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1.16.나무날. 맑음

조회 수 828 추천 수 0 2014.02.09 11:31:11

 

 

오늘 나간다던 주원이,

무에 그리 바쁘냐 하루 쯤 더 쉬어가도 좋으리 했습니다,

그의 맘도 제 맘도.

물꼬에 이리 맘 편히 쉬어 갈 수 있는 여러 날이

그리 또 잦지는 않지요,

교육일정이거나 농사일이거나 아니면 사람들 드나드는 일로.

“애도 아니니 내내 어른이 데리고 건사해야 하는 것도 아니고...”

먼 남도까지 황실다례를 보러 갈 일이 생겼더랬습니다.

종일이 걸릴 테지요.

“밤이 늦겠다...”

“다녀오세요.”

알아서들 밥도 챙겨 먹어가며 보내겠노라고,

설거지도 잘 해 두겠다고.

해 높도록 잠도 푹 자고,

마을 고샅길도 걷고,

소사아저씨를 도와

간장집 뒤란 연탄재도 다 정리를 했더라지요.

 

김천 넘어가는 저수지 앞에서 같이 길 떠날 이들이 모이기로 하였더랬습니다.

김천과 영동에서 오래 다례모임을 해오던 분들입니다.

기다리는 사이 저수지에 들어갔지요.

깊기도 깊고 넓기도 하여 평소에 사람 출입을 제한하는 곳입니다.

어찌나 꽝꽝 얼었던지,

꼬마 아이들 마냥 신이 나서 들어가 반시간도 넘게 뛰어다녔지 싶습니다.

한껏 뛰노는 일이 아이들만 좋은 게 아니다마다요.

마치 기개가 살아나는 것만 같은.

 

볕이 좋고 뒤란 대나무 숲이 짙은 남도의 절에서

소림사 무술 맥을 이어오는 한 노스님과

황실다례를 익히고 있었습니다.

무언가를 배우러 먼 길을 마다않고 달려간 사람들 틈에서

그 열정에 또 배움에 놀란 시간들.

오늘은 그저 참관이었으나 기회가 되면 같이 익혀보기로도.

그런데, 오래 몸에 익힌 것들은 참 신기도 하지요.

따로 다례란 걸 배운 적 없으나

오래 차를 마셔오던 생활은 자연스럽게 차를 다루는 흐름을 만들었는데,

긴 시간 다례를 접해온 사람 같은 움직임이 있었습니다.

다례에서 하는 움직임과 크게 다르지 않은.

‘시간’이란 건 그리 다 맞닿게 되는 모양이지요.

딱히 한 공간에서 사사라든지 하는 식으로 전수되지 않더라도.

모든 건 다 통하더라 그런 말일지도.

참, 황실 다례는 기교가 많습디다요.

 

늦은 밤 한 선배랑 통화.

몇 해 전화가 자주 오가도 1분이나 넘기나요, 통화시간이,

문자로도 겨우 한두 줄 찌익.

말이 짧은 선배이기도 하고, 서로 그리 할 말이 있는 것도 아니고

꼭 필요한 얘기를 전하는 게 전부인데

오늘 들어온 전화로는 무슨 마음에 45분여나 통화를 하였는데,

문득 아, 우리 나이 들어가는구나 싶데요.

그런 날 있지요, 말이 궁궁한 날,

그저 말이 필요한 날, 특별한 사안 아니어도.

나이는 이리로 그리로 저리로 온단 말이지요, 누구랄 것 없이.

생의 끝 날로 잘 걸어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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