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1.12.해날. 오후 다녀간 눈

조회 수 710 추천 수 0 2014.02.03 10:57:40

 

눈이 묻어 오는가 날 꾸물거리고 바람도 조금 부는 대해리.

157 계자를 마치고 떠난 이들, 잘들 가시었는지...

한 차례만 한 계자를 아쉬워하며 물꼬는 지금 ‘끼리끼리 며칠’ 중.

속틀도 만들었답니다.

늘 그러하듯 시간과 시간 사이가 더 널찍하고

한산함과 여유로움과 오붓함이 함께합니다.

 

오후 풍경;

가마솥방에선 성빈이가 감자버터구이를 위해 삶은 감자 껍질을 벗기고 있고,

교무실에선 희중샘이랑 류옥하다가 청소년 계자와 계자 사진을 정리하고,

흙집과 아이들 뒷간에선 휘령샘과 진주샘이 똥통이며 뒷간 변기를 박박 닦고 있고,

세탁기에선 산오름에 아이들과 어른들이 옷방에서 빌려 입고 벗어놓은 빨래들이 돌아가고,

젊은 할아버지는 뒤란 보일러실을 청소하고,

된장집에선 옥영경이 아이들 글을 타이핑 하는 중.

그 사이 기락샘은 다시 버스를 타고 대해리를 나갔지요.

계자 전 계자 준비를 도왔던 연지들(스무 살 연규와 윤지)이 좋은 전범이 되어

그 뒤를 이어 계자 후를 돕는 손들도 손수 밥 해먹어가며 그리 움직이고 있답니다.

 

밤에는 이웃의 벗도 하나 건너와

모두들 곡주 한 잔.

오늘은 2011년 겨울 계자를 기점으로

물꼬 계자에 있었던 변화에 대한 이야기가 주 화제였습니다.

그 겨울에 대한 통렬한 비판과 성찰.

오늘 자리에 있는 이들이 그 겨울의 중심에 있었던 이들이니.

재미도 좋지만 물꼬 사상(?)을 견지하는 일을 혹 잊지는 않았더냐,

질이 담지 되지 않은 재미, 물꼬는 그런 거 안 한다,

그때 우리는 질적으로 참담할 지경이었다 그런.

물론 품앗이샘들이 자리를 채우기 어려웠던 몇 해,

새끼일꾼들에게만, 혹은 갓 품앗이일꾼이 된 샘들한테 의존도가 너무 컸던

퍽 쉽지 않은 시기를 건너고 있었더랬지요.

그러다보니 닥친 일에 급급했고

정작 우리가 왜 굳이 물꼬의 열악한 환경에서 계자란 걸 하는가를

잠시 잊었던 듯했던 시간이고 있었습니다.

그해 겨울을 지나며 아니지, 이러자고 하는 거 아니잖아,

그저 떠들고 놀려고만 하는 계자가 아니지,

그러자고 이 산골의 열악함 속에 계자를 하는 게 아니지,

그리고 대대적인 개편(?)작업이 있었더랬지요.

다행히도 품앗이샘들이 줄줄이 붙었고,

새끼일꾼들의 질 또한 계자 앞에 있는 청소년계자를 통해

좀 더 끌어올릴 수 있었습니다.

어쩌면 재미는 덜했을 수 있습니다.

두 마리 토끼를 잡는 일이 어디 쉽습디까.

하지만 찬찬히 넓게 손을 잡고 토끼를 몰았고

결국 우리들의 그물에 잡힌 토끼들을 보았지요.

이번 겨울 157 계자의 질감이 최고였다고 하는 배경에는

샘들과 썩 괜찮은 아이들이 만든 조화로움 덕도 있었겠지만

이런 과정들이 있었던 것.

늘 이 수준을 유지하기 쉽잖겠지만

역시 뜻을 세우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절감했고,

날카로운 각성은 퍽 오래 우리를 세워나가 줄 겝니다.

 

진주샘이 그랬습니다,

대학을 가서 교육학을 공부하면서 교과서에 있는 가장 이상적인 학교가 바로 물꼬더라고,

그 빛나는 곳을 자신이 알고 있고, 바로 그곳에 손을 보태는 게 자랑스러웠다고.

순간 더 자랑스러워진 물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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