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세 시가 넘어가며 흐린 하늘 위로 눈이 덮쳐왔습니다.
자꾸 쑤셔 넣기 일쑤인 어른 공부방,
아이가 덤벼들어 말꿈하게 정리를 합니다.
산골에서 홀로 공부하던 아이는
3개월 여 준비하더니 고입선발고사를 쳤고,
이제야 일상으로 돌아와 산골살림을 살펴주고 있지요.
흙집 씻는 곳 천장이며 벽면이며도 걸레질을 합니다.
이제부터 하는 모든 움직임은 고스란히 계자 준비가 되는 게지요.
숨꼬방도 정리합니다,
장롱에 있던 이불들도 꺼내 빨고.
이즈음 개인 목공실로 써왔는데,
목공실을 따로 만들 것 없이 숨꼬방을 새 작업실로 만들려 합니다.
더는 잠자리로 쓰일 일 없겠지요.
얼기 쉬운 무, 배추, 감자, 고구마도 부엌으로 좀 들여놓습니다.
곳간이 여러 물건들로 넘쳐나지만
밥바라지들 쓰기 좋도록 하기 위해서도 최대한 재료들을 가까이로 둡니다.
장독대에서 간장 고추장 된장도 퍼서 들이고,
묻어둔 김치도 좀 꺼내오고,
창고에 있는 난로도 꺼내고.
달골도 다녀옵니다.
지하수펌프기 안으로 백열등을 타이머와 함께 달아주지요.
이 너른 살림들을 해왔던 아이가 이제 세상으로 나가는데,
벌써부터 이런 일들 누가 다 할까, 어찌 할까 걱정이 입니다.
그래도 노래를 부르며 하지요.
노래가 꼭 즐거울 때만 나오는 게 아닙니다.
힘을 내려고 해서 부르기도 하고
심지어는 너무 슬퍼서 노래를 부르기도 하지 않던가요.
노래의 힘이 이리 넓은 것이었다는 걸 새삼 느끼는 요즘.
참, 4시에 타일공이 다녀갑니다.
흙집 허술한 건축은 두고두고 애를 먹이는데,
이제 타일이 문제입니다.
나무 벽체에 붙였던 것인데, 혹은 석고보드를 대고도 한다데요,
전체적을 일어나 꿀렁거리고 있었지요.
몇 백 만 원의 공사일 거라네요,
이참에 바닥의 기울기까지 다 잡아 타일 다시 깔자면.
당장 떨어져 내리고 있는 건 아니라 하니
일단 봄이 오면 다시 논의키로 합니다,
겨울 작업 하자도 많으니.
고즈넉도 한 눈 내리는 산골 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