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12.26.나무날. 눈

조회 수 770 추천 수 0 2014.01.04 14:52:25

 

오후 세 시가 넘어가며 흐린 하늘 위로 눈이 덮쳐왔습니다.

 

자꾸 쑤셔 넣기 일쑤인 어른 공부방,

아이가 덤벼들어 말꿈하게 정리를 합니다.

산골에서 홀로 공부하던 아이는

3개월 여 준비하더니 고입선발고사를 쳤고,

이제야 일상으로 돌아와 산골살림을 살펴주고 있지요.

흙집 씻는 곳 천장이며 벽면이며도 걸레질을 합니다.

이제부터 하는 모든 움직임은 고스란히 계자 준비가 되는 게지요.

숨꼬방도 정리합니다,

장롱에 있던 이불들도 꺼내 빨고.

이즈음 개인 목공실로 써왔는데,

목공실을 따로 만들 것 없이 숨꼬방을 새 작업실로 만들려 합니다.

더는 잠자리로 쓰일 일 없겠지요.

 

얼기 쉬운 무, 배추, 감자, 고구마도 부엌으로 좀 들여놓습니다.

곳간이 여러 물건들로 넘쳐나지만

밥바라지들 쓰기 좋도록 하기 위해서도 최대한 재료들을 가까이로 둡니다.

장독대에서 간장 고추장 된장도 퍼서 들이고,

묻어둔 김치도 좀 꺼내오고,

창고에 있는 난로도 꺼내고.

 

달골도 다녀옵니다.

지하수펌프기 안으로 백열등을 타이머와 함께 달아주지요.

이 너른 살림들을 해왔던 아이가 이제 세상으로 나가는데,

벌써부터 이런 일들 누가 다 할까, 어찌 할까 걱정이 입니다.

그래도 노래를 부르며 하지요.

노래가 꼭 즐거울 때만 나오는 게 아닙니다.

힘을 내려고 해서 부르기도 하고

심지어는 너무 슬퍼서 노래를 부르기도 하지 않던가요.

노래의 힘이 이리 넓은 것이었다는 걸 새삼 느끼는 요즘.

 

참, 4시에 타일공이 다녀갑니다.

흙집 허술한 건축은 두고두고 애를 먹이는데,

이제 타일이 문제입니다.

나무 벽체에 붙였던 것인데, 혹은 석고보드를 대고도 한다데요,

전체적을 일어나 꿀렁거리고 있었지요.

몇 백 만 원의 공사일 거라네요,

이참에 바닥의 기울기까지 다 잡아 타일 다시 깔자면.

당장 떨어져 내리고 있는 건 아니라 하니

일단 봄이 오면 다시 논의키로 합니다,

겨울 작업 하자도 많으니.

 

고즈넉도 한 눈 내리는 산골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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