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6일 달날, 포도 다 팔았지요

조회 수 1274 추천 수 0 2004.09.16 00:40:00

한 켠에선 거두어들이느라
한 켠에선 또 겨울날 작물들을 심느라 바쁘네요.
아이들은 형길샘이랑 호두를 따내리고
비 묻어온다고 가마솥방에 들어가서 호박 부침개를 내옵니다.
세상에,
포도 장사는 끝났답니다.
못팔까 걱정이더니 웬걸요,
없어서 못팔게 되었습니다.
상품가치가 좀 떨어지는 것들은
술도 담고 즙도 내고 효소와 식초로 쟁인답니다.
더도 말고 딱 이만큼씩만 해마다 하면 좋겠다,
한 두어주 다른 일이 통 안되더라...
그런데 이를 어쩌지요,
내년엔 우리 공동체 포도밭이 느는 걸요.
도와주실 손들 믿고 하는 일이지요...

주말을 보내며 아이들이 얼마나 방방대던지요.
저녁엔 천장 내려앉을까 걱정됩디다, 이 낡은 건물.
“얼른 운동장으로 나와라!”
“왜요, 달밤에 체조할라구요?”
분위기 더딘 우리의 정근 선수겠지요.
운동장 스무바퀴, 엎드려 뻗쳐,
뭐 몽둥이도 들어야합니다.
아니, 우리 학교가 그렇다는 게 아니라
어느 학교에서 한 날 저녁 있었던 풍경 말입니다.
우리야 책방 불빛 넘어오는 곳에서 동그라미 그려 섰지요.
길지도 않습니다.
“가라앉혀보자!”
겨우 두어마디나 했을까요.
그러고는 알아듣습니다.
지난 봄학기 들머리께,
한 어른이 열닷새를 예서 머물고 돌아가는 날 저녁에
아주 걱정스럽게 한 말씀이 있지요.
“결코 만만한(수월한) 애들이 아니예요.”
여간 걱정되지 않는다는 말투에 표정이라니...
우리의 믿음을 한번도 저버린 적 없는 아이들입니다.
이건 전 인류사를 다 털어서 하는 말입니다요.
다만 시간이 걸릴 뿐이지요.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수sort
5414 [바르셀로나 통신 11] 2018.10. 6.흙날. 맑음 옥영경 2018-10-07 1288
5413 2009. 2.18.물날. 맑음 옥영경 2009-03-07 1288
5412 2007.10. 8.달날. 젖어있던 아침이더니 해에 마르다 옥영경 2007-10-17 1288
5411 2007. 5.24.나무날. 오후 비 / 못밥 옥영경 2007-06-13 1288
5410 2005.11.12.흙날.맑음 / 김장 옥영경 2005-11-14 1288
5409 8월 30일 불날 빗방울 휘익 지나다 옥영경 2005-09-12 1288
5408 5월 18일 물날 비 꼼지락 옥영경 2005-05-22 1288
5407 10월 10일, 가을소풍 옥영경 2004-10-14 1288
5406 2011. 6. 9.나무날. 흐린 하늘 / 단식 4일째 옥영경 2011-06-18 1287
5405 2007. 7. 5.해날. 날 개다 옥영경 2009-07-16 1287
5404 2009. 1.24.흙날. 눈발 옥영경 2009-02-05 1287
5403 2008.11.24.달날. 비 옥영경 2008-12-08 1287
5402 2007.10.16.불날. 맑음 옥영경 2007-10-26 1287
5401 2007. 6. 5.불날. 맑음 옥영경 2007-06-22 1287
5400 2007. 4.17.불날. 맑음 옥영경 2007-04-27 1287
5399 2006.12.24.해날. 맑음 옥영경 2006-12-26 1287
5398 2005.12.29.나무날.맑음 / 젊은 할아버지가 내신 밥상 옥영경 2006-01-02 1287
5397 11월 7일 해날 맑음 옥영경 2004-11-19 1287
5396 2012. 2. 4.흙날. 맑음 옥영경 2012-02-17 1286
5395 2007. 1. 6.흙날. 눈, 눈 / 116 계자 미리모임 옥영경 2007-01-10 1286
XE Login

OpenID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