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7.26.나무날. 나흘째 불더위

조회 수 1190 추천 수 0 2012.07.30 02:28:10

 

“무량아, 무겸아, 형찬아!”

아침수행 뒤 아이들을 불렀습니다.

전나무 그늘 아래 모래놀이터에 난 풀을 뽑자 했지요.

아이들도 그리 일로 아침을 열었더랍니다.

 

계자에서 밥바라지하는 이들이 잘 쓸 수 있도록

고추장집에 습을 없애기 위한 연탄불,

삶에도 그런 습기들이 배고 곰팡이 피고,

그러다 거풍도 하고 말려내는 일들의 반복,

그렇게 존재들의 삶이 이어가는 것일지니.

간장집에도 장작을 피웠습니다.

그런데, 이 더위 속의 불앞이라도

불이 주는 정화의 기능은 바래지 않지요.

집안에 생긴 우환으로 마음이 눅눅하다 못해 짜면 물 흐르겠더니

좀 말개집디다.

소사아저씨 예취기 돌리고,

때가 되면 아이들 밥을 해먹이고,

152 계자에 올 부모님들과 통화도 하고...

 

kbs ‘생생정보통’의 류옥하다 편 2부 촬영은

결국 이틀로 끝낸다던 것이 사흘에 이르고

그것도 점심까지 계획했던 것이 결국 4시에 이르러서야 끝났습니다.

간밤에 전해들은 끔찍한 소식에 당장 멈추고 싶으나

내 삶이 까마득하다하여 남의 일을 그르칠 수야 없으니,

가는 걸음까지 마음을 모아보기로 합니다.

하다는 돌아가는 PD에게

붓글로 생생정보통 500회 축하인사를 전했지요.

8월 16일 나무날 방영 예정.

 

천지개벽할 일 앞에서도 우리는 밥을 입에 넣고

온 기운이 다 빠져나가 퍼석거리는 몸으로도

설거지를 하고 청소를 하고...

그게 사는 일일지니.

어미를 잃어도 때가 되면 밥을 챙겨 먹어야 하고,

후레아들이 저지른 엄청난 일을 앞에 놓고도 닥친 일을 해야 하고,

사는 일이 참 짠합니다.

저만 해도 의미 있다고는 하나 만만찮은 산골살이의 결과가

터무니없는 일들 앞에 놓이기도 하고

머리만 키우는 공부를 않겠다고 한 것이,

일하며 살면 건강할 줄 알았건만,

되려 다른 방식의 불구가 되기도 하고,

적어도 남의 가슴 못질하는 일은 없어야지 하지만

내 의도와 전혀 상관없이 그런 결과가 우리 앞에 놓이기도 하고.

그리하여 이 따끔거리는 곳이 가슴이구나 하고

망연해하는 사람의 일들이라니.

사는 일이 참 멀고 깁니다요.

 

“옥샘, 배고파요.”

“옥샘, 수박 주세요.”

어제 오늘 아이들이 있어 참말 다행인 순간이니이다.

파닥거리는 은사시나무의 잎처럼 저 재잘대는 존재들이라니...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수sort
4814 2005.11.21.달날.흐리다 진눈깨비 / '나눔'이 '있다'고 되던가 옥영경 2005-11-23 1202
4813 9월 3일 흙날 빗방울 오가고 옥영경 2005-09-14 1202
4812 7월 6일 물날 장마 가운데 볕 옥영경 2005-07-16 1202
4811 153 계자 닫는 날, 2012. 8.10.쇠날. 비 옥영경 2012-08-13 1201
4810 2010. 4. 8.나무날. 맑음 옥영경 2010-04-18 1201
4809 2007. 2. 5.달날. 봄날 같은 옥영경 2007-02-08 1201
4808 9월 24일-10월 3일, 한가위방학 옥영경 2004-09-28 1201
4807 2009. 2. 5.나무날. 맑음 옥영경 2009-02-13 1200
4806 2008. 9. 5. 쇠날. 맑음 옥영경 2008-09-21 1200
4805 2007. 1.29.달날. 맑음 옥영경 2007-02-03 1200
4804 8월 26일 쇠날 맑음 옥영경 2005-09-11 1200
4803 2월 17일 나무날 옥영경 2005-02-26 1200
4802 2012. 4.16.달날. 맑음 옥영경 2012-04-23 1199
4801 2006.11.17.쇠날. 맑음 옥영경 2006-11-20 1199
4800 2012학년도 가을학기(9/1~11/30), ‘물꼬에선 요새’를 쉽니다 옥영경 2012-08-13 1198
4799 2011. 5.10.불날. 비 주섬주섬 옥영경 2011-05-23 1198
4798 2007. 3.15.나무날. 흐림 옥영경 2007-04-02 1198
4797 139 계자 사흗날, 2010. 8. 3.불날. 흐리다 비 내리다 개다 옥영경 2010-08-18 1197
4796 133 계자 나흗날, 2009. 8.12.물날. 흐리고 비 가끔 옥영경 2009-08-27 1197
4795 2007. 6.14.나무날. 비 옥영경 2007-06-28 1197
XE Login

OpenID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