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14-5일, 밥알모임

조회 수 1593 추천 수 0 2004.08.18 17:26:00

공부모임도 없고 한데모임도 없는,
그저 애들 얼굴이나 뵈이자고 밥알식구들이 왔습니다.
97 계자 아이들 나간 뒤끝
먼지 털고 나갔다 하나 여전히 손이 필요한 청소에
먼저 오신 분들이 정리를 해주시고
고구마밭에 김도 매셨지요.
밤새 아이들은 긴긴 영화 한 편을 보았고
어른들은 가마솥방에서 곡차를 즐겼더이다.
이튿날 남정네들은 고추밭에 나가
소도없이 쟁기질을 하더니
배추 모종 옮겨심고 무씨도 뿌렸지요.
부엌에선 여인네들이 참과 밥을 내고
사람 흔적 빈지 오래인 조릿대집에서
아이들 이불이며 옷이며 죄다 끌어냈더이다.
빨아오겠다 실어도 가셨지요.
아이들은 옥수수 따들고 내로 갔습니다.
물놀이는 해도 해도 끝이 없네요.
한솥단지 옥수수를 거의 비우고
지치면 나와서 사과를 먹고
시들해지면 나와서 복숭아를 먹고...
같이 키득대다가
다리 아래로 슬며서 들어가 책을 읽다가는 스르르 잠이 들었지요.
그날, 비로소 왜 다 다리 아래들도 피서가는지 알았다지요.
우리 아이들의 동생들도 엮여갔는데
큰 놈들은 저들끼리 고기 잡고 물장구 치느라 정신없고
이 녀석들 높은 축대에 오르내리기 쉽지 않으니
연신 불러댑니다.
"선생님, 쉬하고 싶어요."
"응가 마려워요."
"선생님, 사과 주세요."
제 무릎은 한 번 일어나기가
혹은 한 번 언덕을 오르기가
범보다 무섭습니다.
그래서 지섭이 응가 혼자 올려보냈더니
밭가까지는 가지도 않고
오가는 길목에 크기도 큰 놈을 누었더이다.
어데나 화장실인 이곳이니 뭐 대수로울 거야 있을라나요.
아이들 보니 좋데요,
보고 또 보다가 돌려보냈습니다.
공동체 식구들이 계자로 힘들어 쉬고 있었다고는 하나
갈 때 얼굴은 보고 갔음 하는 아쉬움 들었더라지요.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수sort
6374 39 계자 마지막 날 2월 9일 옥영경 2004-02-12 1666
6373 10월 10일 해날 맑음, 호숫가 나무 옥영경 2004-10-12 1665
6372 1월 23일 해날 자는 새 눈 내리다 옥영경 2005-01-25 1663
6371 2011. 5. 5.나무날. 맑음 / 산오름 옥영경 2011-05-19 1662
6370 9월 5-8일, 방문자 오해령님 머물다 옥영경 2004-09-16 1661
6369 5월 12일, 물꼬 아이들의 가방 옥영경 2004-05-26 1661
6368 2007. 5.25.쇠날. 맑음 / 백두대간 제4구간 8소구간 옥영경 2007-06-13 1659
6367 4월 14일 물날, 김태섭샘과 송샘과 영동대 레저스포츠학과 옥영경 2004-04-27 1659
6366 2020. 2.11.불날. 맑음 옥영경 2020-03-12 1658
6365 38 계자 갈무리날 옥영경 2004-01-28 1658
6364 영동 봄길 사흘째, 2월 27일 옥영경 2004-02-28 1657
6363 2월 2일 물날 맑음, 102 계자 셋째 날 옥영경 2005-02-04 1655
6362 6월 21일, 보석감정 옥영경 2004-07-04 1655
6361 5월 17일, 배움방과 일 옥영경 2004-05-26 1653
6360 111 계자 여는 날, 2006. 7.31.달날. 장마 끝에 뙤약볕 옥영경 2006-08-01 1651
6359 2007. 3. 16.쇠날. 가끔 구름 지나다 / 백두대간 '괘방령-추풍령' 구간 옥영경 2007-04-02 1650
6358 5월 23일, 모내기와 아이들이 차린 가게 옥영경 2004-05-26 1649
6357 1월 21일 쇠날 맑음, 100 계자 소식-셋 옥영경 2005-01-25 1648
6356 2월 28일 달날 맑음, 물꼬가 돈을 잃은 까닭 옥영경 2005-03-03 1647
6355 4월 3일 해날 자박자박 비 옥영경 2005-04-07 1646
XE Login

OpenID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