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大寒)답게!

눈입니다, 눈.

하기야 소한에 얼어 죽은 사람 있어도 대한에는 없다 했고

소한의 얼음이 대한에 녹는다 했으니 소한만이야 할까만.

대한(大寒)은 매듭을 짓는 절후.

 

통영은 흐렸습니다.

그래서 너무 여유를 부렸네요,

눈 많이 온다고 걱정하는 소식이 학교 식구들에게서 두어 차례 왔으나

남도는 그저 흐릴 뿐이었던지라.

중부내륙고속도로 남성주를 지나며 마치 선 하나 너머로 달라지는 듯

눈보라 휘몰아쳤습니다.

훅훅 앞 유리로 몰아치는 눈을 뚫고 으악 소리 몇 차례 외치며

황간으로 겨우 빠져나왔고,

황간에서 대해리까지 20여분이면 오는 거리를

한 시간여 걸려 정말이지 기어기어 들어왔더랬지요.

김포로 돌아가던 아리샘은 어이 갔을 거나.

황간에서 다시 고속도로에 차를 올리며 괜찮노라 하였으나

다시 길 암울하였다고.

아주 늦은 밤에 도착했다는 아리샘,

먼 길 동행에 고맙고, 운전의 수고에 고맙고, 무사한 귀환이 고맙고.

 

대해리는 아침(달날)부터 눈 내렸더라지요.

낮에도 저녁에도 밤에도.

점점 많아졌다는 눈.

어제는 각 공간의 쓰레기통을 비우고

운동장에서 태우기도 했다 합니다.

오늘은 종일 눈만 보았다지요, 닭과 개 밥만 주고 연탄불 갈고.

 

어제 통영의 새벽, 윤두병샘과 미륵산 올라 태극권을 했습니다.

선생님이 하시는 것 구경도 하고 기본 동작을 함께도 하고.

그리고 이른 아침바다를 보고 차를 마셨지요.

이어 따라붙는 바다를 두고 오지 못해

아리샘과 통영여행이랍시고 하루 더 묵기로.

“통영까지 와서 전국 어디서나 할 수 있는 것들 하고 있네.”

발해 1300호 16주기를 끝낸 사람들과 하룻밤을 묵고 아침을 먹은 뒤 떠나 보내고

목욕탕부터 들러 피로를 풀고 영화 <변호인>을 또 보았지요,

아리샘 아직 안 보았다 하기.

가슴이 가라앉지 않을 만큼 울먹이며 당신을 그리워했더랍니다.

당신이 대통령인 나라에서 살아 고마웠던.

“통영까지 와서 먹고, 먹고, 또 먹고가 다네.”

“그래도 아침바다 낮바다 밤바다 보았잖아.”

그러게요.

어디 좋은 데 아니 가도 좋은 사람과 함께 걷는다면

그보다 더 좋은 여행이 있을까요.

이십여 년이 다 돼 가는 물꼬의 인연이었습니다.

어려운 시기 아리샘이 먼 곳에 있었으나 누구보다 가까이 있었지요.

고맙습니다.

 

오늘은 통영을 떠나오기 전

전혁림 미술관을 들렀습니다.

한국의 피카소라는

당신의 코발트 블루(같은 제목, 선생님의 생애를 담았던 연극도 있었지요)에 흠뻑 취했지요.

같이 수행모임을 한 인연도 있는 단디갤러리도 지났으나

오는 걸음 바빠 들리진 못했습니다.

수산과학관 앞 발해 1300호 기념탑에도 다시 가서

계단에 앉아 앞바다를 오래 보고 오기도 했지요.

바라보고 갈 앞선 이들을 가졌음은 얼마나 복인지.

떠나오기 직전엔 발해모임 통영지역의 조평옥 선배네 공장에 들리기도.

덕분에 장어도 싣고 싱싱한 굴도 싣고.

 

발해 1300호 16주기 추모제에 걸음 한 사흘 일정이었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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