샘들의 대배 백배로 시작하는 겨울 아침.

수련과 명상과 걷기로 이루어진 해건지기로 아침을 여는 아이들.

 

손풀기 이틀째.

선은 좀 더 복잡해지고

아이들이 스케치북에 그것을 옮기고.

그 과정이 그대로 명상이 되고.

그런데 현진 건호 윤호 선우 태우네 동네,

혜준 주은 현제의 동네가 이 시간에 얻었으면 하는 걸 얻지 못하는 듯하여

내일은 서로 뚝뚝 떨어져 앉기로.

 

오늘은 오전 오후 ‘한껏맘껏’과 ‘구들더께’로 이어지는

그야말로 ‘뭘 안 하는’ 날!

첫날 큰모임에서 속틀을 의논할 때

아이들이 가장 열광한 것이 바로 이 일정이었습니다.

“종일 뭐 안 하기도 해보지요?”

‘자기 시간. 물꼬 와서 나를 위한 나에게 쓰는 시간이 없었는데

온전히 나를 위한 시간들로 오늘 하루를 채운 것 같다.

물꼬에서 ‘집이다’라는 느낌을 처음 받아보았다.’(진주샘의 하루 갈무리글 가운데서)

물론 샘들이 아이들 곁에서 언제든 부름에 응할 수 있도록 대기상태였긴 해도.

‘햇살이 한껏 들어오는 속에 겉옷 따로, 수건, 속옷 따로 빨래를 하였습니다. 힘들다기보다는 뭔가 모르게 흥이 절로 나서 콧노래도 하고 혼자 즐거웠습니다.’(희중샘)

‘일정이 느슨하다고 마냥 쉬지 않고 알아서 공도 차고 무리지어 놀기도 하고 실뜨기도 하는 모습이 예뻤고’(서영샘)

 

여유로운 일정은 관계를 더욱 가깝게 합니다.

그래서 사람들과 친해졌다는 지수.

연재 지수는 이렇게 자유시간을 길게 가져본 게 처음이라고,

학교에선 수업하고 10분 쉬는 시간을 가지는 게 끝인데, 자유시간이 있더라도 고작 1시간,

이렇게 하루를 다 자유로 가진 건 처음이라 너무 좋았다지요.

영서는 계자와 빈들모임을 견주며 계자는 사람이 많아 더 좋다고,

홈스쿨링을 시작해 매일 혼자 있다가 여기 와서 맺는 관계들이 퍽 좋다 했습니다.

아이들 하나하나도 더 잘 보입니다.

윤호, 공간에 익숙해서 너무 시끄럽게 파닥대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하루재기에 와서 처음부터 끝까지 참여하는,

‘미워할 수 없는 아이’라는 모둠샘.

무량이는 오늘 하루 종일 맨발로 다니는데, 안 춥다 합니다.

자기는 물꼬에 내내 온다고, 새끼일꾼도 한다고,

형처럼 필리핀 갈 일이 있어도 포기하고 온다는 그이지요.

‘이 아이의 해피 바이러스와 에너지는 최고인 듯하다.’(진주샘)

‘자기 모둠 당번이 아닌데도 저녁설거지에서 그릇 정리와 뒷마무리를 돕는데 너무 기특하고 예뻤다.’는 연재.(서영샘)

한데모임이었을 때였지요, 아마,

벌레가 등장하였는데 연재가 잡아다 밖에 내놓고 왔습니다.

잠자리에 들기 전에도 누가 뒷간에서 거미 좀 잡아달라고 하자

거미는 다른 나쁜 벌레를 잡아준다며 아이들의 마음을 돌려놨지요.

이 아이의 부모님이 어떤 분일까 궁금하다고들 합니다.

같이 자식을 낳아 키워도 어떤 놈이 이렇게 어떤 놈은 저러합니다요,

말하는 거며 생각하는 거며 몸 써서 하는 거며 참 예쁜,

 

‘남자방, 여자방, 운동장, 책방의 특징(?), 역할(?)이 확실해서 아주 기분이 좋았다.’(경이 형님)

여자방은 수면실, 샘들이 돌아가며 한숨 자고 나오고

아이들은 그 방으로 얼씬도 않았습니다.

남자방은 놀이터,

지수 여원 자누가 공기놀이도 하고,

아이들 여럿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도 하고 있었지요.

운동장 가에서는 은행나무 아래 해먹을 타고 놀고,

은규와 건호와 경이샘이 학교 밖으로 산책도 다녀왔답니다

책방은 책을 읽고 체스를 하고 오목을 둡니다.

현진 승욱 선우는 체스를 두다가

이기고 지는 것이 아닌 모두가 이기는 방법을 같이 찾는 과정이 훈훈도 하였다는.

연재 건호는 호열샘한테 혼자 하는 실뜨기를 배워 하고 있고,

또 다른 이들이 마주보고 하는 실뜨기도 했지요.

“경찰이 왜 이리 잘해요?”

“범인 붙잡고 있을 때 실뜨기 하나 봐.”

호열샘이 어린 날, 그러니까 지금부터 10년도 더 전에

그의 친구들 무열 철현 성욱이들과 운동장에서 놀던 기억이 납니다.

책방도 없던 그때,

곡괭이를 들고 나가 땅을 파고 테니스공으로 골프를 치던 아이들.

그렇게 ‘잘 놀았던’ 아이들이 이리 잘 큰 것.

아이들은 놀아야 합니다!

 

그 곁에서 팔찌도 만드는데,

은규는 슬규와 유빈 지혜를 도와주고 있었습니다.

아이들의 몰입은 참말로 대단도 하였습지요.

건호는 책을 읽고 집중하고 이해하는 게 굉장했다나요.

“이 책 어떤 내용인줄 알아요?”

그러며 좌악 책 이야기를 들려주더라는.

겉돌던 유빈이와 지혜도 이제 안으로 들어오고

보이지 않을 것 같은 작은 아이들 여원이며 주은이며 슬규며도

존재감이 결코 작지 않게 보이는 하루.

 

다섯 살 문성이와 아홉 살 건호의 한판 갈등도 우리들의 화젯거리.

천하의 건호가 문성이에게 밀리는.

우리는 우리 부모들을 배신하고 우리는 또 우리 자식들로부터 배신(?) 당하는 것처럼

형들한테 뻣뻣하던 건호, 이제 제 아래 동생들의 뻣댐을 봐야 한단 말이지요.

고집 피고 주먹 나가는 문성이를 보며 건호는 어떤 생각을 할까요?

거기서 자신을 보기는 할까요?

 

운동장에선 아이들이 공을 찹니다.

지수도 보이고 연재 유진도 있고

건호 윤호 현진이도 보이고

새끼일꾼들이 우르르 같이 뛰고 있고...

“한쪽은 ‘포항’하고 한쪽은 ‘전북’해라.”

그러며 응원가를 불러주었지요, 운동장이 떠나가도록.

역시 노래는 떼창인디.

계자 하며도 안 쉬는 목이 응원가로 아주 쉬어버리겠습니다.

“수원 대 서울도!”

‘오오오오 사랑한다 나의 사랑 나의 수원

오오오오 좋아한다 오직 너만을 사랑해’

“저 수원팬이에요.”

“어떻게 응원가를 다 아세요?”

“오늘을 위해 준비했지!”

프로축구를 응원하던 노래들이 일 쓰일 줄이야...

 

가마솥방에선 수확한 마늘 가운데 잔 것들이 나와

애고 어른이고 마늘을 까고 찧고 있었습니다.

선우도 보이네요.

사람 입이 무섭고, 사람 손이 또한 그러합니다.

모두 붙어 까놓으니 양푼이가 가득.

 

‘이렇게만 계자 하면 계자 몇 개고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마음도 몸도 여유롭고 넓어질 수 있었던 하루였다.’(새끼일꾼 연규 형님)

‘3일 중에서 가장 여유롭고 행복한 하루였다.

오늘 같이 시간 꾸린다면 이주일도 할 수 있을 것 같다.

한껏맘껏, 구들더께 사랑해요-’(윤지 형님)

종일 뭘 안하며 ‘휴식’에 대한 생각들을 좀 해봅니다.

갑작스럽게 주어진 자유시간에 어떻게 쉬어야할지, 놀아야할지 방법을 모르고

이 시간마저 뭔가 하는 것으로 채워야겠다고 생각을 우리 하지 않는지,

아무것도 안하면서 약간의 불안과 무료함을 느끼지 않는지.

도대체 쉰다는 건 뭘까요, 온전한 휴식이란 거?

쉬는 것도 일처럼 하고 있었던 건 아니었을까,

쉬는 방법도 세상이(상업주의, 자본주의) 알려주는 방식을 따라하지는 않았던지요.

“그래서 휴가가 끝나고 더 피곤한지도 몰라...”

 

저녁, 밥상머리 공연.

누구나 공연자가 될 수 있는, 시도 읽고 노래도 부르고 피아노도 치고 춤도 추는.

연규와 윤지가 밥상머리무대에서 계자 준비를 도우러 들어와 한주 내내 연습하더니

기타 치며 ‘한낮의 꿈’을 불렀습니다.

조용한 노래가 둘러선 우리들에게 만들어주는 울림이 퍽도 좋았지요.

‘처음으로 밥상머리공연을 연규랑 같이 했는데 뭔가 뿌듯하기도 하고 전에 성범샘이 말씀하신 것처럼 대인공포증 같이 많은 무리 앞에서 말하거나 나서는 걸 두려워했는데 뭔가 조금은 극복한 거 같아 좋았다. 또 너무 잘 들어주셔서 나름 연습한 보람이 있었다.’(윤지)

‘밥바라지 일을 하면서 자누와 무량이가 밥상머리 공연을 연습하는 것을 봐서 저녁 먹을 때 자누에게 열심히 연습한다고 말해주었다. 그랬더니 옥쌤이 새끼일꾼이 되기 위한 과정이라해서 열심히 할 수밖에 없다고 답을 했다. 도대체 새끼일꾼이 뭐길래 이렇게 다들 되려고 하나 라는 생각도 들었고, 지금 온 아이들 중에 어떤 아이들이 새끼일꾼이 되어 있을까 라는 생각도 하게 되었다. ’(화목샘)

생은 이렇게 소박함으로 이루어진다,

생은 소소한 기쁨들로 채워진다,

우리는 이곳에서 그런 질감을 익히고 있다 싶습니다.

아, 점심에는 윤호가 난장이춤을 추었더랍니다.

“피아노 치는 거 아니었어?”

밥상머리공연이 얼마나 다양한 것들로 채워질 수 있는지를 보여준.

 

한데모임과 대동놀이.

샘들이 더 목 터져라 부르는 노래들.

그리고 하루 종일 따로 놀았으니 이제 조직적으로 놀러 가자고

고래방으로 건너갑니다.

‘대동놀이 마음껏 뛰었더니 이게 물꼬지 싶고 정말 재밌게 놀았다.’(진주샘)

‘낮에 애들이랑 뭔가 못했다는 생각에 미안해져서 온몸 불살아 놀았음.

조직적인 집단놀이는 응원가의 떼창처럼 기분을 상승시키는 효과가 있는 듯.

샘들이 열심히 노는 모습이 참 좋았고

아이들도 그 덕에 더 신나게 논 듯.’(아리샘)

신명의 전염성 말이지요.

 

물꼬니까 이런 일정이 가능하다, 이구동성!

“157 계자는 특별해요. 보글보글도 한번만 있고, 열린교실도 한번만 있고,

‘한껏맘껏’ ‘구들더께’ 하루 종일 하는 날도 있고...”

그렇게 특별한 157 계자의 사흗날 밤이 넘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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