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특보였던 어제보다 더 더웠다는데

산마을아래 학교에 있었으면 퍽 어려웠을 겝니다.

계곡 깊은 산에 들어가 있어 몸서리칠 만큼 더웠단 것도 몰랐더랬네요.

소문만 무성했던 더위,

산을 나올 무렵에야 헉헉, 벌써 기온이 달라 그제야 짐작한...

 

‘어기여차 넘어가자’.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바람이 부나

계자 닷새째 날은 산에 갑니다.

겨울에는 길이 없는 눈 속을 헤집고 갖가지 봉오리를 오르기도 하고

여름이면 민주지산을.

때로 그 길은 전설을 좇아가는 길이기도 하고

때로 그 길은 사냥이 되기도 하며

때로 그 길은 오직 수행자의 길이기도 하고...

 

새벽, 희중샘이 들어섰습니다.

앞서 문자가 왔지요, 곧 도착한다고.

코끝이 찡해진 감동!

그리고 금세 그가 나타났습니다.

‘물날 밤에 걸려온 전화 한 통... 해인이었습니다...

늘 제가 계자에 함께 하면 나무날에 있을 산오름의 준비들...

뭘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 하나하나 물어보더라구요...

그래서 기억나는 대로 몸에 밴대로 알려주었습니다.

그래도 성이 안찼는지... 바로 아부지께 목요일 하루 휴가를 달라 해서 허락을 받고

부랴부랴 짐을 싸서 영동에 입성했습니다.

마트를 마감하고 출발한 거라 영동에 도착하니 새벽3시.’(희중샘의 하루갈무리글 가운데서)

‘희중이가 오늘 아침 나타난 모습에 무한한 감동과 감사를 보낸다.

 물꼬 일이 잘 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이렇게 마음을 다해, 시간을 내주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

 그래서 감사하는 마음으로 열심히 살아야겠다.

 그리고 물꼬에 필요한 사람으로 필요한 자리에 있어주는 것이

 세상에 도움이 되는 일이리라.’(아리샘)

하여 이번 계자가 아이 열여섯에 어른 열여섯, 정말 1:1.

 

‘여섯시에 일어나서 김밥을 싸는데 김밥 싸는 게 처음이라 서툴렀지만 재밌는 경험이었다.’(장현샘)

‘비주얼만으로도 맛있어 보이는 김밥을 말았다. 아이들이 잘 안 깨고 산가기 싫다고 할 줄 알았는데 의외로 잘 일어나고 복장도 잘 챙겼다.

 시작부터 긴장이 좀 있었다. 버스 시간도 맞춰야 하고 대비해서 챙겨야 할 것들이 많아서이다.’(주인 형님)

 

8시에서 8시 30분에 사이에 먹는 여느 날의 아침밥과 달리 7시 30분 아침밥상.

‘처음 보는 아이들이 많았지만, 맛있게 먹으라며 먼저 말을 건네고 배식을 도왔습니다.

한 명, 두 명 배식을 받던 도중 낯익은 얼굴이 있었습니다.

나도 모르게 그 아이에게 나 처음 보지? 라고 물었을 때 그 아이는 아니요... 희중샘이잖아요 이리 답을 해주었습니다.... 미래였던 거지요.... 5학년 때인가 6학년 때 보았던 그 아이가 벌써 중3이고 키도 쑥쑥 자라서 물꼬에 온 것입니다. 오랜만에 만나서 반가웠습니다. 그 다음은 혜준이. 이러면 안 되는데, 딸 바보가 왜 되는지 일깨워주는 아이. 더 성장하고 이뻐졌더라구요.’(희중샘)

 

대문을 나서 2km 대해리 들머리 헐목으로 걸어 나가 물한리행 버스를 탑니다.

마을길을 걸으며 모두 길동무가 되어

다른 이의 이야기를 듣고 또 자기 이야기를 하는 소풍 길을 만들고 있었습니다.

‘...희중샘 다이어트는 언제 하시냐면서부터...(다이어트 한다고 말한 게 4년이 넘어서...) 미래의 일상들까지. 운동한다고 그러더라구요. 핸드볼 선수. 크게 올림픽 국대가 꿈이라지만,

일단 상비군?까지 가고 싶다네요. 그 조금 했던 아이가 키가 쑥쑥 자라 이제는 운동을 한다니...놀라울 따름입니다...’(희중샘)

아이들을 둘러싼 세계를 보다 많이 듣게 되는 시간들이지요.

산오름도 그럴 것입니다.

내내 함께 곁에서 뒹굴었어도

그 길에 새로운 얘기들이 있고 그렇게 새로운 관계들이 맺어질 것.

 

8:30 물한리행 버스에 오르고 곧 물한계곡 주차장.

산을 오르는 자의 자세, 산에 동행하는 자의 자세, 위험에 대한 대처,

그리고 맨 앞 옥영경보다 먼저 가면 김밥이 사라지는 마술을,

맨 뒤 희중샘보다 뒤처지면 파이가 사라지는 마술을 보게 될 거라며

그 마술 보고 싶으면 그렇게 하라 엄포 놓고,

우리는 산에 들지요.

 

여름마다 오르는 민주지산, 골도 깊고 그 만큼 깃든 이야기도 많습니다.

이번 여름 우리들이 산오름에는 ‘나무사나이’라는 전설이 동행합니다.

산 아래 화전마을에 홀로 사는 어미와 아들 있었고,

그 아들 장난이 심하고, 약간의 장애가 있었지요.

그러나 손으로 나무를 만지는 일 만큼은 누구도 따를 수 없는 재주를 지녔습니다.

한 목수가 절집을 지으러 가며 이 아들을 데리고 갔네요.

“그리고 어떻게 됐어요?”

목수는 홀로 남은 그 아들의 어미한테 아들의 세경을 주기로 했으나

주지와 함께 주지 않았습니다, 그래야 또 이야기가 되겠지요.

그 어미 굶어죽은 사실을 절에 찾아온 사람 편에 듣고

분노한 그 아들 자기 닮은 장승을 만들어놓고는

어디론가 사라져버렸답니다.

그 장승, 절에 찾아오는 이들을 낚아채고,

그 절은 폐허가 되고...

일시키고 값 주지 않는 고약한 이들이 있을 때마다

나무사나이가 나타나 그들을 낚아채 던져버렸네요.

지금도 민주지산 어디엔 그 절터가 있고

그 길로 가는 길목에 아직 나무사나이 있다 합니다.

일시키고 임금을 지불하지 않는 이가 있으면

나무사나이는 지금도 그들을 잡아가는 걸까요?

 

민서랑 은새랑 이런 큰 산 처음이라는데

같이 출발한 장현샘 그런 애들보다 자꾸 처지고 있었습니다.

제 깊은 걱정은 애들이 아니라 샘들이라니까요, 하하.

태환샘은,

‘선재랑 같이 출발하게 되었는데 선재가 너무 안 가려고 하고 천천히 가니 자연스레 맨 뒤로 처질 수밖에 없고 선재에게 희중샘을 초코파이괴물이라 하고 괴물보다 늦어지면 초코파이 없다하니 선재 앞으로 달려나갔고, 그 앞에 가고 있던 정윤이도 덩달아 무서워하며 뛰었는데 그 모습이 정말 귀여웠다’ 전했지요.

선재의 산오름에는 상규샘과 상협이의 동행과 격려도 한 몫 합니다.

그 곁에서 도영 형님과 희중샘도 큰 몫.

‘선재랑 같이 올라가기 정말 힘들었다. 의욕도 없고 체중을 모두 우리에게 실었다. 그래도 끝까지 포기하겠다고 하지 않은 선재가 대견하다.’(도영 형님)

‘선재는 느리지만은 끌어주면 잘 따라와서 혼자서도 힘차게 오르기도 하고 해서 많이 놀랐다. 중간에 포기할 줄 알았는데 많이 힘들었을 텐데 포기 안하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상규샘)

‘기운 내라면서.. 조금만 더 가면 도착이야... 정상에 올라가면 초코파이가 기다리고 있을거야 ....등과 같은 응원의 말을 건네주었는데, 돌아오는건 묵묵부답. 입에 단내가 날 정도로 혼자 떠들면서 선재랑 함께 올라갔습니다.’(희중샘)

건호가 선재 사이의 마찰도 있었네요.

그렇게 부딪히고 해결하고 그러다 또 다른 지점에서 마찰하고,

산길은 그렇게 고스란히 우리 삶을 관통하는 길 하나 되고

개개 특수의 길이면서 모두의 보편의 길이 되는 여정.

 

사탕을 가지고 아이들을 기다리는, 계곡 곁 1지점.

‘고작 두어 시간을 자고 올라가는 민주지산. 피곤할 법도 한데, 굉장히 쌩쌩 했습니다.

매번 제일 마지막에 올라가서 지점 마다 쉬는 텀이 짧고, 뒤쳐지는 아이들을 이끌고 올라 가야 하기 때문에 힘이 들었지만, 이번계자는 아이들 수도 적고 다들 씩씩하게 산을 잘 타서 수훨했습니다. 초반에만!’(희중샘)

재이와 진이와 건호는 지난주에도 이 산을 탔습니다.

“... 여기서 기다리면 안돼요?”

재이가 간절한 눈빛으로 말합니다.

진이와 건호도 흘깃흘깃 쳐다보고.

하지만, 우리가 다른 길로 올 수도 있고,

이쁜 우리 새끼들 누가 데려갈지도 모르고,

무엇보다 맛난 것들이 다 샘들 가방에 있는데 정상에 가서만 풀 수 있다,

하여 올라가기로 합의.

속으로, 참 대단하다 싶었지요.

건호가 나중에 그랬습니다, 지난주 갔더니 산이 더 가깝고 쉽더라지요.

내 맘도 그 마음이었노니.

 

이즈음에서 꼭 두꺼비 만나지요.

또 한 마리 우리 맞이를 나왔습디다.

고마웠습니다, 모습 드러내줘서.

“우와!”

“두꺼비 처음 봤어요!”

“야, 빨리 와봐, 두꺼비야, 두꺼비!”

사람 말고도 세상을 채우는 존재들이 얼마나 많은지.

‘내’가 아직 만나보지 못한 혹은 모르는 그 존재들은 또 얼마나 많을 것인지.

산오름은 새 우주 하나 만나는 시간이기도 하답니다.

 

계곡 속의 2지점.

희중샘이 선물로 가지고 온 초코바도 하나씩 먹었습니다.

지난 계자에선 아주 맛난, 아이들이 찾고 또 찾던, 복숭아만한 자두를 선물받았더랬지요.

‘선두 쪽에 있었는데 재이, 진이는 오, 산을 되게 잘 탔고, 나와 제일 많이 대화한 날이기도 하다.(어떤 마음인지 ‘영경족장’이 뭔지)

반석이와 많이 걷게 되었는데 잘 몰랐던 친구였다. 폭력적인 언어를 쓰지도 않고 자기가 물을 받다가도 더 어린 친구가 원하면 넘겨주기도 했다. 따뜻한 친구 같다.’(주인 형님)

‘상협이는 정말 자기표현이 확실하고 긍정적인 아이인 것 같다. 등산 막바지에 힘들다고 투덜되기도 하였지만 다시 물꼬를 오고 싶다고 하는 모습에 기분이 좋았습니다.’(상규샘)

그래서도 갑니다.

안에서 만나던 관계들이 그리 확장되고

또 만났던 이들과도 새로운 면으로 만나지요.

산오름의 과정은 다른 아무것도 안 해도 온전히 훌륭한 교육프로그램!

 

3지점은 능선길.

다 왔습니다.

산을 오른 어르신들이 아이들 대견해하다 잊지 않고 격려하십니다.

뒤에 오는 아이들을 먼저 이른 아이들이 힘을 북돋아주고.

150m 오르니 갑자기 시야가 확 트이면서 둥둥 산 바다에 우리 떠 있었지요.

정상!

여전히 잠자리 무수히 날고,

바람 달고,

사람의 땅이 저 아래로 까마득하고...

오른 자만이 볼 수 있는 풍광이 거기 있습니다.

가기 싫다, 쉬고 싶다 계속 투정이던 민서도 은새도

꼭대기에 닿아 탄성을 지르지요.

가다보면 그 끝에 이르기 마련입니다.

하다보면 분명 끝이 있습니다.

빨리 집에 가고 싶다, 도시로 가고 싶다는 툴툴이 선재랑 상원이도

정상에 발을 들여놓으며 눈에 들어오는 풍경을 한참 쳐다봅니다.

 

“점심부터 먹자!”

물꼬김밥, 맛있지 않을 수 없는 상황에서 그 기대를 결코 실망시키지 않는...

파이와 오이도 나오고.

그런데, 김치를 먹지 않는다는 선재와 야채를 잘 먹지 않는다는 여경이는

결국 물꼬김밥을 입에 대지 않았습니다.

다른 먹을거리들도 주지 않았으면 먹도록 했을 수도 있었을까요...

편견이 주는 안타까움은

그것이 다양한 세상을 만날 수 있는 길을 차단하는 벽이 되기도 하기 때문.

편식도 편견의 하나.

다시 와서, 배가 고파 아무거나 먹을 수밖에 없도록 뛰어놀 날 있길.

 

“와, 얼음물!”

비장의 무기 같은 얼음물 두 통!

계속 시원한 물길 따라 오르는 길이라

얼음물 챙기는 일이 그리 절박하지 않고는 하지요.

좁은 냉동실의 사정도 있고.

그런데, 지난 계자도 이번 계자도 희중샘이 얼려온 물을 마십니다.

서울에서부터 말이지요.

 

올랐으니 내려와야지요.

진이 윤성 무량 지훈 여경이가 바짝 뒤를 좇아 내려옵니다.

민서가 발목이 아파 힘이 잘 안 들어간다는데,

샘들 부축으로 무사히 내려섭니다.

정윤이, 힘도 들고 발목도 삐고 아프다는데,

그 작은 발로 올랐던 그 걸음으로 다시 내려옵니다.

내려오다 다리가 아프다며 주저앉은 상원이는

새끼일꾼 주인 형님이 일으켜 같이 걸었지요.

2지점 갈 때만 해도 힘들다, 엄마 보고 싶다, 울먹거렸는데

잘 내려오고 잘 즐기더라 합니다.

혜준이와 건호, 이것들은 또 얼마나 시끄럽던지요.

몇 차례의 계자에서 함께 했고,

지난겨울엔 예비실타래 학교에서 또 한 주를 같이 지냈습니다.

그렇게 방학이면 예서 만나며 오랜 세월을 자라들 온 아이들이 적지 않지요.

두두두두두두, 산이 떠나가라 총놀이를 하며 내려옵니다.

그런데, 어느 지점, 성진샘더러 먼저 빨리 앞 패를 좇아가라 했다던가요.

“저희도 이제 나이도 먹을 만큼 먹었고 먼저 가세요...”

그 먹었다는 나이 아홉 살과 열 살이랍니다.

음, 먹을 만큼 먹었군요.

 

아이들이 하나둘 바위 뒤로 나무 뒤로 잎새들 뒤로 들어가

쭈그려 앉습니다.

그럴 줄 알았다마다요.

그간 뒷간을 가지 않았던 녀석들도 기어코 볼일 보는.

산 오른다고 용을 쓰고 있으니.

그래서도 산에 간다니까요.

나오니 별수가 없는 게지요.

큰 애고 작은 애고 옷에 지린 아이들도 있고.

그런 게 아무런 흉일 것 없는 이곳입니다.

뭐 집 떠나 불편한 곳에서 그런 일이야 예사이지요.

그게 무에 대술라구요.

이곳에서의 교사는 그런 겁니다.

우아하게 앞에서 손가락질만 하는 선생이 아니라

아이들 곁에서 온몸으로 움직이는 사람,

오줌 싼 바지도 빨고 똥꼬도 닦아주고 똥도 치우고

설거지도 하고 밥도 하고 바닥도 쓰는.

이번에도 희중샘과 도영 형님이 계곡에서 한 아이가 지린 똥바지를 빨았습니다.

여분으로 가져온 바지로 갈아입히고

앞의 무리와 조금 떨어져서 씻을 만한 계곡을 찾아

아이는 아랫도리를 씻고 선생은 똥 묻은 속옷과 바지를 빨고...

 

시간이 여유롭지만 산 상황이 어이 될지 모르니

1지점까지는 바짝 걸음을 대두어야 합니다.

혹여 소나기라도 쏟아져 계곡이 불어도

거기서 산을 빠져나가는 건 그리 멀지 않으니.

하여 부지런히들 내려와 1지점 계곡에서 한갓졌지요.

물에 몸을 담그거나 물고기를 찾아보거나 징검돌을 오가거나 졸거나 수다를 떨거나

저마다 한여름 한때를 누리고 있었습니다.

그때, 진이가 고사리 잎을 머리에 끼우고 있는 게 보입니다.

다가가 같이 해보지요.

그러자 재이도 붙고 정윤이도 붙고...

우리는 그렇게 ‘영경족’이 되어 나무막대기도 하나씩 주워 풀로 엮고

먼 밀림으로 떠난 듯 불 피워 수프를 끓이고...

정토, 천국이 어디 다른 곳이겠는지요.

아름다운 한 때였더이다.

‘1지점에서 옥샘께서 발을 닦아주시는데 피로가 날아가는 기분이었고 감사했다.’(장현샘)

이 발로 저 산을 내려왔고나, 이 발로 아이들을 같이 건사했고나,

그 고마움을 아이들과 샘들 발을 닦아주며 비로소 쉬어도 보는 계곡입니다.

늘 여기 이르러 사람들 발을 닦아줄 때 이제 계자 다 끝났네 싶지요.

‘옥샘 발 씻겨주심. 대표 새끼일꾼으로 잘하고 있나 싶다가 문득 잘하고 있다는 확신 같은게 들었다.’는 해인 형님.

그런데, 물 만난 윤성이, 물을 자꾸 튀깁니다, 애 한테고 어른 한테이고.

좀 심했지요.

아이들이 말리고 어른들이 말렸습니다.

모두가 또 공부 한판 했지요.

내려오다 정윤이가 가진 지팡이를 뺏으려고도 했는데,

늘 남의 물건을 확 낚아채는 것도 분란의 원인 하나 되었더랬습니다.

그래도 첫보다 둘쨋날이, 둘쨋날보다 셋쨋날이 나았던 그입니다.

타인과 지내기 위한 최소한의 기술,

그런 것도 익히자고 오는 계자이지요.

 

낮 5:10 물한계곡 주차장을 떠나는 버스에 올라 10여 분 달려 내려왔고,

헐목에서 다시 학교를 향해 2km 걸었습니다.

더러 운이 좋으면 마을로 들어오는 차를 얻어 타기도 했고.

‘‘책임감’, 아이들을 무사히 인도해야 한다는 책임감은 무엇이든 할 수 있게 하는 원동력이 되었다. 평소에는 산탈 때 내 갈길 가기도 힘들어 끙끙대지만 책임감을 가지게 되고 나서는 내 길보단 아이의 길을 우선적으로 보고 아이가 쉬운길을 가도록 하기 위해 어려운 길을 걸어가는 등 책임감은 믿을 수 없는 큰 힘을 준다는 사실을 오늘 가장 많이 느낀 것 같다. 그리고 애들한테 감동한 게 다들 힘들다고 말하긴 했지만 포기하려는 아이가 없었다는 것이다. 힘들어도 김밥을 먹어야 돼, 초코파이를 먹어야 돼 등 다른 목적을 가지고 올라가긴 했지만 내려가려는 친구는 거의 없었고 모두 무사히 돌아왔다.’(태환샘)

팥빙수의 힘은 애들한테만 영향을 준 게 아니었습니다.

새끼일꾼들도 그것에 힘입어 올라갔다나요.

 

“얼음물을 옆에 놓고 마셔가며...”

산마을인데도 엄청 더웠던 날이었다 합니다.

우리들이 계곡을 끼고 산을 오르내리는 동안

학교에서는 아리샘과 소사아저씨 남아

아이들이 비운 자리를 정리하고 팥빙수를 준비하고 저녁밥상을 준비하고...

(밥바라지 성진샘은 아이들과 함께 산을 올랐더랬지요.)

‘일을 맡아봐야 그 일의 노고를 안다.

청소하면서 새끼일꾼과 품앗이의 노고를,

부엌일 하면서 부엌샘의 노고를...(나는 고작 한끼 준비하면서 손에 물집이 잡히고 오른쪽 어깨가 굳어버렸다.)

옥샘 안 계실 때 한데모임을 진행하면서 옥샘의 노고를...

모두 고생하고 모두 애쓴 계자였다.’(아리샘)

빙수를 세 그릇씩 비우고,

거기다 저녁밥까지 차곡차곡 쟁이고...

 

‘한데모임’.

우리는 왜 산으로 갔는가, 숙제를 가지고 갔었고 이제 숙제 검사 하는 시간.

진지함이, 그리고 이기고 돌아온 자만이 느낄 그 느꺼움으로 한마디씩.

그런데, 산에 간 까닭은 현장에 있었던 우리들만 아는 걸로!

읽는 분들은 아이들이 답변이 무엇이었을지 짐작하는 재미를 누리시길.

 

마지막 대동놀이 ‘강강술래’.

배워 익히고 하고, 또 배워 익히고 하고,

그렇게 전체 판을 짜고 다시 하나로 놀고...

고래방을 나서는 것과 동시에 마당에 피워진 장작불.

반석이가 흥얼거리는 ‘모닥불’ 노래가 여름 밤하늘에 은은도 하였지요.

“그런 노래를 다 안다니?”

“아빠한테 배웠어요.”

노래가 땅에 떨어지기라도 할세라

한 곡이 끝나면 바로 이어 다음 곡이 꼬리를 물고...

지난 닷새를 돌아보며 마음에 오고간 생각들도 나누고

밤의 광란, 인디언놀이가 이어졌더랍니다.

 

샘들 하루재기.

‘몸이 피곤하지는 않았다. 다만... 흠. 나는 학생으로서 참여자(?)라기보다는 안내자이며 선생님으로 민주지산을 올랐다. 누가 다치기라도 할까 걱정되었고 긴장의 끈을 놓지 않았다. 바위를 내려오는데 많이 미끄러워서 먼저 내려가서 잡아주고 지탱해주는 등 선생님으로서의 자세를 배웠던 것 같다. 어떻게 해야 그 사람이 편하고 안전할까 고민했다.’(주인 형님)

새끼일꾼들도 그리 마음 성큼 자랐습니다, 우리 아이들이 그랬듯.

어기여차 넘어가자’ 너무 좋았던 활동.

요새 아이들은 힘든일(고난)을 겪었던 경험이 적거나 없었을 것. 민주지산이라는 큰 과제를 주어 아이들이 고난을 혼자 힘뿐만 아니라 연대감을 통해 ‘이겨낼 수 있구나’라는 생각을 들게 해줄 수 있었던 활동인 것 같다.

또 다른 저의 깨달음은 (산오름활동으로) 책임감을 짊어지기는 굉장히 어려움. 지금까지 저의 산행은 오직 운동겸 등산, 과제(숙제)... 이런 목적들 그러나 이번산행은 아이들을 ‘책임지고’ 정상까지 오르는 산행. 책임감을 갖고 아이들을 챙기며 산행했더니 평소 산행보다 몇배 더 어려움. 책임감을 짊어지는 것은 너무나도 어려운 일이지만, 이로 인해 얻는 것은 값어치를 매길 수 없을 만큼 귀중한 것(자신의 추억, 행복, 교직생활의 목표가 더욱 뚜렷’(중연샘)

재언샘은

쉽지 않은 윤성이가 교사로서의 가치관에서부터 여러 생각을 하게 했다 했습니다.

윤성이가 한편 샘들을 키운 게지요.

어디 윤성이이기만 했을까요,

계자에 한 열여섯 아이들이 우리들을 성장시켰을 겝니다.

‘첫날보다 더 의젓해지고 남의 말에 귀기울일줄 아는 윤성이가 된 것을 축하해주고 보듬어주고 싶다. 물꼬에 조금만 더 있으면 좋겠는데...’(해인 형님)

‘군대있는 형 휴가가 화요일부터 오늘까지였는데 그 사실을 알고 물꼬에 오는 것을 정말 고민 많이 했다. 그런데 얻어가는 것이 너무도 많아 조금의 후회도 없다.

물꼬에서의 한 페이지는 교사 이희도보다 인간 이희도에서 더 시사하는 바가 큰 것 같아 너무도 보람차다.

아쉽고 그립겠다.’

희도샘은 하루정리글에 그리 쓰고 있었지요.

‘그리고 우리의 산행을 위해 저 멀리 서울에서 내려와주신 희중쌤에게도 감사드린다. 그 먼거리를 달려와 주시고 산에서 맨 뒤에서 가시고... 진짜고생이었다. 그래도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이니 하는 거라고 괜찮다며 산행 끝나고 씻으시고 금방가셨다. 죄송스럽기도 하고 매우매우 감사하기도 했다.’(해인 형님)

‘물꼬에서 계자를 하다 보면 피곤하고 잠이 부족하다 하지만, 전 그럴 때마다 아이들의 기운을 받아 잘 버티려고 합니다.

이번 산오름에서도 장시간 운전과 함께 잠을 많이 못자서 피곤했었지만, 아이들이 있기에 가능했던 산오름이 아니였나 싶습니다.’(희중샘)

 

점심을 지나 인교샘이 학교에 들어와 계셨습니다.

요즘 아주 고정 밥 바라지 노릇을 하는 당신이지요.

156 계자 이어 바로 한 종교단체의 청소년캠프가 있기도 하고

부산스런 일정 마지막 날을 위해 손을 보태기로 하셨더랬습니다.

한국에 없은 탓에 이번 계자를 함께 하지 못했던 윤호가

엊그제 귀국하여 같이 들어오기도.

그런데, 바리바리 싸온 것들 좀 보셔요,

샘들 뒤풀이에 쓰일 것들과 물꼬 살림에 보탤 것들.

늘 고맙습니다.

바로 부엌으로 투입된 인교샘.

이런 마음들이 계자에 좋은 기운을 더하고

그 기운 아이들에게로 뻗다마다요.

 

내일 아침 밥상머리공연을 여경이가 하기로 했지요.

선명회 합창단원이라는 그입니다.

기대.

하라 그랬더니 꼭 마지막 날 아침에 하겠다던 그.

퍽도 궁금합니다.

 

156 계자는 이제 마지막 하루를 남겨놓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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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87 2007. 4.24.불날. 간간이 구름 옥영경 2007-05-14 1113
4386 2005.10.7.쇠날.오던 가을이 흠뻑 젖었지요 옥영경 2005-10-10 1113
4385 2011.11.24.나무날. 바람찬 맑음 옥영경 2011-12-05 1112
4384 2011. 9.30.쇠날. 맑고, 바람 옥영경 2011-10-12 1112
4383 2010.12.10.쇠날. 맑음 옥영경 2010-12-27 1112
4382 2009. 5.29.쇠날. 꾸덕거리는 하늘 / 강연과 1일 체험 옥영경 2009-06-07 1112
4381 2008.12.11.나무날. 흐림 옥영경 2008-12-26 1112
4380 2008.12. 5-7.쇠날. 맑음 / 홍콩행 옥영경 2008-12-26 1112
4379 2012. 7.20.쇠날. 갬 옥영경 2012-07-28 1111
4378 2012. 6.30.흙날. 비 옥영경 2012-07-08 1111
4377 2012. 4.18.물날. 맑음 옥영경 2012-04-26 1111
4376 2011.12.10.흙날. 눈발 옥영경 2011-12-20 1111
4375 2011. 3.31.나무날. 맑음 옥영경 2011-04-13 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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