리하고 있었습니다.
계자를 시작하면 그 공간은 어른들이 짐을 부려놓는 곳.
치목 일꾼들과 계자를 앞둔 여기 사정 헤아려
일을 하루 당겨 끝내주셨고,
새봄에 이곳에서 같이 집도 지을 사람들이라고 인사 겸 곡주 한잔하며
집짓기와 교육과 관계에 대한 이야기들이 이어집니다.
“이제는 나이도 있고, 옥선생도 일을 좀 줄이세요.”
물꼬가 공간 이전을 검토 중이라는 얘기를 듣고
무운샘도 그리 한번 옮겨보는 것도 괜찮다 위로하셨지요.
그런데, 제도학교 교장으로 퇴임한 임형철님,
이곳이 학교였던 것도 인연이고
문을 닫았던 곳에 다시 학교로 물꼬를 연 것도 인연이라며
달골로 꼭 옮겨가겠다는 생각보다 순리를 잘 살펴하라십니다.
이곳에서 보낸 십오 년의 세월을 읽어주신 거지요.
그만큼 깊은 연이 아니었겠냐며
가려는 마음에 너무 쏠리지 말고 지내보라셨답니다.
용기와 격려 고맙습니다.
자정 사람들이 자리로 가고 뒷정리.
오랜만에 피아노 앞에서 고단함을 풀어보는 한 밤.
그리고 교무실에 들어와 계자에서 필요한 일들을 점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