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 막히는 폭염’이 20일 가까이 이어지고 있다. 주말 서울을 비롯한 전국 곳곳에서 1994년 이후 18년 만에 가장 높은 낮 최고기온을 기록... 기상관측시설이 갖춰진 1973년 이래 ‘역대 6위’에 해당한다... 전국 곳곳이 35도를 웃돌면서 ‘최악의 더위’를 기록했다... 전날 밤 서울은 최저기온이 27.5도로 9일 연속 열대야 현상이 발생했다. 기상청이 열대야 일수를 기록한 2000년 이후 ‘최장기간 열대야 연속 발생’이다. 종전 최장기록은 2004년 8월6일부터 12일까지 7일이었다...’

뉴스는 그리 전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 더위 속에 아이들은 마당에서 공을 찹니다, 샘들도 함께.

그래도 그늘은 제법 선선하고

거기 바람까지 지나면 신선놀음인 이 산골짝으로

아이들 최대의 피서를 왔지 싶어요.

 

예, 아이들이 왔습니다.

‘2012 여름, 백쉰세 번째 계절 자유학교-천년 전에 하던 장난·2’

어른 열여덟에 아이 서른 하나입니다.

재진샘과 희중샘이 먼저 나가도 열여섯.

대부분의 계자가 그러하듯 왔던 아이가 절반을 넘습니다.

왜 아이들은 이곳에 오고 또 오는 걸까요?

 

‘안내모임’.

“여기서 어떻게 지내면 돼?”

“자유롭게요.”

“그런데 이곳의 자유란...”

사이좋은 자유, 배려가 있는 자유, 책임지는 자유!

그러기 위해서 함께 하고, 스스로 하고, 돌아보고!

무엇보다 마지막까지 야물게 정리하는,

정성스럽게 순간 순간을 보내는 연습을 할 겁니다.

 

점심 때건지기.

아이들이 오기 전 여기저기 벌집을 찾아 치웠지만

집을 잃고 방황하는 벌인지

교무실 안까지 떼로 들어와 있어 잠시 긴장.

기표샘 선병샘 태우샘 나서서 해결해보지요.

기표샘은 소사아저씨와 함께 비어있던 방충망도 채워 넣고

남자 어른 손이 필요한 곳들을 무거운 사다리 옮겨가며 살핍니다.

기특하고 든든하다마다요.

초등 3년이던 그 아이, 아, 이제는 이 청년,

새끼일꾼을 거치고 품앗이일꾼이 되고

그리고 군대를 다녀와 여기 다시 있습니다.

지난 계자를 함께 하고 샘들 손 부족하다 며칠 더 남았지요.

 

‘큰모임’.

여기서 하고픈 걸 물어봅니다.

같이 속틀을 채우지요.

보글보글해요, 물놀이 가요, 물고기도 잡아요,

산에 가요, 대동놀이요, 대동놀이, 담력훈련!, 팥빙수!, 자유시간요,

토끼도 잡으러 가요, 진짜 토끼요,

금고(물꼬에서 가장 좋은, 소나무 아래 묻혀있는) 쇼도 보여주세요,

열린교실!, 우리가락요, 담력훈련!, 캠프화이어!, ...

그래요, 우리 다 할 겁니다.

다음은 글집에 저마다 담은 그림 이야기를 가지고

자기를 소개하는 시간 있었지요.

 

‘두멧길’.

‘두멧길 때 산책 없이 바로 계곡을 갔는데 아쉬웠다. 하다의 부재(* 마감할 원고를 쓰느라 오후 시간 빠졌다. 출판서평전문잡지에 달에 한 차례 글을 올리는 고정필진이다. 학교를 다니지 않는 열다섯 산골 소년은 어미 일을 도우며 그리 살아가고 있다.)로 어렵게 된 산책이었지만 앞으로 하다나 옥샘 말고도 전체 진행자(?)가 이야기를 알고 가서 느티나무도 보고 산책도 하고 이야기도 듣는 게 좋을 것 같다.’(새끼일꾼 윤지의 하루정리글에서)

날이 너무 더워 태우샘이며 앞에 섰던 이들이

마을을 둘러보고 거기 스민 옛이야기도 나누는 시간을 당겨

계곡으로 바로 방향을 튼 모양.

자잘한 그런 이야기가 제법 쏠쏠한 재미와 의미를 던지기도 하니

윤지 형님은 그게 또 아쉬웠던 거지요.

그러나 그것을 대신하는 또 다른 즐거움이 또한 있노니.

 

두멧길 끝에 있는 계곡.

이 골짝 길이 넓혀지면서 민주지산과 물한계곡을 찾은 피서객들이

여기까지 모여드는 수가 늘었습니다.

우리만 쓰던 달골 수영장도

이 마을에 연고를 둔 이들 아니어도 낯선 이들 와서 더러 자리를 잡았지요.

그나마 지난 계자에서 남자 샘들이 거인폭포 쪽으로 가는 길 풀을 잡아놓아

우리가 가진 몇 개의 수영장 가운데 그곳을 지켜낼 수 있었네요.

물에서 샘들에 대한 아이들의 원성이 자자했지요.

어줍잖게 샘들한테 물 튀겼다가

샘들의 반격이 어마어마했으니...

그러다 선병샘과 정윤이 같이 물에 첨병대며 둘의 안경이 빠졌는데,

정윤이 안경은 결국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역시 계곡은 물꼬에서 함께 하는 게 최고인 것 같다. 그때만큼은 모든 근심걱정 훌훌 털어버리고 물놀이라는 그 시간에 집중할 수 있는 것 같다. 정말 즐겁게 놀았고, 누구 하나 소외되는 사람 없이.... 계곡에서 가장 마지막에 내려온 사람들, 뱀이 나왔지만 서로 도와가며 내려온 모습이 너무 예쁘고 멋져보였다.’(새끼일꾼 수연)

 

저녁 때건지기.

우리의 혜준 선수, 샘들을 찾아다니며 편지를 전하고 있습니다.

‘물꼬 선생님들께. 선생님, 재미있게 놀아주세요.’

90년대 중반 물꼬의 품앗이샘이었던 일한샘,

어느새 결혼하고 아이 낳고 그 아이 자라 계자를 올 나이 되었더랬지요,

그렇게 지난 겨울 첫 걸음한 혜준이었습니다.

그 면면한 오랜 시간들...

“네가 노는 거지 뭘 놀아줘, 애기도 아니고. 재미있게 놀도록!”

이쁜 짓을 얼마나 하는지 지난 겨울도 아주 우리들의 꽃이다 싶더니

딸 키우는 재미를 그리 선사하는 아이.

이번엔 여자 아이들 겨우 일곱.

거기 거의 새끼일꾼인 7학년 정인 현지를 빼면 다섯.

자연스레 둘둘 짝지어, 올 때부터 그리 같이 왔던 것처럼,

(그게 늘 참 신기해요. 그 끼리끼리! 동물적인 감각으로 우리는 그리 짝들을 짓지요.)

금세 자기 자리들을 만들었답니다.

 

‘“물꼬는 자유로와서 할 게 없어요.”

아이들, 너무 시간표의 틀대로 짜인 대로 시키는 대로 한다. 잘 놀 줄 모르는 아이들도 많다. 이곳에서 조금 자유롭게, 편안하게, 자연의 흐름대로 놀고 일하고 배우며 지냈으면 좋겠다.’(새끼일꾼 류옥하다)

처음 온 아이들은 주어지지 않는 놀이에 어색해하다

어느새 몸을 움직이기 시작합니다.

놀 줄 모른다, 언제부터 우리 아이들이 그랬던가요.

아이들은 묶여있던 밧줄에서 놓여난 양

서서히 서서히 공기 속을 유영합니다.

 

건호, 원규, 윤호가 교무실로 보내졌습니다.

“무슨 일인데?”

싸웠겠지요.

상대가 하는 말을 따라 결국 그 상한 마음에 이르고

그러다 그만 미안해지고 사과합니다.

마음 헤아리기가 첫째일지니.

“옷 갈아입을 때 문 열고 그래서 미안해.”

“아픈 데를 때려서 미안해.”

“체스 방해해서 미안해.”

“체스 하는데 상대편 편들고 그래서 미안해.”

감동이 일었지요.

사람의 마음이란 게 그런 것이지요.

오랜 세월 가슴에 응어리진 것도

봄눈 녹 듯하게 하는 게 대단한 무엇이 아니더이다.

그렇게 아이들을 헤아리리라 합니다.

 

다경이 발톱이 살을 파서 땡글땡글해져

솜에 식초를 묻혀 덮어주고,

승훈이는 잠옷 앞섶이 벌어진다고 옷핀을 찾아주고

(내일 꿰매주어야지 합니다),

혜준인 머리끈이 끊어졌다기 고무방울을 줍니다.

무겸이는 슬리퍼 다 떨어져

류옥하다가 물꼬 신발 상자를 뒤집어 찾아주고.

이러고 있으면 아이들이랑 정말 산골서 나날을 ‘내내’ 사는 것만 같지요.

낼모레 끝날 캠프가 아니라 일상을 함께 하는 것 같은.

그게 물꼬 계자의 특질일지니.

 

‘한데모임’.

넘치도록 노래하고, 아이들은 정말 노래를 좋아해요,

손말을 익히고

함께 살기 위해 필요한 것에 생각 모으고

불편을 해결하기 위해 머리 맞대고

서로에게 하고픈 말을 하고...

 

‘춤명상’.

‘아이들이 오니 아이들과 함께 하는 시간엔 너무 행복했고 즐거웠다. 물꼬는 아이들의 힘으로 정말 굴러가는 것 같다. 첫날 춤명상 시간에 항상 느끼는 거지만 과연 어떠한 힘이 이 모든 개별적인 사람들을 이 한 공간으로 불러 모으는지 참 신기하다. 물꼬에서의 매 순간순간이 기적 같고, 또 어디서 이 좋은 마음, 경험들을 얻고 갈까 감사하다. 내일은 어떤 하루가 날 기다리고 있을지 참으로 기대된다.’(새끼일꾼 인영)

좋은 음악에 몸을 실어 춤을 춥니다.

화평이 우리에게 닿고.

 

‘대동놀이’.

‘오늘부터 처음으로 새끼일꾼을 했는데 아이로 왔을 때와는 색다른 긴장감이였다. 힘들기도 힘들고 지치고 했지만 아이들이 행복해하고 재미있게 노는 모습이 힘을 조금씩 나게 해주었다.’(새끼일꾼 성재)

온 몸으로 정말 온 몸으로 하나 되어 놉니다.

자주 아이들이 몸으로 노는 걸 잊었나 싶지만

본능적으로 그들의 생명력이 뻗쳐나오지요.

저 아이들의 저 파닥거림을 어찌 감추고 있었더란 말인가요.

 

씻고, 모둠하루재기,

그리고 샘들이 읽어주는 동화를 들으며 잠자리에 갑니다.

고요해진 한밤, 가마솥방에선 샘들 하루재기.

‘물꼬 바로 전에 다녀온 캠프에서 너무 고생을 해서 이미 많이 지친 상태이라 지금 조금 힘이 들고 걱정도 된다. 그래도 일단은 부담없이 마음 편히 지내보아야겠다. 물꼬에서 마음의 힘듦은 덜한 것 같다.’(새끼일꾼 연규)

‘즐거운 하루였습니다. 일주일 만에 물꼬가 활력을 찾고 조금은 북적북적하네요. 물꼬다움이라고 할까요.’(태우샘)

‘그저 새끼일꾼이 됐을 뿐인데 물꼬를 바라보는 관점과 나의 마음가짐이 달라졌다. 아이들이 좋아졌고 아이들과 함께 하는 시간이 좋아졌다. 그리고 스스로 일하는 힘(?) 제가 할께요 하는 자신감이 생길 수 있었다.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오늘처럼 힘든 티내지 말고 밝고 즐겁게 일해야겠다.’(새끼일꾼 수연)

선배 새끼일꾼 윤지는 그에게 듬직하다 말해주었습니다.

‘미리모임이랑 계속 하면서 진짜 걱정됐다. 여기서는 내가 진짜 큰 애인 거니까. 완전 책임감 들고 또 못하면 어쩌지 하는 불안감이랑 잘해야 된다는 부담감도 들었다. 그치만 내가 내 행동에 책임을 지는 진짜 어른이 되는 기회를 가진 것 같아서 기대감도 들었다.’(새끼일꾼 예슬)

‘아직 물꼬 학교의 취지나 기원에 관한 것들에 대해서는 깊게 알지 못하지만 아이들을 위한 아이들에게 많은 것을 느끼게 해주는 그런 학교라는 느낌이 들었습니다.’(선병샘)

 

또 어떤 날들이 될까요.

1994년 여름 첫 계자가 설악산 아래에서 있었습니다.

그리고 백쉰세 번째.

1994년 이후 18년 만에 가장 높은 낮 최고기온이었다는 오늘,

계자의 처음을 떠올리며 지난 세월 물꼬에서 아이들이 한껏 폈던 날개를 생각했습니다.

온 마음으로 섬기겠습니다.

잘 지내겠습니다.

잘 지내시옵기.

 

참, 별똥별 떨어진 밤,

아이들 잘 있다 가라 바람 빌었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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