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2.15.흙날. 맑음

조회 수 726 추천 수 0 2014.03.11 13:10:34

 

 

비닐하우스 안 풀들을 긁으며

봄을 준비합니다.

청소도 하고,

장 담글 준비도 하지요.

정월 그믐 아래 하라 했으니

2월 마지막 주말에 해도 늦지는 않을 것이나

그 주말엔 또 집을 나설 일정이 있어.

장 담기엔 입춘이 좋고, 내일인 정월 열이레가 좋고, 이달 말이 길일이다

어르신들이 이릅디다요.

하여 내일!

 

서울의 논두렁(선배이고 학부모이기도 한) 한 분이 남도를 다녀오며 들렀습니다.

언젠가 부탁하신 식탁 보조 의자를 드디어 실려 보낸.

같이 우두령을 넘었습니다.

서울서 산꾼들이 왔고,

일부는 덕유산으로 해서 신풍령을 지나 빼재에 이르렀고,

일부는 차를 타고 그들을 보기 위해 합류하고,

일부는 자리를 잡고 불을 피우고 사람들을 맞았습니다.

물꼬의 빈들모임에 또는 학술제에도 왔던 이들.

순방이 있었으면 답방이 있어얀다고,

오늘 그 답방 되었네요.

시간 안에 닿을 수 있는 거리이니 시골서 그리 먼 곳도 아닌데

굳이 일이 있지 않다면 마실 다닐 거리는 또한 아니다가

이럴 때 걸음 한번 해보는 것.

향적봉대피소 일출을 담고

조망이 좋아 지리산까지 보이는 능선도 넣은 사진들을 보며

산을 오르는 수고도 없이 호사를 누렸더랍니다.

 

모인 곳의 밤은 화덕에서 구운 먹을거리들이

사람들의 정만큼이나 쌓였더이다.

“먹을 거라곤 이거 하나네.”

회에 고기에 육류들,

거기 석화 있었고,

그것을 굽기 시작하기에 그거나 겨우 먹는다 하자,

열심히 곁에서 구운 이조차 한 점도 손에 대지 않는 겁니다.

정말 마지막 판에 이르기까지

그 상자를 혼자 다 먹었더라니까요.

겨우 마지막 몇 점에 이르러서야,

“이제 우리도 맛 한번 봐도 됩니까...”

산꾼들의 순수함이라니.

 

아, 석화.

흔히들 '술을 곡차'라 하고 '굴을 석화'라 하지요.

이 어원이 진묵대사(1563~1633)라는데,

술을 좋아한 당신,

쌀과 누룩으로 만든 것이고 피로를 풀기위해 마시기 때문에 곡차라 부르고

술이라고 하면 먹지 않고 곡차라 해야 드셨다나요.

그가 굴을 먹자 왜 스님이 육식을 하느냐 사람들 물으니

이것은 석화(石花)다 했다는.

요새 강신주의 책을 읽던 금룡샘이 들려준 이야기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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