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13-4일 밥알모임

조회 수 1550 추천 수 0 2004.11.22 18:32:00
나무날부터 들어온 밥알식구 일을 받아
흙날 들어온 모든 밥알들이
배추를 건져내고 속을 만들고
저녁 먹고부터는 비닐 좌악 깔고 버무리기 시작했습니다.
산더미같던 배추가 굴고 무가 굴고 알타리가 굴고...
자정이 되어서야 김장하던 일손을 멈추고
그제야 모임을 하잡니다.
참, 기가 막힌, 지독한 일꾼들입니다.
오늘도 예외 없이 새벽을 치닫는 시간,
일단 잠 좀 자자 얘기를 접습니다.
그런데, 일이 몹시 고단키는 했나봅니다.
아무도 술 한 잔 하자 부추기는 이가 없데요.
다시 이튿날 오전, 모임을 마저 한 뒤
김장 이어달리기는 계속되었습니다.
혜린이네 도형이네 예린이네는
해지고서도 한참이 지나서야 뒤치다꺼리 다 해놓고 떠났네요.
김치가 상에 오르지 않는 날이 없으니
젓가락이 갈 때마다 고마움도 고명처럼 얹히는 겨울을 나겠습니다.


11월 13일 흙날 맑음
해니가 준 머리띠를 잃어버렸다.
해니한테 미안해서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 맺혔는데,
해니의 말 한마디에 주루룩 흘러내렸다.
"내가 젤루 아끼는 거였는데...
아니야, 내가 젤루 아끼는 건 가족이야, 곧 오빠야, 오빠."
감동받았다.
(4년 정근이)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이름 날짜sort 조회 수
6294 2023. 4. 5.물날. 비 옥영경 2023-05-03 591
6293 2023. 4. 4.불날. 흐리다 저녁비 / 말뚝 박기 옥영경 2023-05-03 474
6292 2023. 4. 3.달날. 맑음 옥영경 2023-05-02 321
6291 2023. 4. 2.해날. 맑음 / 푸코주의자 옥영경 2023-05-01 304
6290 2023. 4. 1.흙날. 맑음 / 대흥사-다산초당-백련사 옥영경 2023-04-30 435
6289 2023. 3.31.쇠날. 맑음 / 달마고도는 물꼬랑 인연이 깊다? 옥영경 2023-04-29 325
6288 2023. 3.30.나무날. 맑음 / 우리는 왜 잘하려 드는 걸까... 옥영경 2023-04-28 327
6287 2023. 3.29.물날. 맑음 / 남을 자꾸 때리는 아이 옥영경 2023-04-26 341
6286 2023. 3.28.불날. 맑음 옥영경 2023-04-26 305
6285 2023. 3.27.달날. 맑음 옥영경 2023-04-18 317
6284 2023. 3.26.해날. 맑음 옥영경 2023-04-18 312
6283 2023. 3.25.흙날. 흐림 옥영경 2023-04-18 380
6282 2023. 3.24.쇠날. 비 긋고 내내 흐림 옥영경 2023-04-13 331
6281 2023. 3.23.나무날. 흐림 / 울산바위 옥영경 2023-04-12 398
6280 2023. 3.22.물날.맑음 옥영경 2023-04-11 385
6279 2023. 3.21.불날. 맑음, 춘분 옥영경 2023-04-10 863
6278 2023. 3.20.달날. 맑음 / 백담계곡 옥영경 2023-04-10 315
6277 2023. 3.19.해날. 맑음 옥영경 2023-04-10 310
6276 2023. 3.18.흙날. 살짝 퍼진 해 옥영경 2023-04-05 550
6275 2023. 3.17.쇠날. 흐려가는 오후 옥영경 2023-04-05 317
XE Login

OpenID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