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입선발고사.

밤새 눈보라 휘몰아쳤으나 밝아오는 아침엔 잦아들었습니다.

눈길에 이른 새벽 움직이기 쉽잖을 것이라

읍내에서 묵었습니다.

이른 아침 아이들은 질퍽거리는, 다행히 얼어붙지는 않은, 눈길을 헤치고

시험장으로 들어갔고,

이어 교문이 굳게 닫혔지요.

70분씩 3교시까지 이어질 것이고

13:30 마지막 종이 울릴 것입니다..

수고롭지 않은 생이 어딨겠는지요.

이 시대 아이들의 삶이라면 더욱.

목울대가 뜨거워집니다.

모든 생의 고단함이여!

 

아이들이 시험을 치는 동안

읍내 나간 걸음에 차 점검도 하고 정비도 하고.

겨울 차량 단도리를 이제야.

아니, 지금이라도.

 

오늘은 새마을지도자대회가 있었습니다.

마을의 부녀회장이니 참석해야 하는.

못 간다 하였더니 늘 챙겨주시는 회장 어르신이

밥이라도 먹는 자리 오라 따로 전갈 주셨습니다.

자기 자리가 아닐 때 엉거주춤하지요.

그걸 자주 감싸주고 곁을 주시는 어르신은

어른이 어때야 하는지를 보여주신답니다.

마음 든든해지는.

그런데 사람들이 하나둘 일어서고

가까운 이들 몇 만 남았는데, 어른들만 모인 자리,

거나하게 취기가 도니 음주가무에 음담패설이 나옵니다.

그런데 그걸 또 재미지게 혹은 담백하게 하시지요.

처음엔 너무 낯선 문화에 화들짝 놀랬고,

나아가서는 저런 이야기도 질퍽하지 않게 할 수 있음에 또한 놀라웠습니다.

뭐 그런 이야기도 들을 만하다 싶으니

문득 나이가 그렇게 오는가 싶기도...

나이가 벼슬일 건 없어도

한 살 한 살 먹어가는 나이로 보다 관조적 태도를 지니게 되고

더 나아가 우주적 세계로 다가가는 느낌들...

나이 더하는 일이 이리 좋은 걸 보면 아직은 젊은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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