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6. 4.불날. 맑음

조회 수 774 추천 수 0 2013.06.23 01:04:14

 

자정, 건너오는 소쩍새 울음!

 

더웠습니다. 6월이니까요.

그런데 5월도 그리 더웠더란 말이지요...

 

손톱 밑이 시커멓습니다.

어제까지는 포도순 물이었고,

오늘은 머윗대를 벗기고 든 물입니다.

마늘쫑도 한통 잘라 넣어두었습니다.

내일 장아찌를 담으려지요.

계자 때 잘 먹겠고나 합니다.

저녁답에 이웃에서 살진 버섯을 주었습니다.

버섯농사가 많은 이 골짝입니다.

그저 일손 잠깐 도왔는데...

부지깽이도 일어서서 손을 거드는 농번기,

날 갑자기 마구 더워서 과실 농사가 바쁩니다.

대는 대대로 썰어 다시국물용으로,

머리는 머리대로 썰어 말리기로 합니다.

얼른 썰어 채반 셋에 펼쳐 널었지요,

일에 밀리다 여러 날 또 흘러가고 말면

곰팡이 피고 버리는 놈 또 여럿일 것이라.

 

지난 가으내 공사하고 다시 이 봄에 휘말린 달골 뒤란 문제.

여러 날 전에 다녀간 한 건설회사에서 온 소식입니다.

쉬운 일이 아니어 아무래도 설계용역을 따로 주어야할 것 같다는 결론.

그와 함께 시공방법이 나오는 거고,

그 다음 견적이 가능하겠다지요.

일단 설계 쪽 사람들이 내일 들어와 보기로 합니다.

가까운 곳에서 목조건축하는 벗도 낼모레 토목업자와 들어와 보기로 합니다.

규모에 대해 미리 좀 알고자 다시 전화가 들어왔더이다.

“다른 업자가 한 공사라 명백하게 손 턴 공사가 아니면 쉬 덤비려않는데...

원 업자가 공사포기 했어요?”

“내용증명을 보냈는데...”

“답장이 안 왔어요?”

기존 토목업자에게 시한을 정해주었고, 그 시한이 지났습니다.

답을 받았건 안 받았건 그것으로 충분하다 변호사로부터 들었습니다.

그리 전합니다.

“그러면 일 시작하기는 문제없겠네...”

 

늦은 밤 논두렁이자 품앗이인 한 후배의 하소연을 듣습니다.

5.18에 대한 견해차로 연인과 결국 헤어지기로 했다지요.

그리 헤어진 이가 어디 그들뿐일지.

그로부터 들은 ‘홍어택배’가 기가막힙니다.

아, 극우파 일베(인터넷 사이트 일간베스트 저장소)들...

아무 생각 없는 게 더 무섭다더니...

옛 상무관에 안치된 5·18 희생자들의 관 사진을 끌어다가

‘배달될 홍어들 포장 완료’라 했다던가요,

‘광주 홈쇼핑 장사 잘 되네’라며.

옛 전남도청 광장에 숨진 채 죽어 있는 시민군들의 사진 밑에는

“아따 마 오늘 햇살 보니 날씨 직이네.” 했다 합디다.

이럴 수는, 이럴 수는 없는 겁니다...

 

 

이집트 사막의 한 마을에

 

이집트 사막의 어느 마을에

다리가 마비된 소녀가 있었다

양을 치며 명랑하던 소녀는

학교에 보내지고 난 어느 날

갑자기 다리가 마비되었다

 

소녀의 아버지는 깊은 사막의

수도자가 살고 있는 암자로 데려가

우는 소녀를 문 앞에 두고 가버렸다

 

수도자가 노을 진 사막 길에 물을 길어오다가

울고 있는 소년을 보고 물었다

누가 널 여기 데려다 놓았느냐?

 

아빠가 날 버리고 가버리셨어요

 

수도자는 무릎을 꿇고 소녀의 눈을 보며

일어나 쫓아가 아빠를 붙잡아라! 하고 말했다

그 순간 소녀는 아버지를 찾으러 달려갔고

그리하여 그들은 함께 집으로 갔다

 

두려워하지 마라

일어나 너의 길로 달려가라!

 

(참사람의 숲에서 박노해 2013 06 04)

 

살고 싶게 하는 글을 쓰고 싶었습니다.

오늘 그의 글이 그러하였습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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