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2. 4.불날. 맑음

조회 수 719 추천 수 0 2014.02.28 08:58:30

 

 

아침 영하 15도.

조금씩 불던 찬바람이 오후가 되자 거세졌습니다.

설 연휴 따스함의 극점에 있는 또 며칠입니다.

호됩니다.

그래도 지난해 겨울에 견줄까요.

영하 20도가 한도인 온도계가 그 끝점에서 용을 쓰며 걸려있던 그때,

본관 보일러가 얼어 밤을 새며 녹였건만 터지고 말아

공사하고 상태를 살피느라 며칠을 마음 졸이며 지새던.

지난 일을 말하기는 얼마나 수월한지요.

그러니 ‘다 지나가리라’라는 말이 끝없이 매력적인 것일 테고.

 

오전에 이웃 마을기업 일을 좀 돕고,

오후에는 다례 하는 이들이랑 이천과 여주를 다녀옵니다.

새 학기 관내 초등 아이들이 쓸 차 도구를 챙기는 걸음입니다.

가는 길에 여주의 원주샘 댁도 들리지요.

10년 전에 갔던 길이군요.

그즈음 건너오셔서 깎아준 물꼬 대문의 장승이

지금도 떡 허니 학교를 지켜주고 있습니다.

그 사이 구운 그릇과 그림들, 공연했던 퍼포먼스 사진...

살며 삶이 건사된 모습들을 구석구석 보았지요.

내 10년은, 물꼬의 10년은 어떠했던가 돌아봅니다.

 

봉투!

물꼬는 임금이 없습니다.

새끼일꾼과 품앗이라는 자원봉사자들도 그렇지만

상주하는 이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어른은 5만원, 아이는 1만원의 용돈을 달마다 받지요.

물론 건강보험을 비롯한 보험,

각종 경조사나 아주 간단한 생활용품은 제공받습니다,

나다니는 교통비도.

우리 소사아저씨, 삼촌이라 불리는 당신은 이곳에서 꼭 10년을 사셨습니다.

처음이나 지금이나 달마다 5만원의 용돈을 저나 당신이나 받고 있지요.

물론 설과 한가위 명절에 교통비가 좀 더 추가되긴 합니다요.

일종의 보너스인 셈이지요.

그런데 그 삼촌이 이번에 아이 학교 들어간다고 설 세뱃돈으로 봉투를 주셨는데,

무려 30만원이었습니다.

아이들 동복이 딱 그 돈이라 합니다.

그러니 아이 교복을 삼촌이 입히시는 게지요.

그 돈이 어디 30만원이기만 하겠는지요.

물꼬에서 받는 용돈을 반년동안 온전하게 모아야 그 돈입니다.

눈물이 다 그렁해지더군요.

사람 사는 일, 이런 마음들이 서로를 살린다 싶은.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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