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고 어른이고 8시에 일어나자 했습니다,

이불을 털고 베개를 정리하며 해건지기에 대신했지요.

 

순간순간이 모여 나를 이루는 것.

정성스럽게, 기꺼이 마음을 내어

다음에 이 공간을 쓸 이를 위한 준비를 함께 하기.

그렇게 우리는 152 계자 마무리를 하고 있었습니다.

 

갈무리글을 쓰고, ‘마친보람’.

지난 엿새를 한 명 한 명이 보따리 싸듯 마음 정리했습니다,

불편한 곳에서 잘 지내주어 고맙다고,

얻은 게 있다면 그걸 잘 살리자고,

지혜로운 이는 좋은 걸 더 많이 기억하는 거라고,

힘든 시간이 와도 즐거웠던 이 기억을 되살려 잘 지나가자고.

 

그런데, 무겸이와 영준이 또 그냥 가기 섭섭했던 게지요.

무겸이 실수로 영준의 발을 밟았는데,

너무 아팠던 영준이 꼭 같이 무겸의 발을 밟고,

무겸이가 영준에게 주먹을 날리고...

둘은 곧잘 그리 싸워왔습니다.

둘을 부릅니다.

밥을 못 먹고 가더라도 이 마음을 살펴보는 게 먼저 아닐지요.

영준이 발이 얼마나 아팠겠느냐,

마음을 표현하는 방법이 주먹밖에 없겠느냐 물었고

둘 사이는 정리 잘 되었는데,

샘들에 대한 서운함이 영준에게 남았습니다.

“한번만 더 그러면 무겸이를 혼내준다 해놓고...”

영준이가 속이 많이 상했지요.

“어느 샘이고?”

“수환샘 기표샘 영훈샘 태환샘 태우샘 인건샘 하다샘, 그리고 또... 다 그랬어요.”

“샘들 모두 오시오.”

“영준아, 내가 잘 가르쳐주지 못해서 그래, 미안해.

이제라도(샘들이 저가 말한 대로) 그렇게 할 거야.”

그리고 영준이 앞에서 샘들이 혼났습니다.

비로소 풀어진 영준이의 마음.

 

점심 때건지기.

늘 시간이 너무 밀리는 듯하여

이번에는 아주 넉넉하게 영동역에 가기로 공지했더랬지요.

앞에서 밥을 먹던 무겸이가 부릅니다.

“옥샘, 성빈이 형은 마음이 참 넓은 것 같아요.”

너그럽게 대한 일 있었던 모양이지요.

“왜?”

“영동역 가서 우리 다 과자 사준대요.”

 

사람의 긍정적 변화는 느꺼움을 주지요.

이 자연 안에서, 이 좋은 사람들 안에서

나날이 순순해져가는 아이들을 보는 건 경이였습니다.

거친 말이 유해지는 과정을 보여준 희훈,

무겸 무량, 한 주 일찍 들어와서 고단함 컸을 텐데도

얼마나 마음을 내며 씩씩하게 지내는지,

건호 윤호 비로소 엄마 없이 와서

물꼬랑 새로 좋은 관계 맺기를 하고,

세상에나! 짜증도 없이 칭얼거림도 없이 단단하게 지낸 어린 아린,

아, 전체모임에서 자꾸 삐져나가기만 하더니 함께 앉아있을 줄 알게 된 태희,

툴툴거리듯 하던 말을 예쁘게 모아보던 희정,

나날이 조금씩 가까이 전체로 들어오던 성현,

자기를 잘 챙기는 가영,

속으로 내던 짜증을 툴툴 털 줄 알던 은빈,

말이 걸고 거칠었던 아이가 이제 형님 노릇하며 순하게 표현하던 큰희정,

어리나 생김새처럼 후덕하던 도영,

바른 말을 더 적확한 상황에서 하려고 애쓰는 성빈,

시원시원하던 재인,

어린 줄만 알았던, 이제 속이 꽉 찬, 참을 줄 아는 형찬,

동생을 벗어나 자기 생활을 챙기던 성호,

습관처럼 드러난 공격을 빨리 풀고 마음 수습 얼른 잘하는 영준,

아, 빛나는 이 아이들...

고맙습니다.

이 아이들도 어느 날 이곳의 새끼일꾼이 되고 품앗이일꾼 되겠지요.

태희와 희정이는 90년대 중반의 물꼬 품앗이샘이었던 정민샘의 아이들,

세월 흘러 그 자식들이 또 물꼬에 이르는

그 면면한 역사가 또한 감동입니다.

 

영동역을 향합니다.

마지막 순간, 또 하나 샘들이 놓치고 말지요.

아이들이 남긴 물건이 담긴 물꼬장터 바구니를 빠뜨렸다는 전갈.

부랴부랴 실어 따라 나갑니다.

다음 계자를 하는 세아샘, 점심 버스를 타고 들어와

우리들이 남긴 설거지를 했지요.

그리 또 일이 되어가는.

 

여유있게 아이들을 보내고

샘들은 플랫폼에 그늘에 모여 앉아 갈무리.

“아이들도 아이들이지만 어른들을 위한 곳인 것 같애요.

 지내면서 다짐한 것이 있는데,

 큰 틀에서 뭔가를 바꾸려하기보다, 큰 일로 바꾸는 게 아니라,

 나 스스로 바뀌어 좋은 물결 좋은 기운 전파시키는 사람이 되어야겠다...”

영훈샘이었습니다.

태환샘,

“이런 학교 많이 생각해 왔는데, 꿈꿔왔는데, 좋았습니다.”

화목샘,

“학교도, 아이들도, 상상했던 모습들, 그대로 다 좋았습니다.

교사가 될 사람으로서 많이 배웠습니다.”

“물꼬 공간에 의미 있는 시간, 많이 배웠습니다.

 옥샘이 한마디씩 툭툭 던져주는 것에서

 새끼일꾼들 보며도, 이 공간을 소중히 여기는 그들을 보며

 정말 많이 배웠습니다.”

수환샘이었지요.

교원대에서 온 샘들의 순순함과 겸손함이 계자를 잘 도왔더랬습니다.

새끼일꾼 수현,

“어릴 때부터 와서 비장함은 없지만, 자연스럽게 오게 돼...

 틱틱대던 아이들도 마음을 열게 하는 과정들이 좋고,

 언젠가 옥샘이 일을 쉽게 할 줄도 알아라는 말씀 뒤 그러려고 하며

 그렇다고 설렁설렁이 아니라 마음 좋게 열심히 한 계자였어요.”

수현과 윤지가 거의 계자 실무자였지요.

물꼬 ‘영광의 이름’ 새끼일꾼, 이들을 보면 미래를 낙관하게 됩니다.

인건의 적절한 움직임과 겸손함도 좋았지요, 새끼일꾼 첫발인데.

밥 네 끼 푸지게 잘 챙겨 먹었습니다.

다들 같이 잘 움직여줘서 고맙고 또 고맙지요.

기표샘, 뒷배 노릇을 탄탄히 해주었고

때로 학생부장 선생 역을 어찌나 잘해주었던지요.

다정샘, 계자 이제 두 번째이나 나이 값으로 축을 잘 잡아주었습니다.

태우샘이 품앗이일꾼 첫 진입으로 전체를 보는 눈을 키우고,

세훈과 희선이, 8학년 새끼일꾼 첫 걸음으로

훌륭한 배움의 장 되었을 겝니다.

잠깐 다녀가며 시작을 도왔던 재진샘도 ,

어려운 걸음으로라도 손을 보태려는 희중샘의 아이들 배달(?)도

시작을 든든하게 해주었더랬지요.

모다 욕봤습니다.

고맙습니다.

 

돌아오니 광주 성빈여사에서 보내온 상자가 맞았습니다.

해마다 그곳 아이들이 다녀갑니다.

그 아이들에게 여기, 외할미가 있는 외가이지요.

열어보니 생활용품들입니다.

고맙습니다.

 

다음 계자로 넘어가는 무량 무겸 성빈 윤호 건호,

그리고 기표샘 태우샘 윤지 하다가 돌아오고

(태우샘과 윤지는 불날까지 발목 잡혔지요.

다음 계자에 샘들 자리가 좀 비어.),

다음 계자 밥바라지 인교샘도 낼 온다던 일정을 당겨

저녁 밥상부터 차리러 들어왔습니다.

또 한 산을 지나 다음 산을 향합니다.

 

방송국에서 들어온 메일을 엽니다.

이곳 촬영을 의뢰하고 제안서를 보내오고 기획서를 보내고

그렇게 여러 차례 오고 있는 연락으로

계자 다 끝내고 답 달라는 헤아림까지 있는.

계절별로 물꼬를 다 담고자 한답니다.

그런데 물꼬 홈페이지를 구석구석 꼼꼼히 읽고

이곳의 상황에 대한 이해와 함께 온 메일,

시간과 공을 들이는 작가의 정성이 감동입니다.

한 해 한 차례 영상매체를 만난다는 원칙도,

그런데 올해 분을 이미 촬영했다는 것도 알고,

물꼬의 시간, 제 움직임이 어떻게 흐르는지도 다 알고...

하지만 진지하게 검토해 달라는 간곡한 부탁.

일을 하면 그렇게 해야지 싶지요,

그렇다고 촬영을 할 건 아닙니다만.

산골 깊이 살아도 오가는 이들, 오고가는 소식들로

늘 배움인 이곳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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