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3일 물날 쪼금 흐림
지난 계자 그토록 원성 높던,
“니들이 벌목을 알아?"가 있었지요.
품앗이일꾼들이 준형샘 앞세우고
낙엽송을 베다 날랐더랍니다.
(아니, 준형샘한테 끌려서?)
“여기 있는 사람 모두 같이 해 봐야 돼.”
어찌나 강도 높은 노동이었나를 열심히 설명하느라
이근샘은 얼굴 벌개서 외쳤더라지요.
그 나무들에 오늘 우리 애들이 붙었습니다.
낙엽송 껍질을 벗겼지요.
웬 가시는 그리 많은지
잘 뵈지도 않는 미세한 것이
장갑을 낀 것도 무색하게
우리들 손등 손바닥만 아니라
앉은 엉덩이로, 댄 무릎으로, 건드렸습니다.
그래도 우리 집이 되고 우리 살림이 될 것이기에
툴툴대어도 나무는 껍질이 벗겨져 나갔더라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