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1.13.달날. 맑음

조회 수 816 추천 수 0 2014.02.03 10:58:45

 

날이 맵습니다.

충주에서 협의회가 하나 있어 다녀오고,

계자에서 남은 이들은 밥도 해먹고 청소도 하고 있었습니다.

희중샘의 저녁밥상 무지무지 하게 맛났습니다요.

연신 반복하는 말,

“야아, 니들 해주는 밥, 게다 이토록 맛있는 밥상을 다 받아보고...”

 

스무 살이 되는 주원이의 연락입니다.

낼모레 다녀간다 합니다.

일찌감치 학교가 결정된 아이들도 있지만

아직까지 합격을 기다리는 아이들이 있지요.

드디어 한 아이도 한밤에 합격소식을 전해왔습니다.

그리고 인사하러 온다지요.

한 거 없이 받는 인사들이 미안하고 고맙습니다.

제가 무얼 했겠는지요, 그저 산골에서 아침에 하는 절이 전부일지니.

고맙습니다, 사랑하는 우리 아이들.

 

‘끼리끼리 며칠’ 중입니다,

157 계자를 이어 남은 이들이

계자 갈무리 청소를 하며 우리끼리 ‘끼리끼리 계자’ 한다고 이름 붙인.

오늘은 큰 해우소 뒤란에 모아둔 병들을 정리하여

소사아저씨와 함께 면소재지 나가 팔았다 합니다.

“통닭 사먹었어요!”

성빈이가 아주 신이 났더라지요.

 

선별한 사진을 류옥하다에게 누리집에 올려 달라 부탁합니다.

몇 해 그 아이가 교무행정 일을 돕고 있고,

이 일도 그가 내내 해오던 일이지요.

산골에서 홀로 공부해왔던 9학년 아이는

새벽 버스를 타고 3주의 고교 예비교실에 나가고 있는데

(상위 10%를 선행학습 시킨다나요. 공식적인 과외입디다.)

오랫동안 공교육 학습의 경험 없이 몇 개월 공부하고 가서

처음엔 크게 뒤처지지 않는 학력에 꽤 자신감이 생기는가 싶더니

한편 불안도 만들어지는 모양입니다.

경제적 불안감과 두려움으로, 가난에 대한 공포로 시장을 만들고 돌아가는 이 자본의 시대에

교육이라고 어디 다르던가요.

그 시장에서 스스로 나오지 않으면

불안과 두려움이 계속 우리를 밀고 갈 터.

세상으로 나간 아이가 아무쪼록 스스로 그 시장에 휘말리지 않고

그저 앎의 즐거움으로 충만하길.

 

‘물꼬에서 백쉰일곱 번째 계자를 하고 있을 때

대해리 마을에서는 kbs 1tv <6시 내고향> 카메라가 돌아가고 있었습니다.

157 계자 닷샛날 산오름을 마치고 돌아올 무렵이었지요.

1월 13일 방송분 38분대

‘고향 이장의 시골길 인생-충북영동’편에 담겼답니다.

오랫동안 홀로 산마을에서 공부해왔던 새끼일꾼 류옥하다 선수 등장입니다.

아쉽게도 찍혔던 계자 아이들은 빠짐.

방송을 보고 영동에서 여러 어르신들이, 멀리서 벗들이

오랜만에 소식 전해왔습니다.

 

사람을 보내는 일은 늘 힘이 듭니다.

죽어 보내기도 하지만 살아 보내기도 하고

멀리 보내기도 하지만 가까이 있으나 보낼 경우가 생기기도 하지요.

한없이 그가 좋아도 신뢰할 수 없어 계속 의심해야 한다면

보내는 게 옳습니다.

이리 말하기는 쉬우나 보내야 하는 그는 얼마나 힘에 겨울까요.

오늘 한 친구의 이별 소식을 들으며,

가만히 바라보는 일 말고는 별 할 수 있는 게 없는...

자기 삶은 다 자기 삶의 십자가가 있을지니.

어여 마음 아물어라, 아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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