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14일 불날 흐림

조회 수 1264 추천 수 0 2004.09.21 23:06:00

< 때 아니게 날리는 꽃잎, 꽃잎들 >

어제부터 기를 쓰고
한 보름을 놓고 있던 밀린 글이며 일들을 좀 하고 있지요.
해서 날이 밝아오는 걸 보고서야 잠이 들었는데
눈을 뜨니 아이들은 벌써 이불 개켜놓고
가만 누웠는 저를 에워싸고 있습디다.
누구 하나 깨우지도 않고서 말입니다.
일어나서 아이들 하나 하나 머리를 묶어주는데,
아주 오래 함께 산 피붙이같은 감정이 밀려들데요.

한국화는 목련을 치고 있는 요즘이네요.
산천에 핀 진달래꽃같이 늘여놓은 정근,
나비같은, 철쭉같은 꽃들로 채운 채은,
펄펄 날아오를 것같은 공중의 새처럼 한껏 자유롭게 그려놓은 류옥하다,
자기를 누르는 것도 같은 단정한 꽃들로 채운 혜린,
단아한 물 위의 수련같이 줄세워놓은 예린,
움직이는 곤충들이 모여있는 듯 뵈는 령이 그림,
바위취 꽃잎을 닮은 혜연의 목련,
겨우겨우 꽃이 된 듯도 하고, 언잖은 일이라도 있는 듯 뵈는 날선 꽃의 채규,
떨어져나간 듯하던 꽃잎들이 용케도 가운데로 자리를 잡은 도형이의 꽃,
그 꽃잎들이 날리고 날려서 화사한 이곳이랍니다.

배추밭 벌레잡기는 오늘도 농삿일의 큰 몫입니다.
단순하게 살기로 작정했다는 열택샘이지요.
“지금 제 삶의 목표는...”
“안때리기!”
예린이가 얼른 받았습니다.
웃음 가라앉을 줄 몰랐던 한데모임이었지요.
예, 열택샘이 지금 오직 집중하는 건 배추밭 벌레 잡아내는 거랍니다.
하다 하다 보면 끝이 뵈겠지요,
저들이 추위야 이길라구요.

아이들은 오늘 마지막 달려있던 포도들을 다 따내렸더이다.
먹다 먹다 즙도 내겠지요.
지난 삼짇날부터 해오던 거대한 포도밭일이 그리 끝이 났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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