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 진짜 날씨가 엄청났어요.

저는 대구사니깐, 대구보다 덥겠어~ 이러면서 시원한 계자를 생각했건만

아우... 대구 뺨치는 물꼬 열기였습니다.’ (새끼일꾼 윤지의 하루정리글에서)

더웠습니다!

그러나 너무도 즐겁고, 시원했습니다!

 

‘일년 만의 계자라 설렘 반, 걱정 반으로 시작한 계자였습니다.

또 이런 소수의 아이를 데리고 하는 계자도 첨이라 궁금하기도 하고 기다려졌었습니다.’

(윤지)

예, ‘2012 여름, 백쉰두 번째 계절자유학교 - 천년 전에 하던 장난-1’이 문을 엽니다.

 

어른 열여덟에 먼저 들어온 아이 다섯 무량 무겸 형찬 도영,

떡국으로 아침을 먹고

희중샘과 다정샘, 류옥하다는 역으로 아이들을 맞으러 가고

다른 이들은 어제의 맞이 준비를 이어갔습니다.

‘아침에 풀을 같이 뽑으며

미처 전날에 친해지지 못했던 동료! 쌤들과 여러 가지 이야기를 나누며

물꼬에서 내가 할 역할, 정체성은 물론

내가 다음에 살아가면서 필요한 조언들을 많이 듣고 생각할 수 있었던 계기가 된 것 같다.’

(새끼일꾼 세훈)

 

야물게 하는 샘들의 움직임을 보며 문득

무엇이 이들을 움직이게 하는가 싶더이다.

자신이 맡은 일에 온전하게 마음을 집중해주는 모습이

전체 흐름을 얼마나 순조롭게 하고 있는지.

열심히 하는 이들이 주는 감동,

서로를 상생시키는 이 관계 틀이 기분을 퍽 좋게 합니다.

사람을 통한 행복요.

오랜만에 진지하고 순하고 선한, 그리고 성실한 이들과 함께 일하는 기쁨.

샘들은 제 맡은 일들을 해내는 동시에

두루두루 밥바라지를 도우러 부엌으로 들어오고,

정말 훌륭한 이들과 함께해서 기분 좋은 계자랍니다.

역시 좀 진지한 고민과 꽉 찬 느낌의 품성,

그런 데서 물꼬스러움(이걸 어찌 표현해얄지 모르겠지만)이 있다 싶지요.

미리모임에서 이미 알아봤습니다, 빛나는 계자가 되리라 짐작했더랬습니다.

이런 선생들과 함께 하는데 어찌 아이들이 좋지 않겠는지요.

 

이미 들어와 있는 아이들도 있어 25인승이면 족하겠다 했는데,

오래 아이들을 실어 날랐던 여행사는

대형버스를 그대로 보냈습니다.

“교장선생님, 애들 이제 떠났어요. 비용은 작은 버스로 내시면 됩니다.”

좋은 일 한다고, 늘 그리 써주시는 마음에 고맙습니다.

휴일 아침, 기사 아저씨만 있어도 되는데

늘 이성덕님(물꼬의 논두렁이기도)이 직접 나와

아이들을 맞고 안전하게 태워 챙겨 보내는 일을 해주십니다.

어느 해는 아이들과 함께 들어와 머무시며 영상을 담아주기도 했더랬지요.

그런 애정들이 물꼬를 지켜갑니다.

그런 기운들 아래서 아이들이 어찌 마음 좋지 않을 수 있겠는지.

 

아이들맞이.

‘처음은 아니지만 너무 오랜만이라 약간의 떨림과 기대감이 있었습니다.’

기표샘, 어릴 적 물꼬의 아이였던 그는

우리들에게 늘 자유로운 영혼으로 일컬어졌습니다.

당당하나 되바라지지 않고,

그도 나이 먹고 새끼일꾼 거쳐 품앗이 되더니 군대까지 다녀오고

그 사이 결도 섬세해져있었습니다.

저렇게 듬직해져서 오다니요.

눈물날 것 같은 그입니다,

수년 전 공동체실험을 하다 멈췄을 때

뿔뿔이 자신의 삶터를 찾아 사람들이 떠나고

달랑 두엇 남아 이제 계자를 하기도 어렵겠다 했을 때

여기서 아이 때부터 자랐던 이 세대들이 대학생이 되어

그들을 중심으로 계자가 돌아갔더랬습니다.

그렇게 이적지 물꼬가 살았던 거지요.)

한 사람의 성장사에 함께 하는 일 얼마나 큰 느꺼움인가요.

 

아이들이 왔습니다.

물꼬의 큰 밥바라지 기둥 엄마들의 아들들인

윤호 건호가 엄마 없이 걸음 했고, 성빈이도 동행했습니다.

두 주를 내리 보낼 아이들이지요.

예서 여름 한 달을 머물기로 한 무량 무겸,

어제 새끼일꾼 누나 따라 들어온 도영,

96년이던가 이곳의 품앗이샘이었던 정민샘이 애를 낳고 그 아이들 커서

태희 희정이 다시 여름을 보내러 왔습니다.

2학년이던 형찬이가 이제 6년,

이제 훌쩍 자라 계자를 떠난 청주의 한슬이 인연으로 온 은빈과 가영

처음 오는 재인과 아린, 영준, 쌍둥이 성현 성호, 희훈,

그리고 멀리 광주에서 온 7학년 김희정까지 열여덟.

어른도 열여덟입니다.

물론 거기 앞 쪽 날만 돕고 셋이 떠나고, 새끼일꾼 여섯 더하여.

하지만 물꼬의 새끼일꾼이 어디 단순한 자원봉사자이던가요.

웬만한 대학생들도 못 따를, 손발 움직일 줄 아는 이들 아니던지.

 

‘안내모임’.

여기서 지내는 법, 약속들을 챙깁니다.

이 학교에서 하는 공부는 어떤 것들인지

우리가 무엇을 할 것인지를 의논하기도.

재래식 해우소는 늘상 난관이지요.

그게 아니어도 집을 떠나면 화장실 가는 일이 순조롭지 않은 이들 더러 있습니다.

왜 써야 하고 그것으로 뭐하는지 잘 말해보지요,

그걸 거름으로 만들어 여기서 길러내고 먹는 것들에 대해서도.

“그러면, 똥 많이 싸면 좋은 거네요.”

우리의 건호 선수입니다.

 

점심을 먹고 쏟아져 나온 아이들은

진돗개 장순이와 세나랑 놀기도 하고

공도 차고 산책도 하고 책도 읽고 놀이도 하다

사내 아이들은 ‘큰모임’을 위해 등목을 하고 들어옵니다.

‘큰모임’에서 같이 속틀을 채우고,

자기 글집도 완성하고 서로 인사도 나누었지요.

‘큰 모임 때 여태까지 만든 큰 동그라미 중 가장 작은 큰동그라미라서 아이의 적음을 새삼 또 느꼈어요. 조금 산만하기는 했으나 ‘이게 물꼬지~!’라는 느낌이 들어 좋았어요.’(윤지)

 

‘두멧길’.

산마을을 지나 그 끝 계곡에 이릅니다.

오전에 기표샘이 남자 샘들을 끌고 그 길 풀들을 다 베 넘겼습니다,

아이들 팔다리 스치지 말라고.

‘계곡은 정말 가고 싶던 찰나에 가게 되어 너무너무 좋았어요. 풀베기 한 거 정말 잘한 거 같아요.’(윤지)

 

시간과 시간이 건너가는 전이시간,

주로 제도학교에서 다음 시간 준비를 위한 정도라면

이곳에서 그 시간은 또 하나의 엄청난 세상.

어쩌면 틀을 채우고 있는 일정보다 더 중요한 일정일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이곳의 전이시간은 길지요.

책방, 마당, 그늘에서, 방에서 아이들은 끊임없이 재잘거렸습니다.

‘책방에서 바둑과 오목도 같이 두고 목마도 태워주면서 힘들기도 했지만 보람있었습니다.’(화목샘)

‘책방에서, 계곡에서 운동장에서 놀면서 아이들이라서 이렇게 빨리 자연스럽게 친해질 수 있구나 라는 생각을 했고...’(영훈샘)

‘내가 아는 계자 중, 아이들이 가장 적은 이번 계자는 결코 만만하지 않았다. 여자애는 여섯에 딱히 심술부릴 것 같은 친구들이 없는 것 같다. “이번엔 쉽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과오였다. 옥쌤이 맞으셨다. 오히려 개개인의 개성이 더 튀어 힘들 수도 있다는 말씀. 이제 하루했는데 3일은 한 느낌이다. 벌써부터 멘붕이 와 뭐라 써야할지 머리가 굴러가질 않는다.’(새끼일꾼 수현)

‘어제 옥샘의 말씀(수가 적다고 편하지 않다. 덩어리가 크면 전체에 묻혀가는 문제들도 있는데, 어쩌면 개별의 특성이 더 많이 드러나서 힘들 수도.)하셨던 것처럼 개개인의 특성이 너무 확연하게 드러났습니다.’(태우샘)

 

저녁밥을 먹으러 1년 무량이와 3년 무겸이가 먼저 들어왔습니다.

“행주요, 행주. (다른)아이들은 모르는데, 우린 먼저 와서 알죠?”

그렇습니다.

먼저 한주를 이곳에서 보낸 저이들은

그렇게 행주질을 하고 집게를 놓고

전체 원활한 흐름에도 작용을 하고 있지요.

어떻게 이 아이들과 행복하지 않을 수 있겠는지.

 

‘한데모임’.

노래도 부르고 손말도 익히고 의논도 하고...

말하고 듣기를 연습합니다.

소통하기 합니다.

모두가 동의하는 방법을 끌어내는 그 ‘화백제도’를 실험합니다.

형광등이 깜빡이자 영훈샘이 사다리를 챙겨오고 류옥하다가 갈아 끼우고

아이들이 올라가 매달린 커튼을 태우샘과 화목샘 태환샘이 개는 사이

역시 하다가 드릴을 챙겨와 봉을 견고하게 붙입니다.

여기 사는 7학년 류옥하다는 영락없이 설비공입니다.

 

‘춤명상’,

소품을 놓고 음악을 틀며 잠시 먼저 움직임을 준비하는데,

가인 가연 은빈 재인 무량 무겸들이 들어와 제 손을 가만히 잡고 따라 합니다.

마치 시범조처럼.

얼마나 고운 시간들이었던지요.

한 그루 한 그루 나무처럼 온 몸으로 물관 타고 오르는 싱싱한 시간.

아무쪼록 마음 든든하거라,

아무쪼록 생을 한껏 살거라 합니다.

 

‘대동놀이’,

“찬물이 두렵지 않도록 화악 뛰고 오지요!”

“지금도 두렵지 않아요.”

“그럼, 바로 샤워하지, 뭐.”

“아, 아니요, 아니요.”

왔던 아이들이 대동놀이를 포기할 리 없지요.

벌써 땀이 절여있는 아이들, 그 위로 또 땀이 바다처럼 흐른 대동놀이.

‘오랜만에 한데모임, 대동놀이 해서 너무 즐거워서 아이들봐 제가 더 흠뻑 빠져서 놀다온 것같아 완전 만~족~!’(윤지)

샘들의 즐거움이 아이들 즐거움이 더했지요.

첫 새끼일꾼인 희선이 드디어 몸 좀 풀며 계자랑 한 몸 되어갑디다요.

 

‘새끼일꾼에 진입했다. 앞으로 어떤 일이 펼쳐질까 기대. 학생 아닌 다른 물꼬를 보게 될까 또 기대.

대동놀이. 정말 환상의 오페라다. 모두가 즐겁게 도구를 쓰지 않고 하나되어 놀이를 한다. 다만, 이 놀이는 패자가 없다. 순간적으로 대동놀이를 하며 ‘섬뜩’ 전율이 돌았다. 패자가 없기에 누구도 상차벋지 않는다. 점수로, 실수로 같은 일원을 탓하지 않는다. 왜 우리가 토끼 하나를 놓친 것으로 싸워야 하는지.

고래방을 청소했다. 내 뒤에서 얼마나 많은 이들이 정리하고 정돈하고 고생했을까. 입장이 되어보지 않고는 알기 힘든 기분이다. 또한 내가 그들을 얼마나 하부로 대했나. 어렵다.

아이들을 설득시키기 어렵다. 누나형들이 어찌 날 설득했는지 생각해보게 된다.

**, 00 같은 아이들 잘 챙겨야겠다. 아이쿠, 체력이 딸린다.’(새끼일꾼 류옥하다의 하루정리글)

 

‘내가 남자쌤이다보니, 또, 아직은 어린 15살 나이의 청소년이다 보니 아이들과 장난치는 과정에서 내가 과격한 면이 없잖아 많이 있었던 것 같다. 나에게는 작은 실수이지만 아이들에게는 큰 상처와 짜증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느꼈다. 그래서 앞으로 나의 말, 행동 하나하나가 아이들에게 많은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을 느끼고 나의 하나하나를 아이들의 자유를 방해하지 않고 여기에서 만큼은 정말 진정한 자유, 배려하고 사이좋고 책임이 있는 자유를 유지하도록 노력해야겠다.’(새끼일꾼 세훈)

 

‘세상에는 참 다양한 사람들이 있습니다. 서로 다르지만 틀린 게 아닌. 각자 개성 넘치는 삶을 살고 있습니다. 그런 개성 넘치는 사람들이 모여 공동체를 이룹니다. 서로 다르지만 같은 뜻을 가진. 물꼬는 참 특이합니다. 이렇게 인상적인 공동체는 구경해본 적이 없습니다. 스카우트 활동과 물꼬를 병행하며 느낀 점은 스카우는 강압과 제재, 그리고 체계를 중요시하는데 비해 자유와 화합, 그리고 책임을 중요시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어느 공동체가 더 완벽한진 모르겠습니다마는 저는 이 공동체가 더 아름답다고 감히 말할 수 있습니다.’(새끼일꾼 인건)

 

8학년들이 새끼일꾼으로 진입하며

그간 샘들이 이토록 뒤에서 힘들게 일하는 것 몰랐다는 그들.

그래, 그래, 새로운 한 세상을 우리는 또 만나는 겁니다.

이러니 영적성장을 어찌 아니할 수 있겠는지요.

하여 아이들의 계자이고 청소년들의 계자이며 어른들의 계자이기도 한 거지요.

아이들의 학교, 동시에 어른들의 학교!

 

‘아이들은 나를 움직이게 한다는 생각...’

수환샘 말대로 아이들이 우리를 움직입니다.

그렇게 하루 흘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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