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15일 물날 갠 듯 하다 비 오락가락

조회 수 1419 추천 수 0 2004.09.21 23:07:00

< 감나무 >

집터를 고르고 닦느라 출출해진 아이들입니다.
꽃피는 봄이 오면 지어낼 우리 아이들 집을 위해
작은 집짓기로 연습을 시작한 이번 학기거든요.
뭐가 되긴 되려는지, 원...
감나무 아래로 몰려갔습니다.
어린날 워낙에 나무에 살아서
밥 때마다 불러내리기 귀찮아라셨던 외할아버지는
집이라기엔 뭣하지만 널빤지를 올려 나무 위에 집을 지어주셨더랍니다.
“어, 어, 어...”
장대끝에 끼워 마지막 제 손아귀까지 내리는 것도 재주고
아예 나무에 올라 가지 끝에서 달랑거리며
익은 감을 손에 살짜기 실어오는 것도 감따는 제나름의 재주겠지요.
아차 하는 순간 놓치면
그만 쏟은 죽처럼 퍼져버리는 홍시.
김남주의 절창 아니어도
김준태의 빛나는 감꽃시가 아니어도
매달린 것으로 충분히 시고 소설인 감들 아래 입벌리고 섰습니다.
“샘, 저기요, 저기!”
혹 나동그라질세라 령이는 저를 받쳐준다고 발 아래 따라 오르고
정근이랑 채은이랑 채규는 추임새처럼 나무 위로 소리를 올립니다.
아이들에게로 쏟아져내리는 가을 햇살, 물든 나뭇잎, 이 골바람,...
예, 가을입니다.
갈무리 해서 간다 하여 가을이라지요.
그렇게 감이랑 밤이랑 호두랑 연일 주워대고 있답니다, 이곳.

아, 혜린이가 집터 기단을 쌓을 돌을 들다
그만 손가락이 찧었지요.
아무래도 새 손톱 보아야겠습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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