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7. 9.불날. 가끔 흐림

조회 수 675 추천 수 0 2013.07.26 10:20:12

 

새벽 5시, 마을은 제초작업 한창이었다 합니다,

내일 마을행사 하나 앞두고.

 

고속도로는 비.

황간 나들목을 내려서니 말짱했지요.

대해리는 더욱 말랐습디다.

마을 어르신 몇 분과 영동읍내로 장을 보러 가기로 했습니다.

내일 대해리 도로 확장 준공식이 있지요.

부녀회에서 150여 명의 점심밥상을 차리기로 했습니다.

 

사람살이가 그렇지요.

마을 안에서도 나이 드신 여자 분들과 젊은(그래야 50대) 사람들의

소소한 갈등, 이라기는 그렇고, 약간의 마찰이 있어왔습니다.

새댁(시집온 지 30년이 지났어도)들이 하느라고 해도

어르신들은 젊은 사람들이 못마땅하고,

잔소리하는 어르신들이 젊은 사람들은 또 싫고...

그 가운데 딱 선 저입니다.

학교 울타리가 있으니 마을 안에서 그리 크게 부대끼며 산 것도 아니라

어쩌면 그 갈등에서 자유로울 수 있어

일종의 가교가 되며 부녀회장 일을 이번 임기에 보기로 하였지요.

굳이 어떤 일을 끄집어내고 앞뒤를 듣고 풀고 하는 방식이 아니라도

일하는 구조 속에서 갈등을 해결해내는 법을 찾을 수도 있을 겝니다.

장보러 가는 일도 그 가운데 하나인 셈.

그러니까, 장은 말 많은 할머니들을 대동하고 가고,

일은 젊은 사람들과 하는 겁니다.

일 나눔도 그게 최선이고.

“고사리 넣어야지!”

굳이 비빔밥에 고사리 꼭 넣어야 한다십니다.

뭘 꼭 해야한다가 많은 어르신들이지요.

그런데, 내 생각과 달라도 그거 그리 하면 되지요.

크게 사투를 벌여가며 견지해야할 가치관이 아니라면

까짓것 당신들이 원하는 대로 상을 차린들 뭐 어떤가요,

설혹 품격이 떨어지더라도.

‘내 생각대로’, 그것이 갈등의 큰 뿌리 아니더이까.

그리고, 어른들은 말입니다,

어르신들을 바꾸려하면 안됩니다,

어디 바꿀 수 있습디까, 살아온 세월에 그 굳기가 얼마인데,

차라리 우리 젊은 생각을 바꾸는 게 더 싶습니다요.

 

저녁답에 고구마밭에 들었습니다.

기어코 맸지요.

풀이 아주 숲을 이루고 있어

지나다니는 사람들 보기가 다 민망했던 밭입니다.

소사아저씨는 무언가로 늘 분주해

거기까지 손이 미치지 못하고 있었던 게지요.

드디어 풀에 가렸던 고구마 잎들이

그곳이 그들의 땅임을 말해주게 되었습니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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