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포에서 섬사랑 6호를 타고
안좌도와 팔금도 사이를 지나
비금도 건너 도초도에 잠시 닿았다가
고기가 떨어진 무인도 어락도를 스쳐
목포에서 떠난 배를 세 시간 반 타고 닿는 우이도.
짐을 풀고 노시인과 가객을 따라 돈목해수욕장을 돌며
노시인이 일러주는 갯메꽃, 숨비기나무열매, 통보리사초를 더듬다가
때마다 바다에서 얻은 것들로 차린 푸진 밥상을 받았습니다.
조촐한 출판기념회가 이틀 밤 내리 있었고,
한밤 떨어지는 별빛 아래서 목청껏 노래도 불렀고,
이른 아침엔 돈목 바닷가를 뛰었으며,
한낮엔 모래밭에서 조개를 캤고,
도리산에 올라 다도해를 내려다봤으며,
바다로 떨어지는 해를 오래 보았고,
더러는 낚시를 하고 마을길을 걷고 바닷가를 걸었으며
성촌으로 넘어가 모래사막도 걸었습니다.
바다 시인이 있었고 가객이 있었고
소설가가 있었고 책 꾸미는 이가 있었고 화가가 있었고 출판인이 있었고
바닷가 카페 주인들이 있었고 산악인이 있었고 방송국 PD가 있었고
그리고 아이와 산골 선생이 거기 있었지요.
화백과 같은 방에 묵으며
그의 곁에서 그와 시인이 주고받은 그림과 글을 엮은 책을 읽고
그 글과 그림에 대해 묻기도 했습니다.
함께 비행기를 타고 떠났던 길고 오랜 여행을 했던 이와
또 그렇게 먼 섬에서 해후하여 묵음 감정을 털기도.
굳이 말로 이러저러 사정 얘기 안해도 그저 얼굴 보는 게 해명이 되기도.
그런데, 사실 세상의 많은 일은 털어도 안 털어도 되는 감정들 아닐지.
안 턴들 어쩔 것인지요.
오해는 오해대로 진실은 진실대로 흘러가면 그 뿐.
그냥 흐름따라 가는 거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