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온 다시 올라 아침 영상 1도.

며칠 흐리더니 저녁부터 눈.

 

가마솥방 연통을 또 샀습니다.

벌써 이번 겨울만 세 번째입니다.

기울기에 한계가 있어 거의 수평,

그러니 고인 물이 잘 빠지지 않을 테고,

그러니 녹이 슬고,

그러니 구멍 나고,

그러다 한 순간 내려앉을 것.

그러기 전 갈아주려고.

그래요, 내려앉기 전에 갈아주는, 딱 한 발만 빠르면 되는 일들이

사는 일에 얼마나 부지기수인지.

그래요, 딱 한 발만, 아니 아니 반보만 빠르기!

 

물꼬로 오는 메일 혹은 편지, 혹은 문자, 또는 음성메시지는

물꼬가 세상을 들여다보거나 이해하거나 느끼거나 하는 기재들.

오늘은 논두렁이고 학부모이고 벗인 한 샘의 메일을 읽습니다.

여느 연초가 그러하듯 사건사고들이 있었던 1월이 있었고

이리저리 궁리 거듭하다 2월이 되었다는 소식은

나이 마흔 대에 아직도 이러고 산다 가벼운 한탄과 함께 닿았습니다.

 

‘문제는요,

사건사고 자체보다

사물과 사람을 인식하고 표현하는 방법의 차이 때문이었다고 말하는 게 맞지 싶어요.

같은 상황에 대해서도 나의 판단과 다른 사람들의 그것이

우리가 정말 같은 장면을 본 것이 맞을까 싶게 다르다는 것,

당연히 그로 인해 느끼는 감정과 파장 또한 그러하다는 것이

현실에서 막강하게 다른 결과를 가져와 버린 거예요.’

자식을 키우며 끊임없이 걸리는 것들이 결국 자신의 문제로 귀결되고 마는,

그래서 결국 자식을 키우는 일도 자신의 그릇과 싸우는 날들이 된다고도

말할 수 있는 이야기들.

 

‘옥샘...

인간은 노력하는 한 방황하는 거라는 말을 되뇌이며

셀프로 위로하는 날이 있어요.

하지만,

일관되게 취약한 지점을 갖고 있는 것 같아

스스로가 지겨운 날도 있어요.

 

그런 어느 날.

보내요.’

 

예, 저 역시 그런 날, 받습니다요, 그대의 글월.

그대 이야기는 내 이야기,

그래서 외롭지 않은 날.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수sort
6516 97 계자 첫날, 8월 9일 달날 옥영경 2004-08-11 2049
6515 3월 8일 불날 맑음, 굴참나무 숲에서 온다는 아이들 옥영경 2005-03-10 2046
6514 126 계자 나흗날, 2008. 8. 6.물날. 맑음 옥영경 2008-08-24 2044
6513 2월 9-10일 옥영경 2004-02-12 2040
6512 3월 15일주, 꽃밭 단장 옥영경 2004-03-24 2038
6511 99 계자 이틀째, 10월 30일 흙날 맑음 옥영경 2004-10-31 2035
6510 3월 30일, 꽃상여 나가던 날 옥영경 2004-04-03 2034
6509 돌탑 오르기 시작하다, 3월 22일 달날부터 옥영경 2004-03-24 2033
6508 작은누리, 모래실배움터; 3월 10-11일 옥영경 2004-03-14 2032
6507 98 계자 이틀째, 8월 17일 불날 비 오락가락 옥영경 2004-08-18 2028
6506 111계자 이틀째, 2006.8.1.불날. 계속 솟는 기온 옥영경 2006-08-02 2025
6505 5월 4일, KBS 2TV 현장르포 제3지대 옥영경 2004-05-07 2025
6504 계자 둘쨋날 1월 6일 옥영경 2004-01-07 2024
6503 계자 세쨋날 1월 7일 옥영경 2004-01-08 2021
6502 시카고에서 여쭙는 안부 옥영경 2007-07-19 2014
6501 4월 1일 연극 강연 가다 옥영경 2004-04-03 2012
6500 계자 네쨋날 1월 8일 옥영경 2004-01-09 2012
6499 8월 1-4일, 배혜선님 머물다 옥영경 2004-08-09 2005
6498 6월 6일, 찔레꽃 방학을 끝내고 옥영경 2004-06-07 2002
6497 128 계자 닫는 날, 2009. 1. 2.쇠날. 맑음. 맑음 / 아이들 갈무리글 옥영경 2009-01-08 2001
XE Login

OpenID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