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을 타고 내리던 눈이 잠시 멈췄다.
연탄재들로 미끄러운 곳들을 깐다.
고추장집 뒤란 내리막길도
간장집으로 오르는 계단도.
숨꼬방과 고래방과 큰해우소 앞과 뒤란도 눈을 치우고
빨래방 지붕도 손이 닿는 데까지 끌어내리고.
점심을 먹다가 오늘 서울 가기로 결정.
엊그제부터 가리하던 걸음인데
내리는 눈으로 묶였다.
저 눈이 얼면 정말 한참을 밖을 나가지 못할 것이다.
“이번 주 못 가면 이제 계자 끝날 때까지...”
대학병원으로 가야한다던 치과 치료 예약을 위해서도.
이번에 가서 초진하고 계자 다음으로 치료과정을 밟기로 했던 터.
대학병원이니 만큼 금세금세 일정이 잡히진 못할 것이다.
그러니 더욱 여유롭게 날을 보며 움직여야 할 테지.
내다보니 차가 한 대 마을을 나간다.
들어오는 차는 없을 것이다.
오르막인 쉼터 쪽을 오르지 못해
그 아래 차들을 두고 사람들이 걸어왔을 테지.
다녀와야겠다.
그렇게 마을을 나섰고,
여기는 서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