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을 내려가자 안개에서 서서히 벗어나는 읍내.

그러고 보니 황간 영동 일대가 안개 잦은 곳.

 

달골 공사 현장은 옹벽 틀을 철거한 곳에 흙넣기 이틀째.

그런데 굴삭기가 고장 났답니다.

부품 사러 갔다가 없다고 돌아와

점심 먹고 인부 둘과 돌아가 버린 현장.

부품 하나도 꼭 사장과 팀장이 같이 나갑니다, 늘.

이렇게 쓰고 있으니 그게 못마땅하다는 기색이 역력헐세,

요새 발주자로서 제 심정이 그런 거지요.

그럴 밖에요.

2주면 된다는 공사에 말미를 두어 한 달을 잡았는데도

다시 두 주를 훌쩍 넘기고 있고,

일부 완료했던 거실 내부 수리는 같은 문제가 다시 일어나

처음부터 다시 과정을 밟아야 하고,

그런데도 납득할 만한 까닭 없이 사람은 보이다 안 보이다,

공사비는 계약서대로 이행 했으나 중도금을 자꾸 거론하고,

게다 거실 바닥을 파는 것은 견적에 없었다며 추가공사비를 요구하고,

그런데다 다시 물이 샌다 연락을 하고도 닷새나 소식 없고,

와서도 날은 추워오는데 그제야 옹벽 일에 매달리며 거실은 미루고 있고...

일이 되기는 하는가 기연가미연가,

뭐 그래도 끝날 날 오겄지 하며 갑니다.

그것 역시 그럴 밖에요.

 

아이가 농장에서 머슴살이 하는 날.

그런데 저녁 먹고 하루를 일러주러 해오는 전화가 늦어지고 있었습니다.

“아직 일하고 있어요.”

“9시가 넘었는데?”

“금방 끝나요.”

5미터 되는 계사에 천장 가까이 와이어를 설치하는데,

벽기둥마다 구멍을 뚫으려면

오르내리기가 여간 번거롭지 않겠지요, 혼자라면.

그런데 마침 아이가 가는 날이어

아래에서 아이가 SS(그 왜 논밭에서 쓰는 소형 트럭 있잖아요)를 운전하고

형아가 한 벽을 뚫고 나면 이동, 또 뚫고 나면 이동...

“위에서 형아가 두두두 다 뚫고 나면 제가 SS 운전하고,

또 위에서 형아가 두두두...”

 

집도 문제니 주인도 문제일세,

치통입니다.

이라면 어린 날부터 선천적으로 워낙 약한 터입니다,

외할머니 그랬고 울 어머니가 그러셨고.

그래서 어릴 때부터 각별히 요구되어왔던 관리라도

절반 이상이 손댄 것들이지요.

미국이 치과진료비는 좀([조옴]) 비싸나요.

시카고에서 할 수 없이 이 나라의 열배나 주고 덮어씌운 적도 있답니다.

한동안 아파왔는데, 공사나 끝나고 움직이지 하고 있었지요.

시골 살면 또 이런 게 문제라더니,

병원 가는 일이 참말 일입니다.

그런데, 제 3의 신경 문제로 보인다며 대학병원으로 가기를 권하네요.

이런!

어쨌든 겨울 계자나 끝나봐야지요.

그때 한동안 이 골짝 겨울도 피해 기락샘 아파트 가서 좀 지내야지 합니다.

이라는 게 또 피 철철 흘러 당장 꿰매야는 게 아니니 다행이다 싶지요.

 

지난 달 말에 보낸 원고에 그리스인 조르바 이야기를 하면서

그 결에 요 며칠 조르바가 머물고 있습니다.

“놀랍지 않소, 이 세상에 노새 같은 게 산다는 게 말이오.’

조르바의 경이로움으로 세상이 다시 경이로웠던!

밤이고 낮이고 버찌 생각만 하다 한 밤 중 아버지의 주머니를 털어

넘어올 때까지 입에 넣고 구역질을 했다던 그.

그러고서는 보기만 해도 견딜 수 없게 되었다지요.

“구원받았습니다. 고향도 그렇지요.”

한때 몹시 그리워하던 적 있어서 그것도 목젖까지 퍼 넣고 토해 버렸다 했습니다.

그때부터 고향 생각이 자신을 괴롭히는 일이 없었다고.

그리고 잊히지 않는 한 소절의 노래,

 

이키 키클릭 비르테펜데 오티요르

오트메 데 키클릭 베민 데르팀 예티요르, 아만! 아만!

작은 언덕 위에서 다리가 붉은 자고 한 쌍이 울고 있었네

자고여 울지 말아라, 내 아픔만으로도 충분하니, 어쩔꼬! 어쩔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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