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15일 달날 맑음

조회 수 1336 추천 수 0 2004.11.24 17:13:00
날씨 오지게 추웠던 지나간 주말에
아이들은 조약돌을 주워다 난로에 올렸습니다.
발갛게 달은 걸 볼에다 바로 댔던 채은이는
영락없이 데였겠지요.
웬만하니 예서 치료 못할 것도 아니겠으나
(병원에 갈 일없는 이곳 생활이니 더욱),
아무래도 예쁜 얼굴 흉터라도 남을까
오늘은 김천으로 넘어가 봅니다.
소독하는 것도 눈여겨보고 옵니다.

선그림의 재료가
신발짝이고 가위고 칼이고 볼펜이다가
감잎에다 자갈, 감자, 알타리무, 무, 배추 따위를 들여옵니다.
평생을 하나도 겹치지 않고 그리며 살 수 있겠는 풍성한 자연입니다.
마늘을 까다가 한 놈을 떨어뜨립니다.
주워 페트병뚜껑에 물 담아 넣어두었던 것이
싹이 넘칠 만하니 오늘은 화분 만들고 심고 난립니다.
뜨개질의 열풍도 계속되고...
배움 것들에 굳이 안과 바깥의 선이 없는 이곳이지요.

빨래터에 모여 수다를 떱니다.
큰 대야에 속옷 양말 죄 넣고 주물럭거려 넘겨주면
작은 대야 넷을 놓고 하나씩 붙어서 헹구고
마지막에 섰는 이는 짜서 가마솥방 난롯가에 널러갑니다.
니꺼 내꺼 없이.
빨래가 수월해서 요새는 속옷 양말 갈아입기가 좋아졌답니다.
이도 닦고 세수하고 한 녀석씩 옷 갈아입는 널에 걸터앉아 발을 내밉니다.
아이들 발을 닦아주는 저녁이 사흘쨉니다.
발이라도 따뜻한 물에 마사지하면
대해리 한겨울도 거뜬히 나지하고 겨울 내내 하려지요.
"그런 날이 오겠지, 이 발이 씻겨줄 수 없을 만치 커버리는?"
정 많은 우리 정근이가 얼른 받습니다.
"그때는 우리가 옥샘의 발을 닦아드리지요."
신파조로 그가 읊자 고개를 주억거리거나 맞장구치는 아이들입니다.
그 맛에 모든 부모가 혹은 모든 샘들이 아이들을 만나나 싶데요.

가라앉아 있거나 널부러져 있다가,
"아자!"하고 일어나 푸다닥 움직이며 아이들 속에서 힘을 냅니다.
이제 겨울에 힘을 낼만치 충전이 됐나 봅니다.
가끔 소리도 치고 화도 내고 얼르기도 하고 구스르기도 하면서
날이 가겠지요,
이 겨울이 가겠지요.


11월 14일 해날
오늘 구름이 너무 예뻤다.
나랑 나현이 언니랑 조릿대집 가는데 구름이 뭐라 할 거 없이 수평으로 하얀색에서 하늘색으로 진해지고 있었다. 그 하늘을 보니까 엄마 아빠 얼굴이 보이는 듯했다. 슬프기도 하고 기쁨이 흘르는 것 같기도 했다. 또 그 하늘을 보면 마음도 가라앉았다.
너무 좋았다.
(2년 채은이)

11월 15일 달날
< 곧은 마음 >
내 마음 안에는 또 강한 마음이 있다. 그 마음이 이제는 똑바로 길을 간다. 봄 학기 때는 억지로 참고 그랬는데 이제는 그 강한 마음이 깨우쳤는지 스스로 화가 가라앉는다. 나도 모르는 새 그렇게 된다.
행복해졌다. 내 마음이 스스로 평화로워진다.
(4년 나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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