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쌀한 아침.
세나가 새끼를 낳았습니다.
비바람 속에도 누군가 나고 또 누군가 떠났겠습니다.
장순이가 세나의 어미이니 이제 삼대가 같이 삽니다.
밤새 낑낑대더니,
그게 어머 소리인지 태어나는 그들 소리인지도 모르겠는 시간이 지나고,
한 마리가 죽었고 한 마리가 살아남았습니다.
세나 배가 부른 것도 모르고 새끼 나오고야 알았습니다.
요새 사는 일이 이리 허랑합니다.
오키나와의 사탕수수밭을 떠올립니다.
바다 같던 사탕수수밭.
거기 물결처럼 바람이 다녀가고 폭포처럼 비가 다녀가던 밭.
오키나와는 해마다 3월 31일까지 사탕수수를 수확합니다.
그 날을 넘기면 제당회사에서 수매를 더 이상 하지 않지요.
거기에 맞춰 35일간 사탕수수를 베는 일을 하러
육지에서 사람들이 모입니다.
일은 진척이 없고 사람들의 갈등까지 불거지는 동안
정작 밭주인은 오키나와 방언으로 말합니다.
“난쿠루 나이사!”
(올바르게 걸어간다면)어떻게든 이뤄질 거야!
어떻게든 되겠지, 염려 붙들어 매요.
초등학교 때 수영 대회가 있었어요.
전날 밤 너무 긴장한 나머지 잠을 잘 수가 없었어요
그랬더니 아빠가 그랬어요.
뛰어들기 전에 심호흡을 하라구요.
그래서 물었어요.
심호흡을 하면 더 빨라져서
이길 수 있는 거냐구요.
그랬더니 빨라지진 않는댔어요.
하지만 기분은 좋아질 거라구요.
건강한 노동과 따뜻한 어르신들, 그리고 함께 함이
건조한 마음을 어루만지던 영화,
<심호흡이 필요해>(深呼吸の必要신코큐노 히쓰요;Breathe In, Breathe Out/시노하라 데츠오/2004)
그래요, 잘못되면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면 되지요.
지금, 우리에게, 아니 제게 심호흡이 필요한 때.
밤새 비가 퍼붓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