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2.19.물날. 비 내리다 갬

조회 수 691 추천 수 0 2014.03.11 13:17:20

 

 

우수의 아침입니다.

내리 이틀 비 왔고

오늘은 갠 아침.

목포에서 이틀 밤을 자고 돌아왔고,

물꼬는 한갓져 있었습니다.

그런데, 오는 걸음에 재 너머에서 뭘 찾아와야 했는데,

운전을 한 동행인이 호되게 고생하였네요.

길을 미리 챙겨봤더라면 수월할 수 있었을 것을

국도를 타고 오느라 아주 아주 긴 운전.

무사도착, 고맙습니다.

닿자마다 김천으로 넘어가 다례모임도 하고.

 

아이가 읍내 나간 길에 숯을 챙겨왔습니다.

올해는 미처 장에 넣을 숯을 못 구웠다 한 며칠 전의 말이 있어

그걸 기억했던 모양.

고새 재 너머 다녀오며 참숯을 구해왔더랬는데.

어미가 허술하니 자주 살림을 살피는 아이입니다.

이 아이 이제 제도학교로 가면

살림에 구멍이 얼마나 숭숭할지.

“아무래도 아들 일 시킬라고 학교 안 보냈나 봐.”

아이가 가끔 하던 농담처럼

참말 이 산골살림이 그 아이로 얼마나 건사됐더랬는지.

 

순전히 비 때문이라고 합시다.

지독한 무기력이 엄습합니다.

그건 바닥에 발이 붙지 않고 있을 때 옵니다.

한편 몸도 무거울 때 그렇습니다.

수행이 함께 하지 못하고 있는 생활일 때도 또한 그렇습니다.

제 버릇 개주기 어렵지요.

처절한 성찰이 있어도 유지가 어렵습니다.

게으름은 엄청난 속도로 달려오지요.

나 무엇 하는가,

갖가지 유혹을 떨치지 쉽지 않습니다.

모세가 광야에서 무리를 이끌 때

그들이 하는 의심의 반복이 남의 일이 아닙니다.

남의 일을 볼 때는 왜 저런가 싶지만

내 삶 또한 같은 꼴이고 말지요.

그런데 이 배경에는 제 때하지 않은 일들이 쌓인 부담이 있습니다.

공부가 밀리고 글쓰기가 밀립니다.

정신 차려야겠습니다.

논두렁들을 생각하고 품앗이들을 생각하고

그리고 우리 아이들을 생각합니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이름 날짜sort 조회 수
1794 129 계자 이튿날, 2009. 1. 5. 달날. 꾸물럭 옥영경 2009-01-09 2112
1793 129 계자 여는 날, 2009. 1. 4.해날. 맑음 옥영경 2009-01-09 1319
1792 2009. 1. 3.흙날. 맑음 / 129 계자 미리모임 옥영경 2009-01-09 1343
1791 128 계자 닷샛날, 2009. 1. 1.나무날. 맑음 / 아구산 옥영경 2009-01-08 1472
1790 128 계자 닫는 날, 2009. 1. 2.쇠날. 맑음. 맑음 / 아이들 갈무리글 옥영경 2009-01-08 2125
1789 128 계자 사흗날, 2008.12.30.불날. 눈 옥영경 2009-01-07 1441
1788 128 계자 나흗날, 2008.12.31.물날. 맑음 옥영경 2009-01-07 1382
1787 128 계자 이튿날, 2008.12.29.달날. 구름 걷어내며 해가, 그러다 싸락비 옥영경 2009-01-02 1673
1786 128 계자 여는 날, 2008.12.28.해날. 맑음 옥영경 2008-12-31 1497
1785 2008.12.26.쇠날. 맑음 옥영경 2008-12-30 1385
1784 2008.12.27.흙날. 맑음 / 미리모임 옥영경 2008-12-30 1404
1783 2008.12.24.물날. 꾸물딱거리는 하늘 옥영경 2008-12-29 1204
1782 2008.12.25.나무날. 눈발 날리다가 옥영경 2008-12-29 1261
1781 2008.12.23.불날. 갬 옥영경 2008-12-29 1169
1780 2008.12.22.달날. 갬 옥영경 2008-12-29 1157
1779 2008.12.19.쇠날. 맑음 옥영경 2008-12-29 1186
1778 2008.12.20-21.흙-해날. 비 추적이다 그치고 이튿날 눈발 옥영경 2008-12-29 1286
1777 2008.12.16-17.불-물날. 맑음 옥영경 2008-12-29 1182
1776 2008.12.18.나무날. 맑음 옥영경 2008-12-29 1230
1775 2008.12.15.달날. 맑음 옥영경 2008-12-26 1204
XE Login

OpenID Login