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은 어찌 이리 자주 어마지두에 가는지요...

 

빈들모임 여는 날.

송고할 글 하나 오전에 다듬고,

어제 아이들 앞세우고 청소들을 좀 해두었다고 너무 여유 부려

외려 바빠진 오후였습니다.

점심을 먹고 다시 아이들과 달골 올라

방마다 이불들을 털고 걸레질을 하고 이불을 깔고

그리고 창고동 청소.

본관 뒤란 나무보일러실에서 소사아저씨는 나무를 지폈지요,

본관에서 별 움직일 일이야 없어도

빈들모임에 오는 아이들이 굴러다닐 것이므로.

 

낮 다섯 시, 사람들이 들어섭니다;

지난 달 빈들에 다녀간 봉화의 최병근님 김태수님 자련이와 예련이,

그리고 봉화의 소개로 영주에서 온 최진혁님 최은혜님 찬영이와 찬의.

마침 두 살 박이 온다하기

어릴 적 우리 집 아이 깔았던 이불을 꺼내 준비해두었다 안고 오는데

찬의가 들어섰던 게지요.

서울에서 와 영동역에서 합류한 자련이네 사촌 언니 은희님도 동행.

대입을 결정해놓고 가뿐히 내려온 국문학도였지요.

덕분에 불가에서 문학이야기가 오랜만에 풍성하였더이다.

인교샘과 윤호 건호는 그제야 서울서 출발했다는 소식.

거기 더하여 서울의 원지네도 아주 잠깐 합류합니다.

또 봐서 좋고, 새로 봐서 좋고, 자주 봐서 또 좋은 이들!

 

저녁을 먹고 달골, 달빛 넘쳤지요.

날 맑아 또 고마운 밤.

걷기로 시작한 ‘춤명상’.

오늘 우리들의 춤명상에는 촛불과 한 송이 소국이 동행하였습니다.

그리고 몇 가지의 춤.

여러 곳을 다녀보았는데, 어느 곳보다 흐름이 좋다는 진혁샘의 찬사.

사실 규모로 보나 무엇으로 보나 별 눈에 띌 것도 없는데

미세한 이곳의 질감을 헤아려주신 것 같아 고마움 일었지요.

어느 순간 멈춰 서서 자신에게 귀를 기울여보는 시간,

무슨 활동인들 아니 좋겠는지요.

우리 모두 그런 시간이 필요하다마다요.

그냥 걸어보고 그냥 들어보고 그냥 움직여보는 그런.

그냥 해보는!

 

‘실타래’.

공동체에 대한 이야기들.

멀지 않은 곳에 유명한 생태교육활동가가 사시는데,

마침 영주와 봉화의 식구들이 오는 길에 들렀던 모양입니다.

물꼬의 지난 시간을 들먹이며 한 때 아주 활발했다 하더라지요.

한때? 활발?

모든 것은 변합니다.

때가 되어 절정에 닿았다가 내려오기도 하고 다시 차오르기도 하고 그런 게지요.

물꼬에서 생태공동체를 실험하던 그 시절을 물었습니다.

무슨 할 말이 있겠는지요.

때가 되었으니 또 헤어지지 않았겠는지.

아, 그 말은 미처 못했습니다.

제가 범했던 과오들, 혹은 물꼬가 했던 실수들.

넘들 얘기는 할 것 없어도 내 얘기는 할 수 있었을 것을.

잘 모르고 어리석었던 그때.

그렇다고 지금 별반 나아진 것도 없는.

“지금 물꼬 역할도 괜찮지요...”

최병근님의 긍정적 표현.

그렇습니다.

지금 물꼬 역할도 괜찮다마다요.

산골 아주 작은 학교, 아이들의 배움터이자 어른의 학교,

일하고 수행하고 쉬고 나누는,

누구나 마음을 부려놓고 가는.

뭐 아무래도 좋습니다.

누군가 필요하면 올 테고

그렇지 않다면 또 떠나고 그럴 테지요.

다만 나날을 지극하게 살아갑니다, 여기.

 

실타래 한창인데, 드디어 인교샘과 일당들(?) 등장,

바리바리 싸들고.

건어물과 호빵과 곡주들과 아, 아보카도가 두 꾸러미...

얘기는 건축으로 넘어갑니다,

어디고 사람 살고 사는 곳이면 어디나 집을 지으니

누구라도 할 말들이 있는 이야기.

또, 모두 물꼬가 이번 가을학기 두어 가지 공사로 머리를 앓는 줄들 아는 바.

마침 진혁님이 살고 있는 공동체에서 마침 그 부분(건축과?)을 맡고 있는 모양.

하여 발주자로서 시공인들과 하는 마찰을 어떻게 해결해나갈지에 대한 조언들.

병근님네도 마침 축대 공사 중이라

우리는 두루 동변상련이 되었던 겁니다요.

 

아이들은 창고동을 휘휘 돌아

햇발동 어른들 곁에서 주전부리들로 배를 다시 채우더니

아래위층을 열심히 오르내립니다.

그런데 그 기세가 너무 숨차

어린 찬의가 고생 좀 했지요.

어린 저도 그 씽씽거림에 잘 수가 없었던 겁니다.

얼마나 힘이 들었을지요.

두루 살피자, 담엔 미리 단도리를 해주어야겠습니다.

선을 그어줬어야 했지요.

찬의도 타인이고, 타인의 불편을 헤아리는 이곳이니까.

목소리 톤은 몇 헤르츠로? 말수는 몇 개?

 

산골 사는 열다섯 류옥하다랑 고 3 졸업반 은희님은

어른들 자리를 떠나 또 다른 실타래를 가지고 앉았습니다.

그들의 고민이 있을 것이고 그들의 삶의 무게가 있을 것.

사는 일이 그런 것.

그러다 그렇게 말이 되는 이를 만나면 서로를, 아니 자신을 다독이게 되는 거지요.

결이 많이 닮은 친구들이었더랍니다.

은희님이 형님 노릇을 한참 해주었지요.

 

근데, 한동안 이곳에 와서 머물던 원지,

내일이면 가는데 오늘은 좀 섭섭했겠습니다.

“어제 먹었던 거 해주시면 안돼요?”

“월남국수볶음? 저녁 준비가 다 되었는데 다른 걸 또 하기가...”

빈들모임 중이라 사적인 부탁이 어렵습니다.

어른들이 막걸리 마실 적, 저도 맥주 마시고파했는데,

그것도 어른 틈에서라면 모를까 따로 못 준다 못 박고,

커피우유도 만들어 먹고 싶어 했는데...

작은 규모로 지낼 땐 쉬 여닫던 냉장고도

이렇게 모임이나 계자에선 아이들에게 격을 두지요.

빈들모임이 진행되면 단체로 움직인다 미리 이야기를 하긴 했으나

미안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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