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7일 해날 맑음

조회 수 1280 추천 수 0 2004.11.19 18:31:00

오늘은 "왜?"라는 제목으로 호숫가에 앉았습니다.
전쟁과 평화에 대한 얘기쯤이었겠습니다.
이 지구 위에 얼마나 많은 전쟁이 있었던가,
우리는 날마다 얼마나 숱타게 다른 이와 싸우며 사는가,
그것들은 왜 일어나는가,...
싸움을 않기 위해, 관계의 평화를 위해 나는 무엇을 할 것인가,
정말 무엇을 할 수 있을 것인가도 살펴봅니다.
잘 써놓으면 아이들을 윽박지를 때 이만저만 고마울 일이 아니겠지요.
"(낮은 목소리로 길게) 펴엉화(평화)!
자네가 그랬잖아, 놀려도 받아들이겠다고."
뭐 그렇게...

혜린: 양보하겠다. 채규가 그걸 가지려고 하면 주겠다.
채은: 누가 시비 걸고 싸움 걸어도 울지 않겠다.
하다: 맞는 대로(때리는 대로) 맞겠다, 채규형이 싸움을 걸어도.
예린: 글쎄...
혜연: 누가 놀려도 받아들이겠다.
정근: 사랑하겠다.
채규: (남이 거는데 싸움 안할 재간은 정말 없지만 적어도)
먼저 싸움을 걸진 않겠다.
도형: 시비 걸면 참아본다.
령: (고개 절래절래 흔들며 씨익 웃고)...
나현: 남이, 채규와 도형이가 싸우면,
그 사람이 왜 싸우는지 이유를 알아서
(비난하지 않고)이해해(평화롭게)주겠다.(평화에 적극적으로 기여하겠다)

또 영락없이 '나'를 마주하는 거지요.
"그를 그 성정대로, 생겨먹은 대로 받아들이겠습니다."
저 역시 아이들 앞에서 다짐합니다.
마침 요즘 저를 젤 많이 훈련시키고 있는 부분이었거든요.

아이들 노래 부르던 햄버거를 만들었습니다.
도형이부터 와서 빵을 잘라줍니다.
오늘 저가 샘도움꾼이거든요.
하나 둘 부엌으로 들어서더니
고기 굽는 곁에서 재잘거리고
자잘한 일도 돕고...
햄버거 재료를 널어놓으니
겹겹이 취향대로 올리면서 아이들이 짓는 그 만족스런 표정이라니...
저런 소박함이라니...
나 역시 행복해서, 살얼음 위를 걷는 것 같은 행복 말고
아주 견고한 땅을 걷는 행복 말입니다,
이 넘치는 평화와 기쁨 속에 있어서 고맙고 감사한 또 하루였다지요.

저녁마다 제 양말 팬티 빠는 일에
스물스물 게으름이 일기에 딱인 추위입니다.
오늘부터는 같이 빨래터로 가자합니다.
구조의 작은 변화가 행과 불행을 가르기도 하니까.
우르르 같이 몰려가서 후라이팬놀이도 하고 수다도 떱니다.
"더 빨 거 없어요?"
"되게 하기 싫었는데..."
꼭 제 꺼 아니어도 빨고 널었답니다.

하늘나라로 간다는 전갈을 가져온 엄마의 꿈으로
뒤숭숭하고 무섭고 슬펐던 나현이,
그찮아도 집에 다녀오면서 몸져누운 엄마들 소식도 여럿 있었고,
오늘은 저녁모임에서 부모 존재에 대해 이야기 많았더랍니다.
"부모님께 무슨 일이 있다,
그러면 내가, 물꼬가 니들을 키운다."
이 아이들과 이 공동체의 관계가 그런 거였구나,
다시 뜨거움이 올랐지요.
사-랑-합니다, 이 아이들,
그리고 이 세상을 화기롭게 만드는 모든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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