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8.12.해날. 길 것 같은 비

조회 수 991 추천 수 0 2012.09.08 01:59:06

 

 

견딜 수 없네

 

갈수록, 일월(日月)이여,

내 마음 더 여리어져

가는 8월을 견딜 수 없네.

9월도 시월도

견딜 수 없네.

흘러가는 것들을

견딜 수 없네.

사람의 일들

변화와 아픔들을

견딜 수 없네.

있다가 없는 것

보이다 안 보이는 것

견딜 수 없네.

시간을 견딜 수 없네.

시간의 모든 흔적들

그림자들

견딜 수 없네.

모든 흔적은 상흔(傷痕)이니

흐르고 변하는 것들이여

아프고 아픈 것들이여.

 

(정현종/2001년 미당 문학상 수상작)

 

 

자정 넘기며 번개가 천둥을 불렀습니다.

 

오전, 토목업자들이 다시 다녀갔습니다.

그들은 달골 거실의 누수도 결국 습의 문제로 규정했습니다.

마침 비 오는 속에 잘 되었다 하고

두어 시간의 진단이 있었지요.

공사는 예상했던 규모를 훨 넘을 듯합니다.

 

아이는 서울 길에 올랐고,

내일 소사아저씨도 친지들을 만나러 갑니다.

물꼬의 가을이 어떻게 돌아갈지 가늠도 할 수 없는 채

하루하루가 성큼성큼 떠나고 있습니다.

 

한 벗이 아일랜드의 캠필 영상을 하나 보내왔습니다.

장애인 그룹홈, 아니 장애인마을이라고 하는 편이 더 옳겠습니다.

그 안에 학교도 갖추고 있지요.

펜실베니아 글렌모어의 캠필에서 십년 전 아이랑 머물렀더랬습니다.

복지에 터무니없는 헌신을 요구하는 어떤 나라들과는 달리,

복지사도 자원봉사자도 지치고 끝내 떠나버리는 어떤 나라들과는 달리 말입니다,

도덕적으로 눌리지 않고 헌신하는 이들이 있고,

그 헌신이 불편하지 않는 관계들이 있고,

그 헌신이 그래서 즐거운 공간이던 곳으로 기억합니다.

“당신도 이곳으로 와서 같이 살자.”

그렇게 혹했던 곳들.

물꼬는 무엇을 해얄 것인가, 나는 무엇을 할 것인가,

관망하기로 한 가을학기를 염두에 두고 보내온 것인가 봅니다.

 

계자 뒷일들이 있지요,

살림 정리에서부터 통화들, 메일들, 전화들.

아직 여름은 끝나지 않았고,

그렇게 힘을 내서 다음 걸음을 또 가야 합니다,

사는 곳 어디나 그러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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