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27일 물날 맑음

조회 수 1320 추천 수 0 2004.10.30 15:11:00
나무하러 갑니다.
집도 짓고 땔감까지 덤으로 얻는 거지요.
산기슭 밭이 이제는 낙엽송 숲이 된, 20년 묵힌 밭입니다.
어찌나 우거졌던지 길을 내며 한 발 한 발 들어가는데
다섯 살 성준이 네 살 규민이도 따라나서서
꼬리가 길기도 하였지요.
젊은 할아버지와 준형샘의 안내로 겨우 길을 잡아는 놓았는데
나무를 쓰러뜨리려면 아무래도 아래 물꼬 포도밭에도 길을 내야겠습디다.
(아, 새로 얻은 포도밭이랍니다.)
두 어른이 이리저리 더 살피는 동안
우리는 감나무를 기어올라 남은 감을 털고
우리 지은 농사 포도즙도 마시고
춘향가 한대목도 주고 받았습니다.
밥 때 맞춰 내려오는 길,
언제나처럼 우리 손에는 땔감으로 잘 쓸 긴 나뭇가지들이 들려있었지요.
하느작거리며 가을햇볕을 어깨에 매처럼 얹고들 언덕을 내려갑니다.
령이가 앞서고 류옥하다가 끄는 꽃수레가 앞에 갑니다,
학교마당에 옮겨 심을 공작초를 가득 싣고
노래처럼 꽃수레가 갑니다.

오후에도 묵은 밭에 갔습니다.
우리 포도밭 끝자리 묵은 밭과 만나는 자리께
죽은 포도나무들을 걷어내고 빈자리를 닦아 나무를 넘기자 하였지요.
가지를 위해 매두었던 철사줄도 끊고
포도나무를 지탱하던 지주대도 치우고
개망초에서부터 이제는 거죽만 남은 키큰 풀들을 다 눕히며
해지도록 밭을 치워냈더랍니다.

요새 물꼬는 뜨개질 열풍입니다.
올겨울 해는 정말 짧기도 하겠습니다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이름 날짜sort 조회 수
398 12월 1일 물날 찌푸림 옥영경 2004-12-03 1734
397 11월 30일 불날, 흐림 옥영경 2004-12-03 1497
396 11월 30일-12월 1일, 양상현샘 오시다 옥영경 2004-12-03 1367
395 11월 28일-12월 5일, 낙엽방학 옥영경 2004-12-03 1452
394 11월 28일 해날 맑음, 학교 안내하는 날 옥영경 2004-12-03 1273
393 11월 27일 흙날 맑음, 밥알 반짝모임 옥영경 2004-12-03 1230
392 11월 26일 쇠날 눈비, 덕유산 향적봉 1614m 옥영경 2004-12-02 1461
391 2005학년도 1차 전형(?) 60여명 지원! 옥영경 2004-12-02 1265
390 11월 25일 나무날 맑음 옥영경 2004-11-26 1509
389 11월 24일 물날 흐림 옥영경 2004-11-26 1333
388 11월 23일 불날 맑음, 도예가 지우 김원주샘 옥영경 2004-11-26 1759
387 11월 21일 해날 맑음 옥영경 2004-11-26 1389
386 11월 22일 달날 맑음 옥영경 2004-11-26 1294
385 11월 20일 흙날 맑음 옥영경 2004-11-26 1346
384 11월 17-9일, 건축학과 양상현샘 옥영경 2004-11-24 1613
383 11월 19일 쇠날 맑음 옥영경 2004-11-24 1375
382 11월 17일 물날 흐림 옥영경 2004-11-24 1385
381 11월 18일 나무날 맑음 옥영경 2004-11-24 1332
380 11월 16일 불날 맑음 옥영경 2004-11-24 1342
379 11월 15일 달날 맑음 옥영경 2004-11-24 1352
XE Login

OpenID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