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산, 산.

다른 어떤 것 없이 그저 오르는 것만으로 충분히 훌륭한 배움터.

그래서 가는.

비 내려도 눈 날려도 땅이 흔들려도 가던 걸음입니다,

그만큼의 가치가 있기 때문에.

하여 나흘 동안

해건지기며 대동놀이며로, 또 좋은 먹을 거리로 몸도 만들고(?).

 

동트기 직전 영하 22도.

오늘 우리는 산을 갈 수 있을 것인지.

이른 아침 샘들이 김치김밥을 쌉니다.

희중샘 지휘아래 가방을 꾸리고,

거긴 아이들이 갈아입을 속옷과 양말과 장갑과 수건,

화장지와 약품과 물과 버너와 먹을 것들이 들어있습니다.

 

밥을 먹고 안내 모임을 하지요.

언제나 이야기가 동행하는 산오름입니다.

오늘은 ‘마루산’ 이야기.

마루산 아래는 할머니 한 분 살았지요, 마음 후덕한,

집 없는 아이들에게 집이고

엄마가 없는 이들에게 외가이고

마음이 힘든 이들에게 따끈한 밥인.

그래서 그 품엔 오는 이들도 많기도 합니다.

어느 날 그곳에 모이는 이들이 같이 산을 오르기로 했지요, 마루산.

근데 영희네는 냉장고를 다 비워오기라도 했는지 먹을 것을 어마어마하게 실어오고,

철수네는 백 명은 해먹을 수 있겠는 가재도구를 챙겨오고,

영수네는 ...

마음을 내서 온 것들이 너무 많아,

그걸 들고 산으로 갈 수 없잖아요, 더구나 겨울산을.

그래서 할머니가 수를 냈지요.

할머니의 큰 집은 지붕도 그만큼 컸습니다.

“뭐 멀리 갈 것 있어, 여기가 산이다 하면 되지.”

할머니는 커텐과 이불홑청과 천이란 천은 다 꺼내 이어 붙여

커다란 천을 만들어 지붕을 덮었습니다, 마치 마루산처럼.

모다 거기 모여 하룻밤 놀았더라지요,

별이 쏟아지던 밤을 지새우며.

그런데 하나둘 자다가 일어나 집으로 돌아갔다나요,

할머니 코고는 소리에 말이지요.

사토 와키코라는 일본 작가가 한국에 관광 왔다가

민주지산 아래 물한계곡 놀러를 와서

마루산 아래 그 할머니 이야기를 듣고 그림책을 그렸더라나 어쨌다나요.

믿거나 말거나.

 

“자, 우리들의 오늘 산오름은 어떨까요.

마루산은 마치 마루처럼 평평하다는데...”

아이들이 술렁입니다.

“우리도 뭐 멀리 갈 것 있어. 학교 지붕으로 가지.”

“지붕이 어떻게 생겼어요?”

“평평해.”

“마루산이네.”

“그래, 그러자.”

“올라가면 사다리를 치우고 내려오지 마요.”

“그래, 그러자, 산에 들어갔다 나오는 시간만큼 그렇게 사다리를 치워두자.”

“화장실은...”

“거기 한 귀퉁이에다 만들지, 뭐.”

“길도 만들어요.”

“집도 지어요.”

나갑니다.

거기 올라가 마을을 만들어도 재밌을 테지요.

가지 않은 길을 누가 알겠는지요.

그걸 미리 재단 할 건 또 뭐랍니까.

재미가 없다면 그건 그것대로 의미가 있을 겝니다.

옥상 위 마을 만들기 프로젝트쯤 되려나요.

 

그런데, 지붕을 타고 오르니, 으윽,

그 사이 쌓인 눈이 너무 단단해 얼음구들을 이루고 있었습니다.

가장자리 난간을 다 채우다시피 하고 있었지요.

누가 지나다 곁에서 툭 치면

그대로 미끄러지며 땅으로 곤두박질치겠는 겁니다.

위험타, 위험타,

하여 우리는 마루산을 향했더라지요.

언 공기를 가르며 우리 그예 겨울산에 들어갑니다.

‘대망의 산가는 날.

당황했다, 옥상으로 간다고 했을 때 산은 꼭 가자고 하시던 옥쌤이 그런 계획을 가질 줄 몰랐다.

항상 산가기를 좋아하지 않았는데, 옥상으로 간다 하니 웬지 모르게 아쉽고 산에 가고 싶었다. 민주지산에 비하면 언덕수준이었지만...’(경이 형님의 하루재기 가운데서)

 

마당에서 복장검사부터 합니다.

아니나 다를까, 꼭 그런 녀석 있지요,

신발이 허술하거나 장갑을 끼지 않았거나.

단도리들을 하고 학교를 나섭니다.

대여섯 시간쯤의 산행이 될 것입니다.

길이 없는 곳에 길을 만들며 모험을 떠날 것이지요.

곰이라도 만나면 잡아오겠지요.

“곰으로 국을 끓여!”

“곰탕이다, 곰탕.”

 

산 들머리, 빠진 토끼털이 모여 있었습니다.

“누가 다녀갔던 게야.”

누구의 흔적일까, 발자국은 이미 또 내린 눈에 묻혔습니다.

아이들의 수런거림.

곰사냥을 오른 아이들에게 긴장감과 흥미가 일고...

 

열두 고개를 넘던 예년의 산오름에 견주면야 길이 수월해야겠지요.

눈이 여간 높지가 않았습니다.

산길을 가늠하며 선을 그어봅니다.

들어가면 깊지만 그래보아야 마을 뒷산.

산은 산에 사는 존재들의 집,

남의 집에 들어설 때의 예의들,

우리들이 혹여 서로를 잃어버렸을 때의 신호들을 챙기고

우리는 한발씩 숲에 듭니다.

“저보다 앞에 가면 초코파이가 사라지는 마술을,

 희중샘보다 뒤에 오면 김밥이 사라지는 마술을 보실 수 있지요.

 뭐, 마술을 보고 싶으면 그리 하시도록!”

 

은희샘과 혜준이 나란히 산을 오릅니다.

씩씩한 혜준이의 걸음은 곁에 있는 이들을 즐겁게 합니다.

혜준이의 팬클럽 회장 성재 형님도 덩달아 유쾌합니다.

그런데 첫 번째 깔끄막에서 은희샘,

넘어진 혜준이를 버텨주지 못하고 같이 넘어져 못내 미안해했지요.

1지점 능선에서 먹는 초코파이와 오예스.

이 맛에 온다는 아이들.

그래, 평지에서 이게 무슨 맛난 것이겠는지요.

 

능선을 따라 길은 계속 됩니다.

고라니들이 밟은 길이 안내가 되지요.

그들은 최적의 길을 너무나 잘 알고 있습니다.

태은이 곁엔 소민샘이 걷고 있습니다.

씩씩합니다.

나뭇가지를 찾아 지팡이로 쓰며 올라가기도 하고

노래를 부르기도 하지요.

“곰 발자국이에요!”

큰 발자국을 보며 신기해도 하고,

“샘, 저기 봐요!”

경치를 보고 감탄도 하고.

태희 곁에는 태환샘,

샘은 좋겠습니다, 태희가 끊임없는 들려주는 만화 이야기.

“굉장히 자세하고, 신나게 설명을 하더라구요!”

퀴즈까지 내며 재밌게 올라갔다지요.

 

저긴 7년 해찬이와 일곱 살 종근이가 산행 벗이 되고 있네요.

7년 도영 정인 해찬이와 6년 자누가

새끼일꾼 못잖은 몫들을 해내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이들조차 막상 새끼일꾼에 이르면 한결같이 하는 말,

“이렇게 많은 일을 뒤에서 하는 줄 몰랐어요!”

그런 겁니다, 처지가 돼봐야 압니다.

그렇다고 또 다 처지가 된다고 꼭 다 아는 것도 아니지요.

눈이겠습니다, 통찰의 눈, 그리 보려면.

 

산오름에서는

안에서만 봐왔던 모습과는 또 다른 ‘나’를 꺼내놓게 합니다.

내 안에 있는 다른 내가 나와 산을 오르고

늘 지내왔던 이들을 떠나 다른 관계에 놓이기도 하고

그렇게 우리는 새로운 서로를 만나보지요.

그리고 자신과 마주하기도 한답니다.

 

꼬랑지의 희중샘 곁엔 건호가 걷습니다.

질문 하나 답변 하나,

그러다 건호는 혼자 질문하고 혼자 답변하며

끊임없이 재잘대고 있답니다.

건호는 그 힘으로 산을 갑디다요.

 

2지점은 다시 고개 하나를 넘고 다시 조금 오른 지점,

어느 이의 무덤입니다.

죽은 자들의 집은

그렇게 산자들의 쉼터가 되어서도 덕을 나누더이다.

이곳까지는 울렁산도 검은산도 노박산도 이어진 길이지요.

“와 본 것 같아요.”

기억을 해낸 아이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온통 눈으로 덮힌 산으로 가물가물.

“자, 일어나 볼까요.”

오래 쉴 수가 없지요, 내려가는 체온을 막아야 합니다.

눈도 벌써 신발 안으로 들어와 있습니다.

눈을 털어내고 다시 개미 떼들처럼 긴 줄이

눈, 눈만이 전부인 것 같은 산을 다시 오릅니다.

 

가파란 길을 얼마쯤 오르고 또 다시 이어진 능선.

그때, 아, 고라니!

1지점에 오를 적에 본 한 마리에도 우리 웅성거렸는데,

살진 고라니 네 마리가 고구려 벽화의 한 장면에서처럼

멀리 왼쪽에서 나타나 앞으로 다시 오른편으로 달려가는 겁니다.

광활한 만주벌에라도 서있는 것만 같은, 우리를 둘러친 병풍!

윤호 현진 정원 우열들이 함께 보았네요.

장관입디다.

 

드디어 마루산!

영하 9도, 바람 좀 부니 체감온도는 더 낮겠지요.

마루 같으니 정상이란 느낌이 별 들지 않는.

인교샘이 빌려준 등산용 버너로 손발도 녹이고

물도 끓여 마셨습니다.

그찮아도 선배 하나가

이번 겨울 산오름은 제발 버너라도 챙겨가라 간곡했더랍니다,

혹 아이들 저체온증이 들까 하여.

날이 좀([조옴]) 추운 이즈음이어야지 말이지요.

고맙고, 좋습디다. 그거 하나 정말 장만해야겠습니다.

그런데, 진이 발이 따갑다 울먹입니다.

희중샘이 손난로로 발을 데워주고 양말도 갈아 신겼지요.

“배고파요!”

김밥을 펼칩니다.

너무 맛있다며 손가락을 치켜드는 작은 희정이.

그러나 아무래도 찬 기온에 찬 김밥이 여름만큼 팔리지는 않습니다.

“하다공주가 먹는 김밥이야.”

류옥하다의 넉살에 다시 날개 돋친 김밥.

어제 우리들 연극의 주인공 말입니다.

어, 그런데, 건호의 저 분노는 무엇이지요?

“나쁘잖아요. 남자샘들은 계속계속 가방을 혼자 계속계속 매고,

 여자 샘들은요, 막 가방을 바꿔 매요! 안 맨 샘들이 많아요.”

“야아, 네 일도 아닌데 네 일이나 좀 신경 써라.”

정의감 충만 우리 건호입니다.

그런데 그 건호,

그게 자신의 문제가 되면 그 균형이 달라진단 말이지요.

그걸 어떻게 가르쳐준다지요?

 

떠날 때가 되었지요.

서둘러 내려옵니다.

발이 쉬 회복되지 않는 진이,

그러나 울먹이면서도 잘도 내려왔지요.

기특합니다, 장합니다,

모든 아이들이 다 그러하지만.

초아랑 은희샘, 저 위에서 눈썰매를 타고 내려오네요.

그런데 이어서 내려오는 혜라샘과 예은이와 그만 충돌!

어, 그 위로 윤기가 썰매를 타고 내려올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아아악, 내려오지 맛!”

동시에 소리를 지른 모두였지요.

그리고 한바탕 웃어제낍니다.

태은이는 미끄럼을 타며 내내 신이 납니다.

나뭇가지에 옷이 걸려 바지가 찢어졌는데도

미끄럼을 타고 또 타는 일곱 살.

일곱 살들이야말로 산사람들입니다.

그저 신나게 신나게 낑낑대며 올랐고,

그저 미끌미끌 신나게 내려왔습니다.

 

기슭 가까이 양지는 그래도 눈이 좀 녹아

더러 맨땅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그건 마을이 멀지 않았다는 뜻이고

우리들의 산오름이 끝에 이르고 있다는 말이기도 하지요.

마른 잎들 위로 미끄럼을 타고,

다시 경사진 무덤 마른 잔디 위로 데굴데굴 굴러 내려옵니다.

볕 좋은 무덤가에 다리쉼을 하며

또 기어올라 구르고 구르는 아이들.

어른들도 못잖던 걸요,

짝을 이뤄 껴안고 구르기까지 하였더랍니다.

화목샘과 승혁샘은 현빈이와 현진이까지 안아

넷이 한 덩어리로 굴러 내려옵니다.

희중샘도 윤호를 안고...

그런데, 정원이가 사탕이 그만 통째로 넘어가

가슴이 막혀했네요.

다행히 곧 괜찮아졌습니다.

 

그리고 우리 앞에 나타난 물꼬의 보물!

“아아아아아아...”

산을 울리는 아이들의 탄성이 이어졌습니다.

이것이 있지 않으면 산오름이 얼마나 허사냐 싶기까지 한 곳,

마치 보상처럼 우리 앞에 펼쳐진, 언 저수지 위로 눈 소복이 쌓인 저수지.

애고 어른이고 할 것 없이 뛰어들어

구르고 끌고 밀고 던지고,

그러다 눈 맞고 삐져 투덜대고 싸우고...

성빈이도 혜라샘한테 눈 맞고 삐져서 투덜대다 다른 애들과 다투고,

건호도 또 누구랑 부딪히고,

우열이 여기서도 흥을 어찌 못해 소리 질러대고...

초아 진 은정이를 시작으로 저수지 안에 작은 스케이트장을 만듭니다.

둥글게 눈을 싹싹 밀어 얼음판만 내미는 거지요.

거기서 발레를 하고 스케이트를 타고 아이스하키를 하는 아이들.

한편 한 무리는 모여앉아 남아있던 김밥을 또 먹고,

이제야 찬 귤을 꺼내 나눠 먹고 있었습니다.

아주 해질녘까지 놀겠는 모두였지요.

 

다섯 시간여의 산오름이었습니다.

돌아온 아이들이 줄줄이 샤워를 합니다.

큰희정이 아이들 닦아도 주고 옷도 갈아입혀주고,

애 많이 썼습니다.

다 씻은 아이들 뒤 어른들은 녹초가 되어

잠시 퍼져있기도 하였지요.

소민샘도 그렇게 여자방에 잠깐 누웠는데

일곱 살 유치원 동문들의 습격!

놀아달라며 몸 위로 올라타 깔아뭉개고

발 냄새 공격으로 숨도 못 쉬게 하는데,

아이들 좋아하고 성격 좋은 소민샘,

그 소란에 덩달아 깔깔깔.

아이들은 끼리끼리 수다도 떱니다.

어느새 새로운 관계들이 형성돼 있고

그렇게 관계망이 커져 있습니다, 산오름의 힘일 테지요.

한 아이의 고백도 있었습니다.

친구를 때려 응급실에 가고 경찰서에 간 이야기.

자기가 생각해도 자기가 문제인 것 같다 합니다.

그러나, “이젠 거기서 나올 거예요.” 하는 아이.

“그래, 나와라, 나올 수 있다마다.”

도움이 필요하면 말 하여라, 달려가마,

그리 물꼬 있겠습니다.

 

저녁 때건지기.

잡채며 맛탕이며 인교샘과 정환샘이

아주 만찬을 차려낸 밥상이었더랍니다.

그런데도 성빈이와 윤기는 저녁을 안 먹었습니다.

아직 남아있던 김밥, 산에서 내려와 한껏 먹었더랬거든요.

 

한데모임.

산에 왜 갔는가,

굳이 이 겨울 우리는 안에서 할 수 있는 많은 것들 놔두고 왜 산에 들었는가 물었고

저마다 대답들을 합니다.

산에서 있었던 일들도 나누지요.

‘곰사냥, 이렇게 위험하게까지 해야 하나 싶었는데 그만큼 값진 경험을 했으리라 믿음’(승혁샘), 아이들도 그러했던 겝니다.

겨울산에 들었고 우리는 내려왔습니다.

영하 9도의 바람 부는 날 말입니다.

사는 일이 만만찮습니다.

우리 그 산을 그리 걸어갈 것이고 거쳐 나올 것입니다.

거기에도 아름다운 풍광 함께 하고 있을 것이니

가장 고통스러운 순간, 눈을 들고 보기!

위로는 우리 삶의 곳곳에 우리를 위해 그리 예비되어 있을지니.

그리고 우리는 고통만큼만 고통스러워하리라,

때로 힘들 때 그것이 지닌 고통의 크기보다 더 많이 느끼는 어리석음을 지니지 않더뇨.

지날 거다, 오늘 우리 걸음처럼 그리 다 지날 게다,

그리고 그 끝에 가슴 활짝 펴고 당당히 선 자신이 있으리라 하지요.

 

방을 옮겨 ‘촛불잔치’.

이번 계자의 전체 갈무리가 있었습니다.

큰 희정이 시간이 너무 짧다며, 막 정이 들었는데 떠난다고

울먹이기 시작했습니다.

아이들도 저마다 살아낸 닷새를 돌아봅니다.

모다 장합니다.

모다 애쓰셨습니다.

모다 고맙습니다.

 

고래방으로 가 ‘강강술래’ 이어졌지요.

“손치기 손치기 손으로 친다고 손치기...”

하는 둥 마는 둥 하던 진이,

다시 손치기가 나오자 팔을 더 힘차게 뻗고 있습니다.

뒤로 몸을 쭈욱 빼고 있던 진이는

그렇게 앞으로 나오고 있었습니다.

겨울 한 가운데서 닷새를 지낸

우리 모두의 모습이기도 하겠습니다.

교사 하루재기에 ‘처음 해보는 것 재미有’라고 쓴 승혁샘,

강강술래도 그랬더랍니다.

승혁샘은 정말 여기서 처음 해보는 게 많습니다.

샘들에게도 좋은 배움터인 물꼬랍니다.

 

그리고 눈 위 마당에서의 장작놀이.

피운 불이 만들어내는 빛싸라기보다 더 많은 별들이 내려앉고...

모둠끼리 이어간 노래, 노래들,

애국가를 1절부터 이어간 것도 웅장(?)했지요.

윤호와 우열의 ‘연속 곰 세 마리’는 아주 분위기를 달궜더랍니다.

춥다며 안에 있는 진이 곁엔 태환샘이 공기놀이하며 함께 있었지요.

은정이도 어느새 합류.

뒤늦게 눈을 마주치고, 말을 섞고, 친해진 사람들이 어디 한둘일까요.

‘물꼬의 별빛 가득한 밤하늘과 아이들이 불 앞에 모여 노래하는 풍경이 정말 감동이었음.’(승혁샘)

생은 그렇게 소소한 기쁨들로 채워질지니.

군고구마로 한 인디언놀이를 끝으로

비로소 하루를 갰답니다.

 

잠자리.

어느 한 순간도 바람 자지 않는 아이들 세계이지요.

정원이와 윤호가 언성이 높습니다.

싸움은 아니구요,

서로 좋은 베개를 차지하려는 소란.

“좋은 베개가 어떤 베갠데?”

“제일 높은 베개요!”

별게 다 재밌는 아이들.

저들처럼 우리 어른들 삶도 그리 유쾌할 수 있지 않겠는지요.

 

샘들 하루재기.

닷새가 이리 훌러덩 갑니다.

밥바라지 2호 정환샘,

점점 바깥세상과 괴리가 생겼다나요, 하하.

학교 안에 있을 때야 넘치는 소문과 전령들로 소식을 접하지만

우리가 산에 들어간 것이야 가마솥방에서 그 소식을 어이 알까요.

“아이들이 첫날이랑 어떻게 달라지는가...

 체벌 않아도 보이는 변화들...

 이게 물꼬의 힘, 마력인 것 같습니다.”

‘이번 물꼬를 통해서 많은 것을 배웠지만 특히 나 자신을 좀 더 알 수 있는 시간이었다.’

태환샘은 하루재기에 그리 쓰고 있었지요.

그렇습니다.

스물네 시간을 온전히 함께 하며 드러나는 자신과 마주할 밖에요.

‘고등학교 근현대사 선생님께서 이런 말을 하셨습니다. “추억이 있다면 나쁜 길로 나아갈 수 없다. 인생을 살며 고민될 때 항상 그 추억을 되짚으며 바로 서라고. 이번 계자를 통해 일주일 동안 아이들과 함께 하여 그 말씀이 어떤 말씀이었는지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소민샘)

우리가 여기서 늘 하는 말,

‘빛나는 기억이 우리를 밀고 간다’,

그럼요, 그럼요!

 

“오늘은 샘한테 부탁 좀 해야겠습니다.”

“그찮아도 당연히 준비했습니다.”

밤마다 맡아오던 샘들의 밤참 일을

오늘은 밥바라지 1호 인교샘이 맡아 줍니다.

무엇보다 날밤을 새며 불을 때야 하는 밤입니다.

기표샘이 일 있어 하루를 일찍 돌아갔지요.

예정되어 있던 일입니다.

정환샘이 하겠다고 했지만, 듬직한 그이지만,

밥바라지에 집중하는 것만으로도 그의 역할 충분하지요.

“그저 하루이니 샘들 좀 쉬고, 산까지 다녀왔는데,

 제가 하는 게 좋겠습니다. 어차피 아이들 기록도 좀 해야 하고.”

서로에 대한 마음씀이 또 고마운 밤이었습니다.

그것도 물꼬에서 서로에게 더 많이 길러준 힘인 듯합니다.

 

우리 곡주도 좀 기울였네요.

욕들 봤습니다.

참 건강한 젊은이들!

요새 어느 누가 이렇게 한 주를 오직 아이들을 위해 저(자기)를 이리 쓰겠는지요.

하지만 자신을 기꺼이 쓰며 크게 얻은 건 정녕 자신인 줄 우리 아다마다요. 

가르치는 것이야말로 가장 깊게 배우는 길.

“저는 우리가 젊은 한때 꾸었던 혁명이 다른 게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세상을 건강하게 바꾼다면 그게 혁명 아닐지요.

 여기서 사람들을 잘 훈련시켜 세상으로 침투시키는 겁니다.

 그러면 세상이 더 좋아지지 않겠냐 말입니다.”

흐흐, 목소리가 격앙돼 있었지요.

교원대 같이 열심히 공부하는 예비교사들이

물꼬의 이런 경험까지 더해진다면, 그렇게 제도로 진출한다면,

우리 교육의 장이 얼마나 풍성해지겠는지요.

후배들 꼬박꼬박 잘 보내라 일렀습니다.

물꼬에도 보탬이고, 교사가 되려는 이들에게도 보탬이지요.

 

“아직 계자 끝나지 않았어.

 내일 하루가 더 있음을 잊지 않기, 긴장 놓지 않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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