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10.14.달날. 맑음

조회 수 990 추천 수 0 2013.11.02 09:03:05

 

아침부터 온 식구들이 바빴습니다.

배추밭에 벌레들 기세가 여간 아니라 하기

배추벌레 잡으러 광평농장으로.

아, 올해도 광평 조정환샘과 정현옥샘 밭에서

물꼬 배추를 같이 키우고 계십니다.

소사아저씨 내려드렸지요.

벌레 잡고 나방약 뿌려주고 호박밭 정리하는데 일손 보태기로 한 하루.

 

영동 읍내에서 바깥수돗가 지붕 바꿔주려고 주문한 천막을 찾은 뒤

빌려둔 트럭을 갈아타고 청원행.

두어 가지 분갈이도 하고 화초도 사고 화분에 두엇 심기도 하고,

올해는 이미 시들하나 꽃밭에 심어 해를 넘겨 잘 볼 국화도 몇 묶음.

그리고, 얼어붙은 땅에서 푸른 화초노릇해줄 조화도 좀.

‘나무 다루기’에서 만들어왔던, 한쪽 면을 틔운 박스형 큰 화분받침용 상자 위에

커피상점 하는 선배가 보내준 커피가마니를 놓고

산호수와 초설도 심기.

개성 있는 실내 화분 되었습니다.

본관 수행방이 한 쪽이 작은 뜨락이 되고 있지요.

이런 작은 만족도 사람의 어깨신명을 더하기도 합니다.

한없이 누추하던 삶도 이럴 때 대단한 무엇처럼 살만한 시간이 되기도 하는.

아, 그게 또 사람의 일일지니.

그리고 나무그네를 부탁해둔 곳도 들립니다.

내 손으로 하자면 아직 한참을 더 날을 보내야겠기에

여기저기 기웃거리고 있던 차 한 분을 알게 되었지요.

정말 나무 값만 주고 들고 온.

아, 어쩜 그리 물꼬에는 그런 마음들이 잘도 모일까요?

이럴 때마다 잘 살아야지, 힘내야지 하게 되는.

트럭에 함께 간 이웃이 산 잔디로 다른 짐을 싣기 어렵자

아저씨는 굳이 그걸 또 이 먼 산골까지 실어다주셨습니다.

배달료도 드리고 싶은.

그네와 야외용테이블, 다른 나무가구도 필요하면 누구 연락주시어요.

물꼬에 준만큼 나무 값만 받을 수 없겠지만

좋은 가격에 주실 것입니다.

 

이웃집 언덕에서 구절초도 좀 캤습니다.

국화들이 올해는 다 떠나버린 물꼬 꽃밭.

발 빠르게 챙겼으면 마당에서 여러 들국화들 볼 수 있었을 것인데.

그래도 이리 옮겨라도 놓으면 올해도 아직 눈요기 하고

내년에는 더 넓게 퍼진 걸 볼 테지요.

당장 보지 못해도 다음해를 기약하는,

내년에도 아직 살아있을 것이고 그 삶을 준비하는 기분도 좋지요.

그건 생을 함부로 여기지 않겠다는 뜻이기도 하리니.

 

오는 길 난로도 하나 삽니다.

한해를 못가고 삭아버리는 연탄난로.

주물은 구하기가 힘듭니다.

연탄 열기에 늘어났다 줄었다 하며 뚜껑이 변형돼 연탄가스가 심하자

상품에 대한 불만이 많고 반품도 많아

더는 취급을 않는다는 철물상의 이야기.

책방의 주물은 여러 해 쓰는데.

“어쩌다 하나 좋은 거 구하신 거지요.”

우선 급한 대로 가마솥방 것만 삽니다.

제일 먼저 설치하는 공간이니,

당장 19일 행사일에는 써얄 것이니,

비오고 기온 뚝 떨어진다 하니.

교무실은 아직 시간 있으니 주물을 알아보자 하지요.

 

일은 늘 한꺼번에 옵니다.

일만 그러하던가요.

불행도 그렇고 행도 그렇습니다.

그런 줄 알면 불행이 가벼워질 수도 있겠지요.

달골 창고동 보일러가 문제가 생겼습니다.

오는 19일에 당장 써야할 공간이기도 하니 바쁘지요.

늘 보일러를 살펴주시는 아저씨가 바삐 다녀갑니다.

하필 필요한 부품이 없습니다.

보일러실 열쇠를 아예 맡기지요.

낼모레 서울역에서 하는 포럼 건으로 출장 가고난 뒤에라도 오셔서 일 보도록.

각 마을회관의 서른 여 열쇠를 달고 다니는 아저씨.

이런 기술자가 없으면 산골살이가 얼마나 고달프기 더할까요.

 

부랴부랴 달려 운동장으로 들어서니

광평에서 조정환샘 오셔서 소사아저씨와 함께 바깥수돗가 천막을 철거해두고 계십니다.

지붕 쪽 천막을 벗긴 위로 새 천막을 씌우고 단도리.

이웃의 성범샘도 돕고.

일은 늘 어찌어찌 그리 되어갑니다.

고마운 손발들입니다.

오래 기억하리, 하지요.

참으로 빵을 쪄냅니다.

 

저녁들을 같이 먹는데, 오늘따라 전화 빗발.

진학상담으로, 위탁교육상담으로, 그리고 19일 학술제 일로,

또 걸려있는 서로들의 일로 한꺼번에 소식들.

그리고 중요한 숙제 하나.

늘 어려운 시간마다 함께 해주시는 조정환샘이

이번엔 당신일로 고충면담.

나눌 사람으로 생각났다니 얼마나 고마운지.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보기로 합니다.

당장 서울 걸음에 관련 일을 하는 선배들과 만나기로 전화 넣어둡니다.

일하고 놀고 사랑하고 연대하라, 그렇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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