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느 때라면 해건지기를 할 시간,

우리들은 이불 안에서 뒹굴었습니다.

이번 예비 실타래학교는 그렇게 느슨할 것입니다.

뭐, 예비라는 말도 붙었고,

계자를 끝낸 이후여 여유로이 가고자 하지요.

 

“요강 없어요?”

“맞아, 좋은 생각이다!”

아이들은 어제 방 앞에 요강을 두었습니다.

이곳에서 겨울에 홀로 묵어보기도 했던 성빈이의 요청이 있었지요.

아침, 류옥하다가 그걸 비웠습니다.

8학년 형님 하다는 날마다 오전 세 시간을 아이들과 보내기로 합니다,

청소도 하고 놀기도 하고.

 

아이 하나가 바지에 오줌을 쌌습니다.

지난 계자에서도 두 차례나 그랬던 아이.

방문 앞에 요강을 두었지만

바지를 내리는데 시간이 걸렸던가 봅니다.

하다가 챙겨서 데리고 내려와 옷도 갈아입히고

난로 위 주전자의 더운물을 가져다 씻기기도 하였지요.

고맙습니다.

 

연탄재 깔기,

고추장 집 뒤란 연탄보일러실 앞에서부터 장순이집 앞까지.

얼지 말라 고추장 집 틀어놓은 수돗물로

비질비질 삐져나온 물이 비탈에 얼음길을 만들었기

소사아저씨는 아침마다 연탄재 깨 깔고 있습니다.

“엉? 건호가? 왜?”

저들끼리 다투었고

삐진 건호, 소사아저씨 곁에 알짱대다

같이 연탄을 깨고 있었던 게지요.

너른 학교는 이래서 또 참 좋습니다,

좁은 집에서라면 이런 갈등을 자꾸 얼굴보고만 해결하려 들었을 것이니.

언젠가 이곳에 사는 아이가 그랬습니다,

넓어서 참 좋다고,

그래서 혹 얼굴 보고 불편할 때 어느 공간이든 들어가 있을 수 있다고.

그렇기도 하겠습니다.

 

간식 설거지는 아이들이 하고 있습니다.

류옥하다가 아이들을 데리고 같이 깔끔하게 부엌을 정리해두었습니다.

고마울 일입니다.

아이들은 한바탕 옷을 갈아입고 빨래도 했지요.

 

오후엔 마음 살피는 ‘실꾸러미 시간’이 있었고,

그림을 매개로 썼더랍니다.

더한 얘기는... 모르시는 걸로!

 

“어, 사과잼이 바닥이네.”

저녁 밥상을 준비하고 있을 적 아이들은

사과를 자르고 흠집을 도려내고 씨 부위를 잘라냈습니다.

얼른 얇게 썰어 바로 끓였지요.

내일 먹을 호박죽도 끓일 준비를 합니다.

단호박을 벗기라 감자칼과 함께 주니

일이 됩디다요.

 

저녁을 먹고 함께 날적이를 쓰고

방에서 오래 콩닥거리다 잠자리로 들어간 아이들.

 

오늘 종이를 접다가 문득,

아하, 욕심도 이렇게 접는 것이겠다 싶은 생각이

어둔 방 빛줄기처럼 지나갔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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