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은 조릿대집 가마솥물로 세수를 합니다.
서리 막 걷힌 햇살이 드는 마당에 섰다가
안채 곁 수돗가로 걸어갑니다.
잠만 자고 학교로 넘어와 씻었는데,
데운 물을 그냥 두고 오기가 못내 아쉬웠는데,
이 아침은 잘 쓰고 집을 나섭니다.
비 오고 날 추워진대서 열일 제치고
아침부터 무를 뽑으러 나갔습니다.
그 손들 참 무섭습디다.
어느새 한 트럭을 싣고 오데요.
급한 대로 빨래방에다 쌓습니다.
트럭에 남아있던, 떨어진 무청들 긁어 짐승들 멕이고
멀쩡한 무청을 떼서 그냥 널거나 엮습니다.
새참 먹으니 어느새 기우는 겨울 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