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3.19.불날. 오후 흐림

조회 수 998 추천 수 0 2013.03.29 15:46:40

 

꼭두새벽에 울리는 전화,

2004년 산지를 우리에게 팔고도

2006년 당신들 앞으로 등기를 해둔 장본인인 문중 대표자입니다.

분할측량에 대한 이의제기였지요.

“내가 물어보니까...”

어제 측량에 입회한 이장님께 먼저 전화를 넣어보셨나 봅니다.

“그러니까, 무덤이 몇 평이야?”

무덤 30평을 빼고 샀던 땅인데,

그만큼 확보된 게 맞느냐는 거지요.

“지적공사에서는 평수를 먼저 계산하기보다

무덤을 중심으로 무덤이 훼손되지 않게 말뚝을 박았습니다.”

인정을 하겠느니 못 하겠느니 씨름을 하다

결국 이제 등기를 넘겨주겠노라 결론 내리십니다.

 

“있다 10시까지 대서방으로 와요!”

“법원에서 뵙지요.”

“법원?”

“법무사한테 안 맡기고 저희가 하려구요.”

아동발달센터 나갈 일이 있는데,

당신 시간이 이때 아니면 안 된다 못 박으시기

별수 없지요, 언제 또 무슨 건으로 문제를 삼을지 알 수가 없으니

말난 김에 하자 싶어 열 일 제치고 달려갑니다, 센터에는 다른 교사에게 부탁을 하고.

군청 민원실 앞에서 문 열기 기다렸다 들어가

계약신고하고 취득세내고 초본 떼고

법원 가서 미리 서류 작성.

요새는 얼마나 친절하게 도와주는지 굳이 법무사에 대행하지 않아도 됩니다.

드디어 문중 대표자로 있는 옛 이장님과 만났지요.

“내 바쁘니까 얼른 도장 찍을 곳만 말해요.”

미리 준비해 달라 부탁한대로 도장과 서류 가지고 와

직접 당신 도장 필요한 부분에 찍고 가셨네요.

 

그런데, 문중 땅은 하도 분쟁이 많아,

왜냐하면 실체가 없기 때문이라지요,

문중 사람들끼리 하는 분쟁도 부지기수,

하여 깐깐하게 할 수 밖에 없다는 등기계의 사정이 있습니다.

가령 대표자 ○○○라고 되어 있고

그 아래 참석명부에 그 사람 주민번호와 주소, 그리고 도장이 있어도

○○○ 바로 옆에 주민번호와 주소를 적고 또 도장을 찍어야 한다는 것.

그 도장도 빠졌고,

종중회의록 가운데, 결의한 내용이 있어도 ‘결의’라는 말이 없으면 다시 작성해야 한답니다.

“또 있네요. 두 장짜리 문중회의록은 간인이 있어야 합니다.”

하여 중간에 문중 도장을 지니고 계신 현 이장님이 문중 서류 하나와 문중 11명의 전원 도장을 다시 들고

법원을 방문합니다.

“땅은 당신(문중 대표자, 옛 이장님)이 팔고, 잔일은 남이 하라 하고...”

우리 이장님, 툴툴거리시며도

번거로운 일들에 바로바로 움직여주고 계십니다.

“저희 사정이 건축허가 문제로 절차가 급한데요,

일단 접수하고 서류를 보완하는 걸로...”

등기계에서도 물꼬 사정을 헤아려 그리 해주기로 했지요.

고맙습니다.

이리하야 서류 재검토와 보완서류가 다 들어가야겠지만, 일단락!

 

마을에 몇 되지 않은 젊은이들, 그래야 40대 후반,

그 가운데 성길 아저씨가 산판일을 하다 그만 톱에 다리를 다쳤다 합니다.

며칠 전이었다지요.

읍내 나간 길에 들여다봅니다.

성길 모 한선자 아주머니도 아파서 대처 나가 있는데,

얼마나 걱정 많으실지요.

아주머니께도 전화 넣어 안부를 전합니다.

“봄이라 해야 할 일이 많은데...”

성길 아저씨 아주 애가 타고 있었습니다.

마을로 들어오다 보면 성길 아저씨네 버섯동이 몇 동이나 있는데

한 동이 쓰러져 저건 또 언제 세우나 싶더니,

이 봄 참말 걱정 태산이겠습니다.

덩달아 애가 탑니다요.

 

밤, 이장님 댁.

요새 아주 출근부 도장을 찍고 있습니다.

등기계에서 다시 연락이 온 보완 요구 서류와 도장 부탁.

같이 갔던 아이가 돌아오는 길에 그럽니다,

어제 일기장에도 그리 썼다고,

집마다 그 집의 온기가 다 다른데,

그 댁의 푸근함이 참 좋다 합니다.

좋은 어른들 성품이 만든 온기이겠지요.

내 집도 그러한가를 자문합니다...

 

한밤, 지난 가을학기 내내 씨름하던 달골 옹벽공사 건으로

공사업자와 긴 통화,

오늘 전화 주기로 했는데 왜 안주느냐 문자 넣었더니 온 전화였지요.

뭐 책임지고 망을 설치하든 어떤 조처든 하겠으니 믿어 달라 합니다.

믿어 달라니 기다려보지요.

아무렴 그 지경을 해놓고 나 몰라라 하겠는지요.

강원도 현장에 있다 하니 일단 다음 주 달날 통화하고 건너오기로 합니다.

그때 아무래도 하자공사에 대해 문서(날인하여)로도 남겨야겠지요?

 

이 밤도 개구리 늦도록 울다 이제야 지쳐 자나보네요.

뿌연 하늘, 희미한 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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