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7 계자 마지막날, 8월 14일 흙날 맑음

조회 수 1574 추천 수 0 2004.08.15 22:30:00

< 큰 칼 옆에 차고 >

아이들이 갔습니다.
드셈이 없지 않았으나 언니로서 큰 몫을 해주던 영운이도 나가고
전주에서부터 달랑 남매둘이 와서
동생을 챙기느라고만 정신이 없었던 유정이도 가고
뒤늦게 재미가 붙었던 의륭이도 가고
영환이랑 좋은 동생이 되었던 주화도 가고
너무 조용해서 찾아서야 뵈던 명주도 가고
(명주랑 젤 얘기를 못나눴네요...)
눈을 떼꿈거리며 어찌나 이곳저곳 교실을 잘 찾아다니던지
1학년인 줄 몰랐던 윤수도 가고
끝까지 우리들의 요정이었던 하연이도 가고
김천의 용감한 두동시(형제) 원일이와 은영이도 가고
목소리를 듣는데 시간이 걸렸던 성정이,
몸무게에 비해 몸쓰임은 가벼워 둥둥 떠다녔으나
낮은 말에 잘도 듣고 있던 영빈이,
할말 많았던 창기,
속상해서 더러 울었어도
욕설말고도 좋은 말들 많으니 그리 써보자 하니
애써보겠노라 눈물 닦고 고개 끄덕이던 해찬이,
왼쪽 눈 아래가 모기에 물려 부어서는 내내 마음이 쓰이던 아연이,
지극하게 사촌 지은을 챙기던 지선이,
그리고 공주 지은이,
어쩜 저리 순하고 환한 웃음을 지닐 수 있을까
쳐다보면 마냥 기분이 좋던 시온이,
이젠 성큼 커서 류옥하다랑도 싸우지 않고 받아줄 수 있게 된 정민이,
옹골차던 광웅이,
멀리 원주에서 온, 서로 끔찍하던,
바느질 잘하던 종원이와 다원이,
말하는 게 좀만 예뻤으면 하고 아쉬웠던 용석이,
왜 이곳에 오고 또 와야되는지를 증명해주던 우진이,
너그러움을 겸비하면 최고의 여성인,
입 야물던 여연이,
어찌나 재미나게들 즐기는지 자주 불러서 돌아보게 해야했던 선호와 수빈이,
여러 차례 왔다고 선배노릇 해주던 희영이,
이제 물꼬를 지키는 진돗개 장순이랑 친해졌다는 영환이,
참하고 그것이 홀로 참함이 아니라 잘 섞이기도 했던 채수,
뚱한 듯해도 마음 많이 내놓던 징장구 정혁,
너무 많이 울어놓고도 언제 그랬냐고 얼릉 뛰어가던 서현이,
풀알레르기로 옥수수 따러 들어가지 못해 아쉬웠던 지수,
멀리 진주에서 홀로 오고도 목소리 젤 컸던 찬희,
꼭 경민이 같았던 그의 무던하던 사촌 종수,
류옥하다랑 운동장을 장악하고 놀던 경은이,
도저히 똑바로 앉아지지 않는, 여전히 재롱(?)을 달고 있는 경민이,
눈에 많이 보였으나 할말이 별로 없는(제가),
물꼬의 가치관을 나누기에 조금 아쉬웠던 재우,
오빠들 혼내키는 샘이 무섭기도 했지만 자랑스럽다는
(제가 진지하게 무섭다는 소리를 들은 게 처음이었지 뭐예요)
마지막 인사를 해주고 지영이도 갔지요.
아, 그리고 종진이, 저어기 제(종진)가 만든 칼 들고 걸어가고 있네요.
모두 우물에서 발견된 1971년 5월 5일에 묻힌,
우리들의 보물 단추목걸이 하나씩 걸고.

아이들의 쿠션이었던 효진샘
방문자로 왔으나 계자 일정을 다 안아준,
바느질과 요리로 아이들을 달고 다녔던 성혜샘,
진지함으로 아이들에게 신뢰를 심던 상훈샘,
선하고 순한 게 큰 덕목임을 보여주던,
훌륭한 선생님이 되리라 짐작할 수 있었던 고민 많은 늦깍이 교대생 이근샘,
왕국이 몰락한 줄 아직도 모르는 왕자님으로
아이들하고 설렁설렁 잘도 어울리던 정규샘,
아버지 역으로 자리 맡아주셨던 방문자 인철샘,
우리의 듬직하고 우직한 품앗이 명진샘도 가고
그리고 대해리엔
공동체 식구 여섯과 아이 류옥하다가 남았습니다.

모두 모두 애쓰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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