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8.22.나무날. 오후 소나기

조회 수 706 추천 수 0 2013.09.16 13:28:42

 

 

소나기 한줄기,

하늘은 그렇게 사람들에게 목까지 차 헉헉거리던 숨통을 틔우며 살아라 살아라...

쥐구멍에 볕들 날 있어 쥐도 살고

흘린 낟알들 있어 겨울날 새도 살고

사람도 한줌 드리운 그늘 있어 뜨거운 여름날을 날지니...

 

이른 아침 한 어르신의 전화.

“나, 점방 연다!”

유럽 쪽 엔틱을 파는 가게를 유서 깊은 동네에서 여신다고

오늘 그 건물 지붕공사 하러 들어가시면서 넣은 소식.

“누구 앞세우고?”

“우리 직원. 나도 모르고 너도 모르니 서로 공부하면서 하자 하고.”

처음부터 안 놈이 있더냐는 겁니다.

일흔을 바라보는 연세에도 새로이 뭔가를 하시고, 용감하게 걸으시지요.

아, 젊은 나이에 너무 늙어버린 우리는 아닌지,

혹 더 이상 아무 꿈도 꾸지 않는 건 아닌지...

 

고무시켜주는 문자 하나.

관심 있다, 지지한다, 때로 그런 말 필요하지요.

말 안하면 모르냐고? 예, 말해야 합니다.

물꼬 누리집에서 오고간 학부모와 교사의 얘기는

더러 같은 문제를 겪는 이들의 고민을 함께 푸는 과정이 되기도.

 

‘아이를 보내놓고 물꼬 게시판을 보는데도 용기가 필요했다’는,

‘어딜 가나 대박이어서 사람 좀 맹글어 달라고 보냈더니만

여러 샘들과 친구들을 넉다운시켰’더라며

‘에고, 언제쯤이나 이쁨 받고 살는지’ 걱정하는 어미 마음...

그래서 답글 한 줄 달았더라지요.

‘이쁨이라고 할라치면 그 아이만큼 받았을까요.

외려 그 아이에게 더 많이 집중하느라

정작 다른 아이들을 더 살피지 못했다는 반성도 해본답니다.

아주, 아주 이쁜 아이였습니다.

그런 만큼 사랑 또한 그리 받았더랍니다.

시간이 더 있었더라면 그 아이가 가진 몇 가지 '습'에 대해

다른 접근들도 좀 할 수 있었을 것을...

좋은 날 또 뵈어요.

아, 혹요, 우리가, 그 아이의 비사회적 모습에 집중되느라

정작 그가 가진 그 고운 모습들을 너무 평가절하 하는 건 아닌지요.

그 아이 여느 아이들처럼 얼마나 감동스런 '아이의 세계'를 가졌는지.

우리를 퍽 유쾌하게 만드는 재주가 있는 녀석이기도 했더랍니다!’

부모와 교사가 주고 받은 글이 같은 문제를 고민하는 자신에게도 위로와 치유되었다고

고맙다는 인사 넣어주셨지요.

그 인사야말로 고마운!

 

한 방송국 예능프로그램 제작진들 열댓 다녀갔습니다.

촬영을 이곳에서 하는 문제로 지난 한달 여 조율이 있었고,

오늘 그 3차 답사.

8월 마지막께 촬영을 하리라 하지요.

그런데, 아무래도 순조롭진 않을 듯.

남이 와서 쓰기는 쉽지 않은 공간.

우리나 되니 쓰고 산다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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