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은 거짓말처럼 사나움을 풀었습니다.

‘아, 아이들이 오는구나....’

아이들이 들어오는 순간 모든 곳이 녹았지요.

서서히 기온이 오르고 있습니다.

이생에 쌓은 게 무엇 있어 이리 하늘의 호사를 누리는가,

고맙고 고마운 삶입니다.

 

드럼세탁기가 먼저 도착했습니다.논두렁이자 계자 아이의 아버지인 이상찬 선배님이

작고 낡은 물꼬의 세탁기를 안타까워하시더니

그예 보냈습니다.

“너무 커.”

“이불빨래도 하고 그럴려면 그 정도는 돼야지.”

살림이 여유 있다고 어디 그런 선물을 하겠는지요.

그 나눔을 통해 보며 다시 다짐합니다.

나도 더 나누며 살리라,

사랑은 그렇게 넓혀집니다.

그런 기운으로 가는 물꼬에서

아이들이 어찌 맘 좋지 않을 수 있겠는지요.

 

아침을 먹고 희중샘은

새끼일꾼 경이와 하다와 함께 영동역으로 향합니다.

우리 희중샘의 걱정은 늘 말주변이 없다는 것.

제법 여러 해 아이들을 맞지만 언제나 부모님들 앞에서 위축된답니다.

(뭐, 사실 저도 그렇습니다만.)

“괜찮아, 다 괜찮아”

기교가 어떻게 진의를 뛰어넘겠는지요.

아이들을 향한 그 좋은 마음을 무엇으로 대신하겠는가 말입니다.

그걸 볼 줄 모르는 부모라면

당신들이 눈이 없어 그런 거(죄송!)라 위로.

하다보면 나아지기도 할 테지요.

나머지 샘들은 마지막까지 아이들 맞을 채비로 종종거리며 청소를 하고

눈을 치우고 연탄재를 깔고...

어디서 이렇게 청소의 1부터 100까지를 익힐까요.

참 좋은 훈련의 장입니다.

특히 교사가 되려는 이들에게 좋은 연수의 장.

‘... 그리고 청소를 했다. 많은 쌤들이 들락날락했다. 그래서 청소는 다 한 줄 알았다. 옥쌤이 오셔서 다시 지시를 하셨다.

 청소는 후미진 곳 구석구석을 하는 것이라고 하셨다. 뭐라고 표현은 못하겠는데 만능열쇠 같은 말이다...’(새끼일꾼 해온의 하루정리글 가운데서)

아무렴요, 청소의 핵심은 구석진 곳, 후미진 곳입니다!

 

‘2012 겨울, 백쉰 네번째 계절 자유학교 - 숨찬 겨울산이 내는 입김’,

곧 아이들이 나타났습니다.

스물다섯이 스물셋이 되었네요.

둘은 다음 기회에.

어른들은 열일곱, 새끼일꾼 넷 더하여.

마흔, 옹기종기 한 방에 편히 모일 참 좋은 규모입니다.

 

젤 먼저 신청했던, 새끼일꾼을 꿈꾸는 우리의 현진이,

먼저 와 있던 건호와 윤호,

일곱 살 엄마를 떠나 세상으로 걸어 나온 유치원 동기 태은, 예은, 종근,

대학생일 적 물꼬의 품앗이일꾼들이 혼례를 하고 아이를 낳고 그 아이들이 자라

물꼬의 계자 아이로 온 혜준, 태희, 작은 희정이,

자유로운 정원이,

방학이면 한 달도 지냈다 가는 성빈이,

두어 차례 오려고 맘먹었으나 몇 계절 지나 드디어 오게 된 정원이 동생 은정,

일곱 살부터 온 6년 자누

곧 새끼일꾼이 될 7년 정인, 해찬, 도영, 큰 희정,

홀로 와서 두려운 게 많은 주엽.

성미산 아랫동네에서 같이 온 유진, 초아, 진이, 윤기.

“샘, 승기형 알죠?”

정원이 소리에 돌아보니 형보다 몇 배는 되는 승기 동생이라는 윤기.

지난 해 봄학기 여기서 지냈던 승기.

“그럼, 진이는 준이 동생?”

그렇답니다.

역시 지난 봄학기 이곳에서 보냈던 준.

반갑기 더합디다.

왔던 아이들은 왔던 대로

새로 온 아이들은 새로 온 대로

산골 겨울 속으로 용감하게 걸어 들어온 아이들입니다.

오직 이 아이들을 향해 우리는 엿새를 보낼 것입니다.

아, 태은 예은 종근이가 영동역에 시간을 맞추지 못해

조금 더디게 대해리로 바로 들어왔습니다.

그런데, 차가 미끄러져 애를 좀 먹었더라지요.

마침 가까운 곳에서 일어난 일이라

샘들이 나가 아이들 가방을 챙겨왔지요.

무사히 가셨을 테지요?

 

안내모임을 하고,

점심 때건지기를 하고,

모두 둘러앉아, 얼마 되지 않는 식구들이니,

글집 겉표지를 그리며 낯을 익혔습니다.

올 겨울 계자 제목인 ‘숨찬 겨울 산이 내는 입김’에 맞는

표지디자인들이 더러 등장하기도 했지요.

 

그리고 비료포대에 짚 넣어 눈썰매장을 향했습니다.

물꼬의 오랜 눈썰매장은

지난 해 집이 들어서고 길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어디고 또 수영장이고 어디고 또 눈썰매장일 이 산골이라지요.

우리들은 마을 뒷산 쪽 저수지 오르는 곳에

새로 눈썰매장을 개자아했습니다.

마을 지나 눈 덮인 산길을 오르고 ,

크기가 다양한 눈사람도 만들고,

날 듯이 미끄럼을 타고...

 

손말도 하고 하루 정리도 하고 서로 의논도 하는 한데모임이 있었고,

이어 춤명상.

걷고 뛰고 춤추었습니다.

‘...양 옆으로 아이들 손을 잡고 앞 사람의 걸음걸이를 보며 같이 천천히 걷는 것이 참 좋았다.’(은희샘의 하루정리글 가운데서)

혜라샘과 일곱 살 3인방 예은 태은 종근은 이모와 조카들이 되어

밥도 같이 먹고 같이 뒹굴고 춤도 함께 추고 있습니다.

가운데선 다양한 색깔의 종이꽃이 촛불과 함께

우리의 춤에 함께 하였지요.

 

‘... 미리모임에 이어 하루를 시작해서인지 전체적으로 자연스럽게 흘러갔다.’(아리샘의 하루정리글 가운데서)

특수학급 아이들과 함께 오느라 미리모임을 못할 때가 많았던 아리샘.

‘샘들이 많아 아이들과 적절히 함께 하고 준비도 부족하지 않게.

 시작이 반, 처음이 순조로우니 잘 흘러갈 것 같은 느낌.’

그리 이어 쓰고 있었습니다.

밥바라지 2호기 된 정환샘,

부엌에서만 있으니

‘바깥 세상이 정말 궁금하다.

그런데 오늘 앉아 있어보니 정보의 단절이 없다. 다 아는 이야기이다.’ 합니다.

가마솥방이 허브라나요.

겨울이니 화덕이 더욱 중심이겠지요.

‘... 그런데 잠이 덜 깨었는지 배추국에 넣을 홍고추를 계란말이에 쓸 계란물에 넣어버렸습니다. 인교쌤이 괜찮다 괜찮다 해주시는데 마음이 편치 않았습니다. 많은 사람들의 기호를 모두 고려해야하기 때문에 입맛에 맞지 않을까 걱정되었기 때문입니다. 아침 식사 후에 가끔 좋은 결과를 낳는다. 자기 옷은 남이 그닥 신경 쓰지 않는다 같은 말씀을 해주셨는데 저에게 큰 힘이 되었습니다. 올해는 정말 긍정적인 마음가짐을 가져보려고 했기 때문입니다. 긍정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힘을 주신 것 같아 감사했습니다.(정환샘)

그렇지요,

(값난 옷을 입고 걸어가 보셔요, 아무도 신경 안씁니다.

 허름한 옷을 입고 또한 걸어가 보셔요, 아무도 안 봅니다.

 저만 제 옷에 마음 쓰고 있는 거지요.)

그래서 물꼬는 아이들의 학교이자 어른들의 학교.

 

아, kbs 청주의 한 프로그램에서 이틀을 동행키로 했습니다.

10여 분 길이라 그저 우리가 지내는 풍경이 살짝 비쳐지는 정도일 겝니다.

그런데 촬영을 하기로 최종 결론을 짓지 않은 속에 와서

돌아가라 농을 좀 했네요.

보일러 소동으로 워낙 진이 빠져있었던 터라

아이들 와 있는 동안 다른 바깥일들 잡을 마음이 안 내졌던 것.

겨울을 이겨내며 즐거운 방학을 보내려는 몇 곳의 겨울

촬영섭외가 순조롭지 않았다 합니다,

일정이 취소들 되어.

뭐, 좋은 이야기 담자는 거니까,

우리는 우리 일을 하고 그들은 그들 일을 하면 될 테지요.

 

방은 따숩고,

복도는 훈훈하고,

아이들은 잘 자고,

하루가 훌러덩 넘어갑니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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