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많습니다.

얼어붙은 날씨,

영하 8도를 확인합니다.

이 밤 어디까지 내려갈 것인지.

 

오늘은 지적장애 아동 상담이 있었습니다.

장애아가 한 가정 안에 있다는 건...

그런 이야기 흔하지요,

장애를 가진 가족이 오히려 그 장애를 통해 단단해지고

나아가서는 외려 축복이 되는 놀라운 기적의 이야기.

거기에는 처음엔 장애를 부정하고 자책하다 경이로운 은총으로까지 가더라는 공식.

하지만 대개는, 특히 비장애 측에서는

심각한 장애를 보유한 아동을 향해

꺼내기 힘들지만 이런 질문들을 안고 있습니다,

도대체 왜 태어난 거니,

왜 사는 거니, 하는.

말이 거친 사람들은 심지어 이리 내뱉기까지 하고

좀 점잖으면, 이들에게도 삶의 가치가 있는 것인가,

우울하게 생각하는 거지요.

얼마 전 읽었던 한 책도 그런 걸 다루고 있었더랬습니다.

하이테크 의학이 없었다면 생존이 불가능했을 아들을 살리기 위해 애쓴 일이

과연 잘한 것인가,

아주 많은 보살핌과 어마어마한 비용이 드는 아들의 생존을

과연 사회가 책임져야 하는가,

그리고 그 아이들 안에 정말 내면은 있는 것인가를 묻는

한 아비의 기록이었지요.

그러나 종국에는

도저히 과학의 범주 안에서는 설명할 수 없는 아들의 의미를 찾습니다.

그렇다고 낙관한 것일까요?

그렇지도 않습니다.

아비는 비장애인이 장애인에게 통합되는 세상,

‘아이가 사는 느린 삶, 자기 자신이 되는 것이 유일한 강령인 삶’으로 들어가

함께 사는 꿈을 꾸지요.

그렇다고 넘들까지 그렇게 하라 강요하진 않습니다.

‘이 아이가 죽을 때 이럴 것이다. 달리 할 수 있는 게 없지만 두렵지는 않았다.

나는 할 수 있는 한 워커와 가장 가까이에 있다. 아들과 나 사이에 공간은, 기대나 실망은, 실패나 성공은 이제 없다.’

달리 할 수 있는 게 없지만 두렵지는 않았다...

할 수 있는 한 우리는 그 아이에게 가장 가까이 가 있을 수는 있을 겝니다.

특수교사로서, 아니 이것이 비단 특수아동에 대한 이야기이기만 하겠는지요,

아이와 나 사이에 공간을 없앨 수는 있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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