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참 긴 하루였습니다. 오늘 하루 무엇을 했는지 기억하려면 한참을 고민해야 할 정도로 많은 일들이 있던 하루였습니다...’(소민샘의 하루재기 글 가운데서)

예, 정말 그러했습니다.

 

오늘도 찬 고래방에서 샘들은

티벳식 절인 대배 백배를 하며 새벽을 열었습니다.

그리고 아이들 해건지기.

조용조용 노래를 부르며 아이들을 깨우고 같이 이불을 개고

북방식 수련의 기본 동작으로 아침을 열지요.

‘아이들 부지런히 움직이는 모습 좋다. 잘 배워서 우리 애들(학교)한테도 알려주고 싶은... 순서 외우는 게 문제.’(아리샘)

이곳의 문화는 이렇게 여러 곳으로 갑니다.

아리샘은 초등학교 특수학급 교사.

언젠가 몇 선생은 물꼬 노래집을 학급 노래집으로 쓰기도 했고,

곳곳에서 여러 일정들과 물꼬가 쓰는 말들을 나누기도 했습니다.

고마운 일이지요.

제도학교 교사들이 뜻한 바 있어 이곳을 다녀가고

이곳의 긍정성을 그리 나눠주니 말입니다.

 

‘시와 노래가 있는 한솥엣밥’,

오늘 밥상머리 공연은 샘들이 합니다.

화목샘이 피아노 앞에 앉고 태환샘 승혁샘이 노래를 같이 불렀지요.

보기 좋았다데요.(아, 좇아가니 공연이 끝나버려 소문만 들은...)

본 게 있으니 하기 쉽겠지요,

아이들 공연예약 줄이 깁니다요.

 

손풀기가 끝나고

오늘의 열린교실은 달랑 세 교실로

새해소망과 닿아있는 것들; ‘룽따’와 ‘솟대’와 ‘다좋다’.

룽따, 바람의 말입니다.

티벳이 가면 법문을 적은 천이 바람에 휘날리고 있지요.

법력이 그리 멀리 멀리 힘차게 퍼지라는 뜻이랍니다.

물꼬에도 마당 건너 전나무 사이로 바로 그 룽따가 매달려 있습니다.

한 무더기는 티벳 망명정부가 있는 다람살라에서 들여온 것,

또 하나는 지난 6월 스톡홀름의 옛 마을에서 네팔산을 산 것,

그리고 다른 한 줄은 지난해 봄 천산산맥을 넘을 때 지녔던,

제 스승님 한 분이 직접 만드신 것입니다(이건 룽따라기보다 타루초에 가깝지만).

우리는 오늘 새해 소망을 거기 담고 널리 보내려 합니다.

‘룽따의 의미가 참 좋다.’(아리샘)

정인 해찬 도영 태희 예은 태은 작은희정 정인 종근이가 같이 했습니다.

종이에 먼저 도안을 그리고, 천에 옮기고, 줄에 매달고,

그리고 걸었습니다.

바람에 힘차게 날리는 아이들의 룽따!

그 소망 이루길.

‘룽따라는 것도 처음해보고, 우리 가락 시간에 처음으로 북도 쳐보고 재미있는 경험을 하였다.’(승혁샘)

맨날 새 경험하는 승혁샘이랍니다.

 

솟대.

솟대가 무엇이던가요.

마을 들머리에서 장승과 함께 마을의 안녕을 빌며 마을을 지키던 나무새.

옛적 삼한시대 소도에서 하늘과 땅을 잇던 그 솟대이고

장원급제자가 돌아오면 반기던 솟대였습니다.

오늘 솟대는 우리들의 바람을 저 하늘까지 전하고 지킬 솟대입니다.

그리고 한해의 안녕을 비는 솟대를 만들 것이지요.

윤기 초아 진 은정 자누 주엽 성빈이가 같이 했습니다.

먼저, 밖으로 나가

새가 될 기역자와 와이자 모양의 가지들을 구해왔지요,

받침대와 솟대 기둥이 될 대나무 가지는 이미 준비돼 있으니.

각자 이어질 부분에 칼로 흠집을 내서

구멍을 쉬 뚫어 서로 이을 수 있도록 했습니다.

‘... 열린교실에서는 솟대를 만들었다. 드릴로 구멍을 뚫는 일을 했는데 아이들 속도를 맞추기 힘들어서 아이들이 자꾸만 보챘다. 그 와중에도 끝까지 기다린 자누, 다 안됐다며 운 희정이...’(하다 형님)

하다가 욕 많이 봤습니다.

드릴에 익숙하니 혼자 크기가 다다른 구멍을 일일이 내주어야 했지요.

든든하고, 고마웠습니다.

‘오늘은 내가 순수해지는 시간들을 보냈던 것 같다. 낮에 솟대를 만들때는 아이들 도와주면서 남는 시간에 괜히 내것도 만들어보고 싶어서 칼질 몇번하며 만들려고 노력도 했었다. 결국 머리까지 완성시키고 말았다. 아이에게 집중해야된다는 걸 알면서도 내 동심을 막을 순 없었다.’(태환샘)

샘들도 자주 자신들을 위한 계자가 있어야 한다지요.

‘옥쌤이 열린교실을 항상 같이 했으면 한다는 생각을 했다. 왜, 어째서, 아이들은 옥쌤 말을 더 잘들을까. 조금 억울(?)하기도 했다.’(경이 형님)

“그게 세월이지. 나이 먹으면 다 된다.”

노련타 싶은 선생들도 어디 처음부터 그러하였을까요.

 

그리고 ‘다좋다’.

뭔가 새해소망과 닿아있는 걸 하였음 좋으련

약간 삐꺽거린 모양입니다.

그래도 그것 역시 뭔가 또 의미가 있었을 테지요.

모두를 위해 멸치똥을 빼고,

벌레 먹은 밤을 가렸다지요.

“덕분에 맛있는 국물 먹겠다, 고마워.”

‘열린교실 때 ‘애들 통제가 안 되는 것’이 뭔지 경험했다. 굉장히 특별한 경험이었다. 전에는 통제 못하는 쌤은 능력이 없는 거라고 생각했는데 취소한다. 엄청 당황스러운데 말도 안 나오더라.’(해온 형님)

“해온아, 이제 시작일지니.

그런데 아이들한테 이기려는 순간 진다.

통제하려는 순간 통제 당하지.

그럼 어떻게 해얄까.

앞으로 네 숙제일지니.

그 새로운 길에 첫발을 들였음을 축하해!”

이번 계자는 해온이의 새끼일꾼 입성기간이랍니다.

 

점심을 먹고 아이들은 눈썰매장으로 향합니다.

흐흐흐, 그 재미를 말로 어이 할지요.

낼부터 추워진다는데 혹 바깥활동이 덜할까 하여

실컷 타기로 임시한데모임에서 의견을 모았던 바.

아, 어제는 kbs에서 다녀갔고, 오늘은 mbc에서 함께 했습니다.

한 곳만 한 허락이었으나 다른 곳에서 그냥 온 바람에

이렇게 의도하지 않은 두 탕을 뛰게 되었네요.

다행히 아침과 저녁 서로 다른 시간대라

상도덕윤리(?)는 비껴갈 수 있었습니다, 하하.

청주 mbc 에서 온 아저씨는 삽질이 얼굴보다 미남이었다는 소문.

아무래도 아이들이 밭 아래로 툭 떨어지기라도 할까

큰 둔덕을 만들어 제어토록 했던 게지요.

군대 간 사람이 절대적으로 필요했던 삽질이었다는데,

기표샘도 희중샘도 빨래 돌리고 장작 패느라 합류하지 못해

(눈썰매의 열광 뒤엔 뒤란의 그런 열심 있었노니. 새끼일꾼 성재도 장작을 나르고)

아저씨 삽질이 절대적이었던 것.

이쁜 사람은 어딜 가도 그리 이뿝디다.

고맙습니다.

그런데, 정작 아이들은 그걸 넘으며 더 재밌어 하였다나요,

윤호의 스키점프를 시작으로.

그게 아이들!

 

그런데, 눈썰매장은 꼭 그 기능만 하는 게 아닙니다,

아이들과 하는 모든 활동이 그러하듯.

‘아이들이 재미를 찾는 지점은 어른이 상상한 것과 참 다르다. 썰매를 타는 것보다 썰매타는 길을 만드는 것이 좋았다고 한다. 확실히 놀이를 찾아다니는 존재이다. 아이들이란...’(아리샘)

그런 겁니다.

때로 정작 상자 안에 든 선물보다 상자가 더 재밌는 아이들.

그게 아이들!

그들을 이해하면 삶이 얼마나 유머러스해지는지.

내려오던 마지막 아이들 윤호 건호 유진 정원들은

첫날 만들어두었던 눈사람을 굴리며 내려와

밑에다 다시 나란히들 세웠다지요.

 

우리끼리 하는 비밀 이야기도 하나 발설할까요.

해온이와 자누는 한 집에 삽니다.

눈싸움을 하다 감정싸움이 되었네요.

집안싸움은 집에 가서 하라할 참인데

저들이 눈밭에 뒹굴다 나왔습니다.

어느 순간 카메라가 돌아가고 있으면 알아차리고

너무 챙피했더라나요.

촬영이 그리 기여도 합디다요, 하하.

 

“아이들이 이제 안 도와줘도 잘 타서...”

이제, 샘들의 눈썰매가 아주 날아다니기 시작합니다.

썰매를 몇 개씩 연결하여 봅슬레이 수준이었더라나요.

‘오늘 눈썰매를 정말 제대로 탄 것 같다. 어제 개척해 놓은 눈길에서 슝슝 내려갈 정도로 탔다. 발목이 아픈데도 타는 게 너무 신나보여서 탔다. 순간 나도 아이가 된 기분이어서 완전 동심으로 돌아간 기분이었다.’(은희샘)

‘또 눈썰매를 타러가서도 아이들이 자유롭게 탈수있게 되었을 때 쌤들이 눈설매를 타게 되었는데 그게 또 신이나서 열심히 탔었던 것 같다. 아이들과 지내면서 점점 나또한 아이들에게 동화되어 순순해지고 있고 한편으로는 아이들에게 더 잘해주지 못해 미안하기도 하다.’(태환샘)

‘... 개인적으로 구들더께 시간이 없어 아쉬울 뻔했는데 아이들보다 더 재미있게 눈썰매를 타서 자는 시간이 아깝지 않았다...’(화목샘)

‘오늘 점심 먹기 전까지는 너무 피곤해서 낮담도 자고 싶고 지쳐있었는데 아이들이랑 눈써러매 탄 게 너무 너무 재밌어서 그 뒤의 활동부터는 잠도 안오고 기운이 났습니다. 오늘은 애들보다 더 신나게 눈썰매를 타고논 것 같은 생각이 들었어요...’(혜라샘)

시간이 지날수록 애어른 구분이 안 갑니다요.

더 가면 아마도 아이들이 어른들을 돌볼 겝니다.

아이들 안에 살고 있는

마음 넓고 배려심 많고 사랑 많은 그 어른들이 나오는 게지요!

 

아이들이 많이도 웃었지만 한편 여러 곳에서 울기도 했습니다.

첫날은 그리운 집으로 우는 아이가 있더니

이제 드디어 관계 안에서 웁니다.

집이 아니라 바로 지금 여기 현장에서, 현재에서 말입니다,

싸워서, 아파서, 상처받아서.

그리고 남은 날들에서 우리는 그것을 풀며 갈 것입니다.

시간과 시간 사이, 그 전이시간에 얼마나 많은 역사가 이루어지는지.

어쩜 어른들이 안내하는 속틀보다

그 칸과 칸 사이 선이 더 많은 이야기를 담는지도 모릅니다,

더 의미 있는.

이곳에서 전이시간을 아주 크게 생각하고 여유 있게 두는 까닭이지요.

아이들은 끊임없이 놀이를 만들어내고

바로 그 전이시간에 선을 보입니다.

뜀틀과 인간게임기도 그리 나왔지요.

마루에는 난로 하나 있습니다.

밤 혹은 기온이 아주 내려가는 낮에 틈틈이 돌리고 있지요.

세상에나! 난로가 꺼져 있을 때

아이들은 그걸로 뜀틀을 삼기 시작했습니다.

복도를 달려와 탕 뛰어오르는 겁니다.

그걸 막으니 이제 샘들을 엎어놓고 한다나요.

인간 게임기는 벽에 바람을 막으려 끼운 매트리스를 넘어뜨려

그 위에서 프로게이머가 말하는 대로 병기가 되어 서로 싸우는 겁니다.

게임기가 없으니 그리 게임기를 만들고 노는 아이들,

그게 아이들!

 

“하자!”

아직 밥은 멀었고,

아이들은 몸이 좀 녹았고,

우리가락은 그리 시작되었습니다.

아, 신명!

화목샘, 피곤한데도 같이 그냥 치게 되더랍니다.

승혁샘, 역시 ‘처음’ 해봤는데 재밌더라나요.

촬영을 하던 두 분이 시키지도 않았는데 평가를 다 했지요,

짧은 시간 공연까지 가는 게 신기했다 합니다, 최고였다고.

큰희정과 태은이는 자겠다고 나갔다가

너무 시끄러워 잘 수 없다며 돌아왔다가

오른손으로 치다 왼손으로 치고 졸고 하더라나요.

태환샘 신나서 박자도 안 맞춰 치는데

기표샘이 자꾸 눈치를 주었다네요.

그래도 마냥 신나더란 태환샘, 눈썰매도 그랬다던.

우열의 징은 살짝 엇박이었지만

그게 또 나름 재미를 주었습니다.

‘신명이란 이런 것이 아닐까. 귀가 먹먹해지도록 신났다.’(아리샘)

그런데, 일정이란 게 어디 모두에게 늘 딱 좋기만 하던가요.

소외도 않고, 부정도 있고, 뭐 그렇습니다.

‘우리가락 때 마음은 별로 였다. 내가 애 그렇게 참여를 걱부했었었는지 참 그때 쌤들한테 죄송하다. 나도 하기 싫어하는 애들을 보고 그런 느낌을 받았다.’(해온 형님)

 

저녁 때건지기, 작은 소동이 있었습니다.

양말을 신지 않은 진이를 인교샘이 양말 신고 와야 밥 주겠다 했네요.

그저 웃을 일이었는데, 그걸 꾸중이라고 생각했던지 한바탕 울었습니다.

“사람들 많은 데서 무안했구나...”

그 마음이 헤아려지니 일어나 밥 먹으러 갔지요.

운 것이 뭐, 어디 딱 그 한 까닭이기만 했을까요.

눈썰매장 다녀올 적 내려와서야 장갑을 잃은 걸 알아

소민샘과 눈밭을 다시 오른 고단함도 있었을 게고,

이곳의 누적된 불편함도 있었을 것이며...

어쨌든 울만큼 울면 사람은 다시 일어섭니다.

 

저녁밥상.

밥은 모두를 즐겁게 합니다.

밥라지 1호 인교샘, 2호 정환샘.

정환샘은 원래 밥바라지 도움꾼이었으나 대등한 자격 2호로 승격.

그의 활약이 종횡무진입니다.

“내가 파트너 복이 있다니까!”

인교샘 목소리가 높지요.

세상에나, 그렇게까지 해낼 줄 몰랐습니다, 몰랐지요.

‘저녁에 참치전이 나왔다. 인교쌤이 정말 좋아졌다.’(해온 형님)

그 와중에도 정환샘,

‘... 여학생과는 수다를, 남학생과는 레슬링(?) 비스무리한 혈투를 벌이며 놀’(정환샘)고,

‘순수함이라 해야 할까... 남자애들이 저를 마구 때리는 게 안쓰러웠나 봅니다...’

남자애들한테 야단치며 말려준 태은이한테 감동 받고,

한편 부모가 없는 아이의 마음 어루만져주기도 했더랍니다.

얼마나 듬직한 예비교사인지.

 

풍성한 노래와 손말 뒤의 한데모임.

신발문제로 어른과 아이들이 첨예하게 다툽니다;

어른들이 통로에 벗어두는 신발이 아이들을 불편케 한다, 어쩔래,

그런 이야기.

그럴 수밖에 없게 된 것에 이해를 구하고

좋은 방법을 같이 찾고...

‘한데모임 시간에는 꽤나 사소한 주제로 30분 넘게 토론을 했다. 잘 들어줘야 하는 건 맞는데 지루해서 중간에 놓쳤다... 그래도 그런 게 주제로 나온다는 게 그것보다 중요하게 안 좋은 일이 없었다는 거니까 나쁘지 않았다.’(해온 형님)

그런데, 사소한 문제가 아닙니다.

자신의 문제가 되면 결코 사소하지 않지요.

그래서 아이들은 그리 진지했던 겁니다.

그 무게로 볼 줄 아는 게 바로 교사로 가는 길일 테지요.

“그 길에 첫발을 내디딤을 다시 축하함, 해온.”

그리고, 저들(저희들 세대도)도 애 때 그랬습니다.

그 지리한 말들 우리가 다 들어주었습니다요.

“이제 네들이 그거 해야지.”

여느 계자라면 읽고 꽂지 않은 책방 책들이 날마다 문제일 것을

이번엔 책방관리자들(우열 현진 성빈 태희)도 있고 하니 잘 돌아가는 모양!

 

대동놀이,

겨울밤이 놀래도록, 고래방이 떠나가도록.

‘하니 좋다. 아이들 에너지에 매번 놀란다. 하루종일 지치도록 놀고 밤까지 놀아야 그게 채워질 정도... 그 에너지를 나도 받는다.’(아리샘)

그래서 우리 몇 어른들만으로 계자가 안 됩니다.

새끼일꾼들이 그 사이에서 그 에너지를 빼 주어야도 하고,

그래서 샘들이 많아 여러 군락을 이루어 에너지를 계속 받아주어야 하고,

그래야 그나마 저 아이들을 따라갈 수가 있다마다요.

 

자는 시간이 더뎌지고 있습니다.

오늘은 모두 샤워를 좀 하기로 했습니다.

씻기 싫은 아이들도 아랫도리는 씻자 하지요.

아이들 잠자리 입술도 적셔주고,

바셀린을 발라도 줍니다.

의외로 심하게 튼 아이들이 많네요.

더 일찍 챙겨주지 못해 미안했다는 경이 형님.

그리고 잠자리에서 책 읽어주는 샘들, 혹은 이야기를 들려주는.

 

샘들 하루재기.

열린교실에서 정원을 한정하는 것의 의미,

왜 우리는 한데모임에서 그토록 질기게 말하고 듣는가,

세밀하게 물꼬를 이해하는 시간이 초입에 있었고,

이어 또 하루를 함께 보낸 아이들 이야기를 공유했습니다.

‘아이들이 날이 갈수록 물꼬에 적응해 가는 모습이 눈에 보인다.

주엽이가 더 이상 울지 않는다. 저녁 설거지때는 샘들이 시키기 전에 먼저 빗자루를 들고 청소를 했다.

태희는 날이 갈수록 발전(?)하고 있다. 저번에 카레를 먹을 때는 옷에 카레를 흘리고, 입에도 카레 투성이였던 것 같은데, 이번에는 깔끔하게 품위있는(?) 모습을 보여줬다.

...

도영이와 해찬이는 형님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해찬이는 샘들없이 먼저 애들을 씻기고, 아이들을 도와주고 있다. 도영이는 눈썰매장에서 아이들을 밀어준다. 뭔가 쉽게 일을 맡길 수 있는 아이들이 있어 편하다. (예를 들어 저녁에 애들 재우기나 등등...)

성빈이는 자꾸만 샘들을 때렸는데 설득을 했더니 알았다며 더는 샘들을 때리지 않겠다고 한다. 내가 아이의 진로에, 미래의 생각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생각하니 섬뜩하고 더 열심히 해야겠단 다짐이 들었다.’(하다 형님)

어제는 류옥하다가 그러데요,

새끼일꾼이란 게 하면 할수록 맘을 써야하는 일이구나.

 

태희가 지난 번 보다 훨씬 전체 속으로 더 잘 들어온다지요.

건호가 날이 갈수록 자리를 잡아가며 차분해진다 합니다.

셋이만 놀던 초아 진 은정이 조금씩 자신들의 세계를 나오고 있다는 소식.

한 시설아동이 나날이 모두와 어부러지고 있다네요.

새끼일꾼 첫발 해온이는 추위와 청소에 익숙해진답니다.

6년 자누가 보이지 않게 어린 아이들을 건사하네요,

원체 그런 아이인 줄 알지만

어쩜 저리 생색도 잘난 체도 않고 그리할 수 있는지.

이런 아이들은 정말 부모가 궁금해집니다.

우리 윤기 얘기도 빼놓을 수 없지요,

맘결이 어찌나 고운지 누군가 도움이 필요하면 먼저 움직입니다.

성빈이도 그렇군요, 누군가 아쉬워하면 내가 귀찮아도 내 몸을 쓰는.

샘들이 놓친 자리를 7년 정인이 해찬이 도영이가 메워줍니다.

아이들이 산골 생활에 나날이 익어가고

그 속에 우리 어른들도 깊이 배우며 날을 넘기지요...

 

뒤란 보일러 앞엔 기표샘이 이 밤도 지키고, 낮엔 소사아저씨지요,

기표샘이 힘이 들까 꽤 늦게까지 샘들이 함께도 하고,

내일은 기온 다시 떨어진다는데,

또 어떤 하루일지요...

계자에 어디 들먹여지는 아이들만 있고, 들먹여지는 샘들만 있을까요.

희중샘처럼 드러내지 않고 구석구석을 살피는 든든한 큰 움직임이 있듯이

아이들도 저마다 제 움직임을 그려내고 있다마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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