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11일 나무날 흐림

조회 수 1259 추천 수 0 2004.11.22 18:30:00
"샘, 오늘요, 얼음 얼었어요."
이 산골 얼음 든 거야 한 이틀 되었지만,
밤사이 살짜기 다녀가더니
오늘은 아이들 눈에 겨울이 틀켜버렸습니다.
"쉽게 잘 깨지는 얼음이요..."
논바닥에 얼었더랍니다.
채은이 손에는 그 얼음이 들려있었지요.
"우리가 지난 여름에 흙놀이했던..."
물 고여 웅덩이를 이룬 곳에도 얼음이 얼었더라지요.
혜린이가 굳이 밟아 깨보기도 하였답니다.
개울 한쪽 끝에서 얼음이 반짝거리기도 했다지요.
겨울 아침, 학교로 들어오는 아이들 재잘거림입니다.

출장 다녀오니 손말을 저들끼리 한 결과보고를 합니다.
오늘은 '가족'이 중심생각이었답니다.
접속사와 조사 쓰는 것도 잘 익히고 있습디다.
"나의 할아버지는 내가 태어나기도 전에 돌아가셨습니다.
그러나 제 할머니는 아직도 살아계시며 저를 사랑하십니다."
"자유학교 식구들은 열심히 살고 있습니다.
또 제 가족도 열심히 살아가고 있습니다."
혜연이와 예린이가 먼저 시작합니다.
정근이도 질세라 손 번쩍 듭니다.
"나는 가정을 사랑한다. 가정도 나를 사랑한다."
"나는 누나가 없지만 형이 있다."
도형이가 그러자 채은이도 한마디 합니다.
"나는 여동생이 있다. 또 남동생도 있다. 어머니와 아버지가..."
류옥하다도 빠질 리 없지요.
"나는 나 자신을 사랑합니다.
또 어머니 아버지, 그러니까 부모님을 사랑합니다."

김장 준비하러 밥알식구 안은희 김현덕 모남순님 먼저 들어오셨습니다.
주말엔 물꼬 김장을 하자 합니다.
그래서 오후에 하는 아이들 일도
김장에 쓸 마늘을 까고 또 까는 일이었지요.
둘러앉아서 판소리도 한자락 하고
아는 노래란 노래는 죄다 불러대다가
것도 시들해지면 재밌는 이야기, 무서운 이야기로 산을 넘고
다시 가위바위보를 해서 노래 개인기로 넘어갑니다.
모여 살아서 얼마나 좋은지요...

우리 아이들 참 많은 생각들을 하며 삽니다.
텔레비전이, 인터넷이, 그리고 요란한 문화들이 없으니
몸을 쓰거나 생각하는 시간들이 많은 것도 까닭이겠습니다.
그래서 아이들 날적이(일기)를 들여다보는 일도
이곳에서의 큰 재미 가운데 하나지요.

11월 11일 나무날
오늘 좋았다.
내가 나쁘다는 생각이 든다.
또 나만 편하게 산다는 생각도 든다.
그 버릇을 고쳐야겠다.
(1년 혜린이)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수sort
1394 3월 빈들 이튿날, 2024. 3.30.쇠날. 소나기 지나다 옥영경 2024-04-18 522
1393 2023.11.13.달날. 맑음 옥영경 2023-11-25 522
1392 166 계자 나흗날, 2020. 8.12.물날. 갬 옥영경 2020-08-16 522
1391 10월 물꼬스테이 닫는 날, 2019.10.20.해날. 맑음 / 아고라 잔디 30평을 심은 그 뒤! 옥영경 2019-12-05 522
1390 2022. 4. 8.쇠날. 맑음 / 설악산 아래·8 – 십동지묘, 그리고 토왕성 폭포 옥영경 2022-05-05 521
1389 2019.11. 3.해날. 맑음 옥영경 2019-12-27 521
1388 2019.10.29.불날. 맑음 옥영경 2019-12-16 521
1387 2023. 9.10.해날. 흐림 / 설악행 이튿날 옥영경 2023-09-30 520
1386 2023. 9. 6.물날. 맑음 옥영경 2023-09-19 520
1385 2022.10.26.물날. 맑음 / 울진, 작가초청강연 갈무리글 옥영경 2022-11-12 520
1384 2021. 9.27~28.달날~불날. 맑았고, 이튿날 흐리다 밤 비 옥영경 2021-11-24 520
1383 166 계자 여는 날, 2020. 8. 9.해날. 저토록 맑은 하늘 / 완벽한 하루! 옥영경 2020-08-13 520
1382 2019.12.17.불날. 비 / 밥바라지, 오란 말인지 오지 말란 말인지 옥영경 2020-01-16 520
1381 2019.11. 6.물날. 오후 흐림 옥영경 2019-12-28 520
1380 2023.10.25.물날. 맑음 옥영경 2023-11-07 519
1379 2023.10.24.불날. 좀 흐린 옥영경 2023-11-07 519
1378 ‘2023 연어의 날’ 여는 날, 2023. 6.24.흙날. 맑음 옥영경 2023-07-26 519
1377 2020. 2.13.나무날. 비 옥영경 2020-03-12 519
1376 2023.12.27.물날. 맑음 옥영경 2024-01-07 518
1375 2023. 8.20.해날. 흐리다 얼마쯤의 비 / 2023 멧골책방·1 닫는 날 옥영경 2023-08-21 518
XE Login

OpenID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