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촘촘히 내리는 아침.

 

배추를 뽑았습니다,

저걸 어째 그냥 두냐 지나는 여러 어르신들이

학교 밭뙈기를 보며 꼭 한 마디 던지고 가시던.

사정이야 늘 있는 거지요.

그걸 다 뽑지 못하고 있는 우리 처지의 애탐이야

어디 당신들의 답답함에 견줄까요.

청소년계자 김치를 좀 이르게 담아놓는다 하고

낼은 그 배추를 소금물에 담그리라 합니다.

 

황간 광평농장에 손 보태러 가기로 한 날입니다.

여름 일정 앞두고 학교 일도 바쁜 7월이고,

마을도로 확포장 준공식에 대한 회의도 있어 점심에야 갔지요.

오는 10일에 마을에서 준공식을 하는데

150여 분의 식사 준비를 부녀회에 맡겨왔습니다.

장 보는 일이며 음식규모를 잡고 왔더랬지요.

바삐 포도봉지를 함께 쌌습니다.

우리 포도농사에선 손도 대보지 않았던 일을,

그때는 수업이며 대외업무만으로도 일의 규모가 워낙 컸더랬지요,

이제야 넘의 밭에서 싸보았더랍니다.

“뭘 좀 주나...”

뒤적이시며 생선이랑 잔뜩 또 챙겨주셨습니다,

늘 손 보태고 또 보태도 모자란 것을...

 

아, 달골 뒤란 얘기도 하나.

지난번에 조정환샘이 소개해준 토목업자와 상황이 어찌 되나 물으셨지요.

달골 뒤란 절개지 문제 말입니다.

어마어마한 금액에 대해,

그리고 그게 최선인가에 대해 들었던 회의이며,

그 다음 다른 곳들과 상황을 살펴보았던 일들을 전했습니다.

“결국 일은 하나도 진척 없이 그리 사람들만 내내 다녀간 거지...”

듣고 있던 선생님은 다시 다른 분을 소개하셨습니다.

내일 오전 다녀가기로 하지요.

 

돌아오니 또 온 어머니의 택배.

남도의 어머니는 이번 여름을 수박 보내기를 일삼아 하고 계시답니다.

에고, 마라고 해도 하실 것이니

잘 나눠먹자 하지요.

덕분에 마을에서 여러 도움 나눠 주시는 분들께 인사도 좀 넣을 수 있겠습니다.

 

진짜 자존심은 잘못을 인정하는 용기,

오늘은 한 벗의 메일에 씐 구절 하나가 마음을 후려칩니다.

자신의 잘못들을 꼽게 되는 거지요.

교사로서도 늘 서툴고,

삶 안에서 늘 서툴며,

교사로서 늘 모자란,

그리고 공동체 구성원으로서 부족했던 지난 시간들에 낯이 뜨거워집니다,

어제오늘만 그러했겠습니까만.

잘못했습니다, 잘못했습니다, 잘못했습니다.

미안합니다, 미안합니다, 미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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