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21일 해날 맑음

조회 수 1381 추천 수 0 2004.11.26 00:29:00

귀 움직일 수 있으셔요?
우리 도형이는 해요.
"비결이 뭐니?"
"이마를 움직이면 돼요."
상범샘도 할 수 있답니다.
"보여주세요."
아이들이 졸랐겠지요.
"낼 아침에."
그래서 아침에 애들이 몰려갔습니다.
"그냥은 안보여 줘."
혜린이는 주머니에 있던 돌을 꺼내고
채은이는 쪼끄만 지우개를 내밀었답니다.
예린이는 얼른 채은이한테 지우개 쪼가리 얻어서 내고
채규도 지우개가 있었던 모양이예요.
도형이는 칼을 꺼냈네요.
"물꼬 꺼지?"
맨날 넘의 걸로 쓰는 인심입니다.
이런, 나현이는 정말 줄게 없어
종이조각 주었답니다.
"안준 사람들은 눈 감아라!"
뭐, 안봐도 빤합니다.
실눈 뜨고 모다 보았겠지요.
그 얘길 전해들은 제가 물었더랍니다.
"정근아, 너는 뭐 드렸어?"
"저요? 신경도 안썼어요."

오늘 호숫가에 가서는
'나눔'에 대한 얘기가 길었습니다.
물꼬의 삶이지요.
왜 배움값이 없는지,
논두렁비(후원값)는 어떤 의미인지,
흔히 부모 하는 것에 따라 샘의 사랑이 혹 달라진다는 생각에 대한 견해,
내가 많이 한다고 남도 꼭 그 크기로 해야 하는가,
겨울에는 상설학교 아이들이 집을 가니
당장은 난방공사를 안해도 된다는 의견을 어찌 생각하는가,...
"만약 밥알식구들과 학교가 난방공사를 못하고 있으면 문제가 뭘까요?"
"돈이 없어서!"
몇몇의 동의에 우리의 정근 선수 얼른 받아칩니다.
"지금 없는 돈이 나중이라고 있나?"
"..."
"우리 애들이 아니라고 생각해서!"
아, 그럴지도 모르겠구나...
뭐 끝이야 늘 우리가 어찌 생각할까,
우리가 어찌 살까의 문제가 되는 거지요.
어떨 때 정황을, 혹은 본질을 정확히 꿰뚫고 있는 저들을 보면
서-늘-해집니다.
곧게 살아야겠습니다!

딱히 이름 붙일 것도 없는 전골 하나에도 감동하는 아이들입니다.
너른 냄비 넷에 끼리끼리 둘러앉았는데
바닥까지 달달 긁어먹습니다.
"옥샘, 또 해주세요!"
그래서 부엌샘은 날마다 요리를 하고 또 할 수 있나봅니다.
어쩌다 하고 어쩌다 듣는 소리에도 이리 신이나
세상 온갖 요리 다 상에 올리지 싶으니 말입니다.
"그래도 옥샘 해주는 게 젤 맛있어요."
어쩌다 하니 어려울 게 무어냐,
날마다 먹는 밥 맛나게 하는 거야말로 대단한 거다,
그렇게 부엌샘을 칭찬해 놓으면
이들은 제게도 이렇게 답례 보내기를 잊지 않는답니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수sort
5934 116 계자 이튿날, 2007. 1. 8.달날. 맑음 옥영경 2007-01-12 1391
5933 12월 16-7일, 새끼일꾼들 옥영경 2004-12-22 1391
5932 2008. 7.26.흙날. 비 / 125 계자 미리모임 옥영경 2008-07-30 1390
5931 2006.5.5.쇠날. 흐린 오후 / 들놀이 옥영경 2006-05-11 1390
5930 2005. 12.26.달날 / 교사는 무엇으로 사는가 옥영경 2005-12-26 1390
5929 7월 12일, 다시쓰기 옥영경 2004-07-20 1390
5928 2008. 3.31.달날. 흐림 옥영경 2008-04-12 1389
5927 2008. 3.24.달날. 갬 옥영경 2008-04-06 1389
5926 128 계자 사흗날, 2008.12.30.불날. 눈 옥영경 2009-01-07 1388
5925 2007. 2. 9. 쇠날. 잠시 개었다 다시 비 옥영경 2007-02-12 1388
5924 7월 17일, 성학이 나간 날 옥영경 2004-07-28 1388
5923 [바르셀로나 통신 8] 2018. 6.24.해날. 맑음 옥영경 2018-07-07 1387
5922 2008.10.31.쇠날. 오락가락하는 빗방울 옥영경 2008-11-04 1387
5921 11월 8일 달날 맑음 옥영경 2004-11-19 1387
5920 2007.12. 7.쇠날. 대설에 내리는 눈 옥영경 2007-12-27 1386
5919 2007. 6.13.물날. 흐리다 비 옥영경 2007-06-26 1386
5918 115 계자 나흗날, 2007. 1. 3.물날. 는개 옥영경 2007-01-06 1386
5917 6월 17일 쇠날 찌뿌찌뿌 옥영경 2005-06-19 1386
5916 2월 빈들 여는 날, 2009. 2.20.쇠날. 눈 내리다 멎더니 다시 눈 옥영경 2009-03-07 1385
5915 2008. 3. 7.쇠날. 맑음 옥영경 2008-03-23 1384
XE Login

OpenID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