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1.25.흙날. 비

조회 수 650 추천 수 0 2014.02.18 23:37:18

 

‘AI(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 발생에 따라 임상관찰 철저와 의심축 발생시 즉시 신고

사육가금류 이도시 시군(시험소)에 신고하여 이동승인서 받아야’

이제 세 마리 밖에 남아있지 않은 닭이어도

축산농가라 분류되어 연일 문자가 들어오고

닭이 별 이상 없는지 확인하는 전화가 날마다 들어옵니다.

지난 18일에는 국립수의과학검역원이 AI 관련 역학조사를 벌이던 중

지난 달 AI가 발생한 전북 고창 오리농가 인근의 동림저수지에서

1000여 마리의 가창오리가 죽어있는 것을 발견했다 했습니다.

일반적으로 철새는 닭이나 오리보다 면역력이 강하기 때문에

고병원성 AI에 감염되더라도 떼죽음한 사례는 현재까지 보고된 바 없다는데,

만약 고병원성 AI 바이러스가 매우 강력할 가능성이 커 파장이 커질 것으로 우려된다더니

결국 언론은 그것이 맞다는 결론입니다.

 

그런데, 어떤 언론도 집단폐사 된 천 마리의 오리를 보여주지 않았습니다.

기껏해야 조각배 두 척 띄워 죽은 오리 건져내는 장면이 전부.

10년 전 혹은 그 이전에 비쳐 줄어들었다 해도 10만 마리는 족히 넘을 오리 떼,

저수지 곁의 한 농사꾼이 전하는 소식은 기껏 죽은 오리 가져간 게 80여 마리.

그것도 며칠에 걸쳐.

이것이 집단폐사?

의아합니다.

오리 떼가 AI 발병의 주범이라는 허위과장과 성급한 결론.

이렇게 되면 사육오리의 집단폐사와 AI 확산에 대해 누구도 책임지지 않아도 됩니다.

저들 맘대로 하늘을 날며 갈긴 똥이라니, 불가항력이란 말이지요.

비인간적인 사육방식의 문제도 방역체계의 문제도 대량생산을 필요로 하는 대량소비의 문제도,

이렇게 되면 사람이 책임질 일이 아니게 되는 거지요.

가창오리가 주범이라면 말입니다.

언론이 만드는 무서운 진실들이 자주 이런 식.

여과 없이 그것을 보고 들으며 만들어지는 여론, 무섭습니다.

 

서울입니다.

봄 같다는 대해리,

봄 같은 서울.

저녁 7시 호열샘과 아리샘과 만납니다.

경찰인 호열샘이 전경으로 배치될 수도 있다 하기

혹여 그게 개인의 선택 문제라면 말릴 생각하고.

이 시대가 저 무도했던 80년대 거리랑 다르지 않을 광경이 많아,

그래서 그 거리에서 시위대열을 진압하며 두고두고 그 세월에 고개숙여야했던 이들처럼

혹 우리의 벗이 그런 길을 걷게 될까 우려하여.

일단은 선택이 아니라 하니 두고 볼 일.

생의 많은 일은, 더구나 먹고 사는 일은

자주 우리를 비열하게 하고 상처 입히지요...

 

밤, 강원도 홍천행.

한 이틀 선배의 건축현장에서 목공작업하고 내려갈 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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