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14일 해날 맑음

조회 수 1641 추천 수 0 2004.11.22 18:33:00
송호리로 나들이 갔습니다.
어른들 하는 김장에 동생들 돌보는 일로 한 몫 하다
개천대제 행사 하나 열린다 하기
우리 아이들 오랜만에 학교를 나선 게지요.
가능하면 차를 타고 움직이는 일 안만들자는 요즘이거든요.
소나무 숲 마른 솔잎 위에서 점심을 먹고
민속놀이장에서 댓판 놀고
놀이동산이라 벌여놓은 판에서도 땀깨나 흘렸네요.
어느 종교단체를 중심으로 한 행사여서
종교성이 적잖이 걸리지 않은 것은 아니었으나
중국의 고구려사 왜곡에 대해서도 작게나마 얘기나눌 좋은 기회 되었습니다.
마술공연은 우리가 잘 만날 수 없는 것이어서 좋은 구경이었지요.
자주 만나는 국악공연이야 더할 나위없었구요.
그런데 산골 아이들 아니랄까,
우리는 강이 더 좋았지요.
낙엽길이 더 좋았습니다.

돌아오는 길,
세 살 성빈이가 운전하는 아빠 앞으로 기어이 간다며 울었습니다.
"성빈아!"
제 마술 솜씨를 뵈주었지요.
"수리수리마수리 우리 사랑하는 성빈이 주게
맛난 것 좀 나와 봐라.
뭐라도 툴툴대지 않고 잘 먹을 수 있다, 야앗!"
그렇게 손을 움켜잡으면 큰 녀석들이 얼른 손에다 뭘 남겨줍니다.
지들 아끼는 머리핀이기도 하고
저들 내놓기 싫어하는 고무줄이기도 하고
가방 구석구석을 긁어 뭐라도 내놓습니다.
마술은 이제 공간이동까지 이어집니다.
"저 넓고 넓은 바다에 저 깊고 깊은 용궁의
가장 따뜻하고 예쁜 집으로 우리 성빈이를 데려가라."
그런데 우리 아이들, 참말 웃기지도 않지요.
"어, 어디갔지?"
뚤래뚤래 성빈이를 찾습니다.
"성빈아, 네 눈엔 우리가 보이지만
우리 눈엔 네가 안보여!"
아주 손발 척척입니다.
"이제 데려올게."
...
"어, 성빈아!"
성빈이가 나타나자(?) 모두 놀래서는 야단들이 납니다.
성빈이는 어느새 울음을 그치고,
보고 있던 다섯 살 성준이도 자기 좀 보내달라네요.
"... 저 깊고 깊은 숲 속 아주 아주 커다란 나무 아래
크고 큰 바위 앞의 거대하고도 거대한 큰 호랑이 앞에
우리 성준이 날아가 버려라, 야입!"
그러다 우리 모두는 온 지구 위를 여행하고 돌아왔더랍니다.
맛난 저녁밥상이 기다리고 있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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