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이 아주 멉니다.
흐릿한 달...
“또 낳았네...”
소사아저씨가 닭장을 다녀오며 알을 꺼내왔습니다.
얼어 금이 가 있네요.
벌써 두 번째입니다.
아직 봄 먼데.
푹한 날들 때문이었던 갑습니다.
봄인 줄 알았는 갑습니다.
주원이 갔습니다.
이틀을, 외가에 온 아이 마냥 그리 지내다 갔습니다.
마을길도 걷고, 산모롱이까지 다녀도 오고,
읍내 나갔다 들어오는 식구를 동구 밖까지 나가 맞아오고,
산골 살림도 손 보태고
그리고 갔습니다.
주원이가 짊어지고 온, 김 포르르 오르던 찰시루떡 한 말을
대학합격 떡이라며 이웃들과 나누고도 연일 잘 먹었지요.
참 마음이 좋았던 사흘이었습니다.
김천의 다례모임을 다녀왔습니다.
상설학교가 이어지던 때의 가을학기엔 주마다 한 차례는 다례로 시작했지 싶은데.
두어 달 차모임이 잦지 싶습니다.
곧 인근 초등학교에서는 아이들과 다례모임을 할 예정이라지요.
먼 남도에서는 봄에 다례대회도 있는 모양입니다.
함께 차 마시는 이들이 같이 자리하자 합니다.
거기까지 걸음을 할 수 있으려나 물꼬 일정이 어떨지 아직 모르겠으나
두어 달 한산한 이즈음은 준비하는 손을 보탤 수 있겠다 합니다.
흥청망청 노는 문화 아니니
바빠도 어울리면 좋으리라 하지요.
이 무기력함을 어찌하면 좋으냐고
작금의 비상식적인 정치 앞에서 한 후배가 울분을 토했습니다.
“무기력함은 너에게도 나에게도 참으로 심연이다.
굳은 의지로 노력하면 나아갈 수 있다고 말하지만,
그리 노력해보지만,
사는 일이 어디 그러하냐.
어디 정치만 그렇더냐.
아픈 내 몸도 그렇고 얽힌 관계도 그렇고
다 어찌할 수 없다 싶으면 그만 사는 일이 쓸쓸해진다.
뜻대로 되지 않는 일이 생각보다 많다는 걸
살며 더하고 또 더한다.
하지만 어쩔 것이냐.
무력함이 힘이 되는 그날까지 걸어야지,
분명한 건 우리 삶에 무기력하게 앉았을 시간이 그리 많지 않다는 것.
자, 걸어보자.
별 수 없기에 걷고 별 수 없으므로 걷고 별 수 없으니 걷고
그게 별 수가 될 날까지 걷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